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수 2‧3세 자산은 수조 원 늘었지만 과징금은 0.5%
[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참여연대가 최근 기업 사익편취 분석자료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호반건설, 대방건설, 중흥건설, 제일건설, 우미건설 등 주요 건설사의 편법 승계 행태가 지난 10여 년간 구조적으로 반복돼 온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택지 벌떼입찰, PF 대출 무상보증, 시행·시공 일감 몰아주기가 결합된 형태로 총수 2‧3세 기업의 지배력과 자산이 빠르게 확대됐으며, 상당수 기업이 비공시 중견집단으로 분류돼 제도적 감시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반건설은 2013~2015년 유령법인을 포함한 19개 계열사를 동원해 공공택지 23곳을 확보한 뒤 이를 김상열 회장의 미성년 자녀 명의 회사로 넘겼다. 이 과정에서 분양매출 5조 8,575억 원, 이익 1조 3,587억 원이 발생했으며 PF 보증도 2조 6,393억 원 규모로 무상 제공됐다.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608억 원이었으나 항소심에서 243억 원으로 감경됐고, 사건은 현재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대방건설은 구교운 회장의 딸과 며느리가 지배한 대방산업개발에 공공택지 6곳을 2,069억 원에 전매해 매출 1조 6,136억 원, 영업이익 2,501억 원을 올렸다. 대방산업개발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이 기간 228위에서 77위로 상승했다. 공정위는 과징금 205억 원을 부과하고 법인을 고발했으며 형사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중흥건설은 장남 정원주가 100% 지분을 가진 중흥토건에 2015~2025년 사이 3조 2,096억 원의 무상 PF·유동화 보증을 제공해 시행·시공 이익을 집중시켰다. 이 결과 중흥토건은 매출 6조 6,780억 원, 이익 1조 원 이상을 확보하고 시공능력 순위가 82위에서 16위까지 뛰었다. 해당 기반은 이후 대우건설 인수로 이어졌으며, 공정위는 올해 6월 18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제일건설은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두 계열사(제이제이건설·제이아이건설)에 공공택지 7건의 공동시공권을 제공해 각각 1,574억 원, 848억 원 규모의 시공매출을 가져가게 했다. 당시 두 회사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각각 1,337위에서 205위, 546위에서 405위로 크게 상승했다. 비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분류돼 외부 감시가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우미건설은 총수 2‧3세 회사인 선우이엔씨를 앞세워 시행권을 확보하고 우미건설이 시공을 맡는 ‘통행세’ 구조가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2019~2021년에는 계열사 22개가 958회 입찰에 참여해 11개 공공택지를 확보한 것으로 분석됐으며, 경찰은 일부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공정위의 벌떼입찰 조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참여연대는 “이들 사례는 공공택지 제도와 PF보증 체계가 총수일가의 자산 증식 통로로 활용된 전형적 구조”라며 “비상장·비공시 중견기업집단에서 사익편취가 제도권 밖에서 반복되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총수 2‧3세 회사의 자산 증가 규모는 호반 4조 6,000억 원, 중흥토건 4조 2,000억 원, 대방산업개발 5,459억 원 등으로 나타났으나 실제 부과된 과징금은 자산 증가액 대비 0.5% 수준에 불과했다.
참여연대는 현행 공정거래법이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에만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하고 있어 중견 건설사 상당수가 규제 바깥에 놓여 있다고 지적하며, 자산총액 5,000억 원 이상 기업까지 포함하는 ‘기업집단 신고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아울러 총수·2세의 직접 형사책임 강화와 공공택지 공급제도의 전면 재검토를 통해 부의 세습 구조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정책 전문가는 참여연대의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건설업 총수일가의 편법 승계 문제는 개별 기업의 일탈이 아니라 제도적 허점을 이용한 구조적 현상이라며, 공공택지 공급·PF보증 체계를 손보지 않으면 동일한 사례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홍주 기자 re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