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장 “금융사 경영진, 이사회 자기 사람으로 채워 참호 구축”
전 정부 당국도 '참호' 문제 삼아... CEO 다수 '퇴진'으로 이어져
업계 관계자 "이사회 독립성 철저히 유지 중... 비판 수용 어려워"
일부 금융사, 이사회 관련 사항 재점검... 당국 수시검사 등에 '대비'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주요 금융그룹들이 이사회 내에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참호'를 구축했다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에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도 금융당국의 동일한 문제 의식 앞에 다수의 최고경영자가 물러났기 때문이다. '관치금융'에 대한 업계의 우려와 반발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부 금융사는 당국의 수시검사 등에 대비해 이사회 관련 사항을 재점검하는 모습이다.
28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 원장은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지주 회장이 되면 이사회를 자기 사람으로 채워 일종의 참호를 구축하는 분들이 있다"며 "(금융지주가) 오너가 있는 제조업체나 상장 법인과 별다를 게 없어지면 금융의 공공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이 부분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필요 시 제도 개선을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그룹의 이사회 운영을 두고 당국의 수장이 직접 강력한 '경고성 메시지'를 남긴 셈이다.
금융그룹을 향한 이 원장은 날선 시각은 각 금융그룹의 실제 사외이사진 '구성'에 근거한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8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JB·iM·BNK)의 사외이사 63명 중 각 지주 회장 취임 이후 선임된 이는 도합 37명(58%)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JB금융과 BNK금융은 사외이사 전원이 현 회장 취임 이후 선임됐다. 또한 우리금융(85%)·하나금융(77%)·농협금융(57%) 등도 사외이사의 절반 이상 현 체제에서 선임됐다. 반면, 신한금융(44%)·KB금융(42%)·iM금융(37%·옛 DGB금융) 등은 비교적 비중이 낮았다.
금융권은 이 원장의 발언에 불편한 기색이 뚜렷하다. 당국이 과거처럼 금융사 인사에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 탓이다. 실제로 이전 윤석열 정부 초기 당시 이복현 금감원장도 금융그룹의 '이사회 참호'와 '장기집권' 등을 문제 삼았고, 결과적으로 다수의 금융사 CEO가 퇴진한 바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당장 5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농협)만 해도 전체 계열사(64곳) 가운데 절반 가량(30곳)의 CEO 임기가 올해 말부터 내년 초 만료된다"며 "당국의 행보에 따라 이번에도 상당수의 CEO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금융권은 이 원장의 문제의식 자체에도 반론을 내놓고 있다. 사외이사 상시 자율점검·표결기록 공개 등 내부 장치에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주주·시장 견제 등 외부 감시까지 더해진 만큼, 이사회가 경영진의 참호로 전락할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당국의 '압박'에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도록 이사회의 독립성을 대폭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당국의 변화 요구를 적극 수용하면서 이사회의 면면이 달라진 부분도 분명 있다"며 "당국의 '참호론'에 고개를 끄덕이기 어려운 이유"라고 덧붙였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몇몇 금융사는 이 원장의 참호론에 뒤따를 수 있는 당국의 수시검사 등을 대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사외이사진과 임원 후보의 내부통제, 리스크 관리, ESG 경영 및 소비자보호 이력 등을 상세히 점검하고, 선임 절차와 관련해 증빙 가능한 객관적인 '목록'을 남기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관치금융 논란을 떠나서 금융사 입장에서는 당국의 수시검사 등에서 지적을 받으면 좋을게 아무것도 없지 않냐"면서 "특히 CEO 인선 절차에 들어가나 착수 예정인 금융사들의 긴장이 높아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