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후 자산 양수도 통한 자금 회수 '도마위'
올해 국내 증시가 코스피 4000시대를 맞이했지만, ‘세력’들의 불공정거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올 한해 국내 증시를 휩쓸었던 테마주들에서도 적지않은 종목이 ‘세력’의 손을 탄 것으로 전해진다. 소위 '큰손 회장'들과 그를 비호하는 세력들은 단기성 테마 재료부터 인수합병(M&A) 등을 활용해 자산을 불리고 있다. 세력의 손을 탄 회사들은 껍데기만 남고 피해는 일반투자자들에게 집중된다. <인사이트녹경>은 올해 국내 증시를 달궜던 테마주와 M&A 상장사들을 되짚어본다. 본 시리즈는 특정 기업이나 인물의 불법 행위를 단정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공개된 공시와 거래 자료 등을 바탕으로 테마주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자본 이동과 서사 구조를 분석한다. [편집자주]
[인사이트녹경 = 박준형 기자] “올해 자본시장 건전화를 위해 주가조작 세력 조사를 했다. 내년에는 상장사의 대주주들이 자산이나 이익을 가족 회사로 빼돌리는 소위 터널링에 대한 조사를 집중적으로 할 계획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이 지난 11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한 발언이다. 국세청이 ‘터널링’(회사 자산의 부당 이전)을 반사회적 탈세 행위로 규정하고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인수합병(M&A)은 대표적인 호재로 꼽힌다. 장기간 투자 경험이 있는 투자자라면 M&A를 재료로 주가가 급등했던 사례를 한 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다만 인수 주체와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기업의 장기적인 경영보다는 단기 자금 회수에 초점을 둔 ‘무자본 M&A’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터널링은 통상 총수 일가 등 대주주가 자녀에게 세금 부담이나 횡령 등 법적 책임을 회피한 채 회삿돈을 이전하는 편법 승계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대주주 승계뿐 아니라 무자본 M&A 시장에서도 터널링이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다. 무자본 M&A 세력들이 인수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인수한 회사에 유·무형 자산을 넘기는 방식이다.
지난 7월 최대주주가 변경된 옵티코어는 서울 서초구 소재 ‘크로스143타워’의 7개 호실을 130억 원에 양수했다. 해당 부동산은 수차례 공매에 나왔다가 유찰된 이력이 있으며, 당시 최저 입찰가는 86억 원까지 하락했음에도 낙찰자가 없었다. 옵티코어가 시세 대비 약 44억 원의 웃돈을 얹어 매입한 셈이다.
옵티코어에 부동산을 매각한 그린홀딩스와 새 최대주주는 지분 및 대출 등 다양한 금전 거래로 얽혀 있던 관계로 확인된다. 새 최대주주 측과 긴밀한 자금망에 있던 법인으로부터 옵티코어가 부동산을 매입하면서, 일각에서는 ‘관계사 자금 회전용 거래’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옵티코어의 새 최대주주인 블랙마운틴홀딩스는 사채업자로 알려진 양모 씨의 개인회사다.[본지보도 : 옵티코어, 신사업 외치며…조달 자금은 ‘부동산 매입’으로①]
최근 최대주주 변경을 추진 중인 피플바이오는 최대주주 변경 계약과 동시에 대규모 부동산 양수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토지 및 건물의 거래 금액은 890억 원으로, 피플바이오 자산 총액의 328%에 달한다. 양도자는 변경 예정 최대주주의 개인회사로, 거래가 완료될 경우 최대주주 측은 270억 원이 넘는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다.
문제는 해당 토지와 건물의 활용 용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해당 부지는 2022년부터 철거가 진행됐으나 이후 약 3년 가까이 중단된 상태다. 최대주주 측은 해당 부지를 매입한 이후 자산 대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상태였으며, 피플바이오는 당장 활용이 어려운 부지를 매입하면서 최대주주 측의 금융 부담까지 떠안게 되는 셈이다. [본지보도 : 피플바이오, M&A 직후 최대주주 개인회사 부동산 매입 논란①]
지난 7월 최대주주가 변경된 가구회사 A사는 최대주주 변경과 함께 수원시 소재 건물의 상가 및 오피스텔을 양수했다. 양도자는 해당 건물의 시행사였던 B사다. B사는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해당 부동산 가치를 약 110억 원으로 평가했지만, A사는 이를 153억 원에 양수했다.
문제는 부동산을 양수한 A사와 양도자 B사 간의 관계다. A사는 최대주주 변경 이후 송모 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는데, 송 씨는 B사 대표의 친인척 관계로 알려졌다. 또한 B사는 A사 M&A 당시 구주를 매입했던 FI 측의 특수관계자이기도 하다. 현재 A사 대표 등은 배임 혐의로 고발돼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최대주주가 변경된 전력변환장치 제조사 C사는 최대주주 변경 직후 도곡동 소재 건물을 270억 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건물의 양도자는 C사 대표이사인 염모 씨가 대표로 있는 법인이다. 염 씨 측은 이 건물을 2023년 172억 원에 매입했으며, 반년여 만에 약 100억 원에 가까운 차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였다. 다만 해당 건물 매입은 현재까지 2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이 외에도 디스플레이 장비회사 D사는 지난 3월 최대주주 변경 직후 최대주주 측이 보유하던 부동산을 90억 원에 양수했으며, 수제맥주회사 E사는 이달 초 최대주주가 보유한 부동산을 255억 원에 매입하려다 주주 반대로 무산됐다. 해당 부동산은 최대주주 측이 약 100억 원에 매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M&A 이후 부동산 등 유형자산이 아닌 영업권이나 특허권 등 무형자산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사례도 있다. 앱트뉴로사이언스(전 지오릿에너지)를 인수한 에이프로젠은 파킨슨병 치료제 특허를 매개로 M&A 자금을 회수한 사례로 거론된다. [본지보도 : 에이프로젠 M&A, 파킨슨병 특허가 비히클?…김재섭 '먹튀경영' 도마 위①]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무자본 M&A 이후에는 외부에서 차입한 자금을 상환하기 위한 작업이 필연적으로 뒤따른다”며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자금을 이전하거나, 저가 자산을 고가로 인수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동원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자산 거래가 법인을 통해 이뤄질 경우, 실질적인 소유주가 최대주주 측 특수관계자이더라도 외부에서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부동산·설비 등 유형자산 양수 사실을 공시(정정 공시 포함)한 주요사항보고서는 약 100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자산 양수도 계약 체결 이전에 최대주주가 변경된 사례는 피플바이오, 옵티코어, 캐리, 다보링크, 엔투텍, 에스씨엠생명과학, 제이에스링크, 미래산업, 파라택시스코리아, 디에이치엑스컴퍼니 등 20여 곳에 이른다.
박준형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