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공공 침체 속 대기업 총출동, 과거 외면하던 정비사업이 ‘생존형 시장’으로 변모
[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2025년 건설경기 침체가 심화되는 가운데, 도시정비사업이 업계의 사실상 유일한 실적 견인축으로 부상했다.
주요 10대 건설사의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이미 39조원을 넘어섰으며, 업계는 연말까지 40조원 돌파가 확실하다고 전망한다. 주택·공공·해외·산업시설 등 전 부문이 한파에 빠진 상황에서 정비사업만이 유일하게 성장세를 유지하며 이른바 ‘생존형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특히 과거와 달리 대형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 이번 흐름의 핵심 변화로 꼽힌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기업들은 정비사업을 기피했다. 주민 갈등과 민원, 소송 리스크가 크고, 공사 중 발생하는 사고가 곧바로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구조 때문에 ‘비효율적 사업’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해외 EPC와 공공 SOC, 민간 분양사업이 훨씬 확실한 수익을 제공하던 시기에는 정비사업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도 사실이다. 당시 정비사업 시장은 중견·지역사 중심이었고, 대형사들은 상징성이 큰 일부 구역만 선별적으로 참여하는 형태가 이어졌다.
다수의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2022년 이후 건설산업 환경이 급변했다'고 설명한다. 해외 EPC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확대됐고, 공공 SOC는 예산 축소로 발주가 줄었다. 민간 분양시장 또한 높은 금리와 PF 경색 영향으로 위축되면서 사업성이 크게 악화됐다. 이 과정에서 대형사들은 '정비사업 외에는 실적을 방어할 수 있는 사업이 없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게 됐고, 그 결과 정비사업에 대한 참여 기조가 사실상 180도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대기업들의 수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9조원대 수주를 기록하며 국내 최초로 연간 10조원 달성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삼성물산은 재진입 이후 여의도·강남 등 핵심 구역에서 연달아 시공권을 확보했다.
GS건설과 포스코이앤씨 등도 모두 5조원대 수주 실적을 기록하며 ‘5조원 클럽’에 자리했다. 한동안 안전사고 여파로 입찰 활동을 자제하던 HDC현산 역시 다시 시장에 복귀하면서 약 3조 수주실적을 기록하는 등 경쟁 구도는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해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연말로 갈수록 경쟁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장위15, 방학역세권, 성동·여의도권 재건축 등 소위 ‘대어급’으로 불리는 단지들이 줄줄이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 역시 브랜드·자금력·안전관리 체계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대형사 위주로 입찰을 제한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쏠림 현상은 더욱 진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랜 기간 정비사업 참여를 제한해온 대형사들이 일제히 방향을 바꾼 데에는 생존 논리가 짙게 깔려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내년에도 주택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은 만큼 정비사업을 확보하지 못하면 회사 실적 방어가 어렵다”며 “안 하면 죽는다고 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비사업 시장의 고도 경쟁 체제가 불러올 부작용도 존재한다. 대형사 쏠림으로 인한 시장 경쟁 약화, 공사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하락, 인허가 지연 리스크 등이 대표적이다.
건설 업계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호황 속에서도 실제 마진이 감소하거나 일정 지연으로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기업 간 단순한 수주 경쟁을 넘어 리스크 관리 역량이 향후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문홍주 기자 re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