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산단은 고효율 설비 투자와 감축 병행, 속도는 제한적 전망
정부, 연말 제출 기한 강조하며 기업별 대응 촉진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전남 여수와 울산 산업단지에서 구조조정의 핵심 시험대에 올랐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대산 NCC 통합 계획이 신호탄이 된 가운데, 여수와 울산에서의 사업재편안 제출과 협의 속도가 향후 산업 전반 재편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여수·울산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산업통상부가 요구한 연말 사업재편안 제출 일정에 맞추기 위해 감산·통합·전환 시나리오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 산단은 LG화학, 여천NCC, 롯데케미칼 등 주요 기업이 집중돼 있으며, 에틸렌 생산능력만 약 626만톤으로 국내 절반을 차지한다. 설비 수와 공정 조합이 복잡하고, 기업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감산·통합·전환 등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연말까지 사업재편안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지원 배제를 예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LG화학은 기존 NCC를 GS칼텍스에 매각하고 합작사 설립을 통한 통합 운영을 검토 중이지만, GS칼텍스가 대규모 재편을 서두를 유인이 크지 않아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 간 자금 지원 문제로 재편 논의가 정체돼 있으며, 롯데케미칼과 여천NCC 간 수평 통합 가능성도 주주 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 속도가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 산단에서는 대한유화,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 등 주요 기업이 외부 컨설팅을 통해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다만 에쓰오일은 연산 180만톤 규모 샤힌 프로젝트가 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고효율 설비 확충이라는 판단 하에, 구조조정 논의 속도는 제한적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들은 특별법 통과 여부가 여수·울산 재편 속도를 결정할 핵심 변수라고 평가한다. 법안에서 감축·전환 지원 기준이 마련되면 그동안 이어진 ‘눈치보기’ 양상이 ‘속도전’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지만, 연말 시한이 다가오면서 재편안 발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여수 산단 내 기업들을 직접 방문하며 재편안을 압박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대산이 신호탄을 쏜 상황에서 여수가 사업재편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며 신속한 사업재편을 촉구했다. 울산 산단 기업들도 외부 전략 자문을 통해 감산·통합·고부가 전환 등 다양한 옵션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단기 성과보다는 구조적 개선을 위한 실질적 협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여수·울산은 국내 석유화학의 중심지인 만큼 재편 과정에서 기업 간 조율이 핵심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압박만 하기보다 지원과 조정 역할을 병행해야 추진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