개인 판단 의존 구조 한계 지적…내부통제 시스템 요구 확산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국내 대표 가상자산 벤처캐피털(VC) 해시드가 김서준 대표 중심 구조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테라·루나 사태를 거치며 투자 판단·리스크 관리 체계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의사결정 시스템과 내부 통제 장치가 사실상 대표 개인 영향력에 좌우되는 구조라는 점은 해시드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핵심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23일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해시드는 ‘생태계 빌더’를 자처하며 초기부터 블록체인 프로젝트 발굴과 투자에 적극 나서왔지만, 투자 철학과 방향성·대외 커뮤니케이션 대부분이 김 대표 개인 브랜드에 의존해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VC로서의 시스템적 의사결정 체계보다 창업자 영향력에 집중된 모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해시드는 내부적으로 투자심위원회나 리스크관리위원회 등 전통 벤처캐피털이 갖추는 의사결정 절차가 공개된 바 없다. 조직 구조·승인 프로세스·리스크 평가 체계 등 기본적인 지배구조 관련 정보가 시장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며, 외부 투자자 또는 LP(유한책임출자자) 대상 보고 체계 역시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 이는 해시드가 사실상 창업자 1인 권한 집중형 구조로 운영된다는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테라·루나 투자 사례는 이러한 거버넌스 문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계기로 꼽힌다. 해시드는 테라·루나 초기 투자자였지만, 프로젝트 구조와 리스크 요인을 누구의 판단으로 검토했는지, 내부 반대 의견이나 검증 절차가 존재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거버넌스가 분산돼 있었다면 대규모 손실 리스크에 대한 내부 견제 기능이 작동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제는 이러한 개인 중심 의사결정 모델이 규제 강화 환경에서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으로 대형 보유자·투자자에 대한 책임 범위가 확대되고 있으며, 증권형 토큰 투자 여부에 따라 자본시장법상 책임까지 논의되는 상황에서, 대표 개인의 판단에 의존한 구조는 법적 리스크를 고스란히 내부에 안게 될 가능성이 있다.
투자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도 논란은 계속된다. 해시드 공식 성명보다 김 대표 개인 채널(트위터, 미디어 인터뷰 등)이 투자 방향성·시장 전망 메시지의 주된 출처가 되어 왔다. 이는 해시드의 기업적 전문성보다 대표 개인의 브랜드가 투자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시장 왜곡·정보 비대칭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또한 포트폴리오 프로젝트와의 관계에서도 ‘대표 영향력’이 변수로 작용한다. VC가 생태계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실질적인 조언·의사결정에 개입한다면, 그 과정이 공식 조직 프로세스에 의한 것인지, 대표 개인 판단에 따른 것인지가 모호해지며 책임 소재 문제도 복잡해진다. 이는 루나 사태 이후 더욱 민감해진 영역이다.
업계에서는 해시드가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만큼, 보다 체계적인 내부 관리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적인 투자회사라면 투자 결정을 내리기 전 사업성과 위험 요인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 이후에는 돈을 맡긴 출자자들에게 운용 현황과 손익 상황을 정기적으로 설명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반면 크립토 VC의 경우 이런 절차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투자 판단이 조직이 아닌 개인의 판단에 지나치게 의존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해시드 역시 투자 전 검증 과정과 사후 설명 체계를 보다 명확히 공개해, 내부통제 시스템에 준하는 관리 구조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블록체인 VC 관계자는 “해시드는 국내 Web3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플레이어 가운데 하나지만, 창업자 중심 구조가 지속될 경우 규제 환경 변화나 리스크 확대 국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프로젝트 성과가 대표 개인 판단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로 인식된다면, 기관 투자자나 출자자 입장에서는 거버넌스 측면에서 불안 요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VC 규모가 커질수록 창업자 개인의 브랜드보다 조직 시스템과 책임 구조가 중요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해시드 역시 향후 의사결정 구조와 내부 통제 체계를 보다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시장 신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해시드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 투자팀 파트너로 구성된 투자심사위원회(IC)가 있으며 만장일치인 경우에만 투자가 이뤄진다"면서 "해시드의 투자 소싱과 의사결정까지 프로세스는 엄격한 펀드 규약 및 내부 프로세스를 준수해 시행 및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