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판매·후원방문판매 현장에 모이는 ‘액티브 시니어’
친절·사은품 미끼 과장광고…법적 주의 필요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TV 앞을 지키던 시니어들이 최근 눈에 띄게 다른 소비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예전에는 홈쇼핑이 ‘시니어 전용 채널’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홈쇼핑과 ‘바이바이(bye-bye)’…대세는 ‘인적 관계’
한때 TV 홈쇼핑은 시니어들의 대표적 소비 창구였다. 채널만 돌리면 건강식품, 마사지기, 의류 등이 연달아 등장했고, 전화 한 통이면 집까지 배송되니 편리했다. 그러나 최근엔 TV 앞에만 머물러 있는 시니어가 더이상 드물다.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대세다. 사회활동과 인간관계를 유지하려는 욕구가 강한 세대가 된 것이다. 이들은 동호회를 다니고, 문화센터를 찾고, 지인 모임을 챙기면서 밖으로 더 많이 나온다. 자연히 TV 시청 시간은 줄었고, 홈쇼핑 의존도도 떨어졌다.
홈쇼핑 업계는 시니어 이탈과 함께 X세대·MZ세대의 스트리밍 중심 소비가 겹치면서 이중 난항에 빠졌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TV홈쇼핑협회가 지난 7월 발표한 ‘2024년 TV홈쇼핑 산업현황’에 따르면 TV홈쇼핑 7개 사업자의 지난해 방송매출은 2조6428억원으로, 지난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시니어 소비력’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일단 매장 나와봐, 공짜로 준다니까”…“온갖 병 다 고쳤어”
얼마 전 지하철에서 들려온 한 통화 내용은 이 변화의 방향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풀무원 로젠빈 먹어보라니까. 머리도 맑아지고, 골다공증, 하지정맥류, 고혈압...나 그거 먹고 온갖 병 다 고쳤잖아.” “일단 매장에 한번 와. 솔직히 한 박스에 몇십만 원인데 매장 오면 공짜로 10팩도 줘.” “그냥 산다고 생각하지 말고, 매일 한번씩 매장 나와서 공짜로 받아가.”
기자가 들은 이 말은 과장광고인지 궁금증을 일으켰다. 실제로 검색해보니 ‘로젠빈’은 풀무원로하스의 건강기능식품으로, 온라인에서는 3개월 분이 약 32만29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풀무원건강생활은 풀무원이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이며, 그 산하 브랜드인 ‘풀무원로하스’는 방문판매 채널로 운영된다.
또한 서울 강동구 암사동의 아예 간판도 없는 한 건물엔 매일 아침 수십 명의 시니어들이 모인다. 손수레(장바구니 카트)를 끌고 와 노래를 부르고, 시간을 보내다가 몇 시간 후에는 각자 가방 가득 제품을 안고 건물을 빠져나간다.
한 시니어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딸, 아들은 나한테 관심도 없어. 근데 여기 일하는 사람들은 날 챙기고 사랑해줘. 고마우니까 사는 거야. 용돈 주는 셈 치고.”
이들의 소비는 단순 구매를 넘어 ‘정서적 보답’의 개념에 가깝다. 해당 사례처럼 매장에 시니어들이 모여 교육·설명회·사은품 제공을 받고 제품을 구매하는 구조는 일반적으로 ‘방문판매 또는 후원방문판매’ 범주에 속한다. 방문판매 기반의 반복적 출석 유도·관계 마케팅 형태에 가깝다.
‘따뜻한 친절’에 시니어 마음 ‘흔들’…하지만 ‘과장 광고’ 주의해야
시니어들은 정서적 공감과 관계 형성에 민감한 세대다. 판매 현장에서 따뜻한 말과 반복적인 관심은 강력한 구매 요인이 된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들은 실적을 높이기 위해 과도한 효능 언급, 허위·과장 약속, 반복 방문 유도를 서슴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명백히 법 위반이다. 현행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금지행위)에 따르면 방문판매자 등은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 또는 거래해서는 안 된다.
건강기능식품을 ‘만병통치약’처럼 표현하는 것, 가격을 과장하는 것, 무료 제공을 미끼로 출석을 유도하는 것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시니어들의 관계 지향적 특성을 이용한 마케팅은 피해로 이어지기 쉽다”며, “불필요한 지출을 막기 위해서는 다음을 꼭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해당 업체가 방문판매·후원방문판매·다단계판매로 정식 등록된 업체인지 확인하기 ▲계약서·환불규정(청약철회 규정) 반드시 확인하기 ▲효능을 주장하는 제품일수록 공신력 있는 근거 확인하기 등
한편 시니어 소비층이 홈쇼핑에서 이탈해 새로운 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은 시대 변화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하지만 그 흐름 속에서 ‘정서적 친절’이 과장된 상술로 변질될 때, 소비자 피해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즉 시니어뿐 아니라 보호자·사회 전체가 함께 경계해야 할 시점이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