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하락기 진입과 경기 둔화가 겹치며 리스크 관리 역량 시험대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우리은행이 중소기업 대출 확대 압박과 건전성 관리 사이에서 이중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내세워 은행권에 중소기업 지원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 둔화와 금리 전환 국면이 겹치며 부실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 확보와 금융 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올해 들어 중소기업 금융 지원을 정책 기조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은 은행권에 신규 여신의 일정 비율 이상을 중소기업 부문에 배정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차감하는 제재도 강화하고 있다. 이 정책 기조에 따라 시중은행 전반에서 중소기업 여신 확대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며, 우리은행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중소기업 여신은 부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자본력이 탄탄한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경기 변동에 따라 현금흐름이 크게 흔들릴 수 있어 연체율 상승 위험이 크다. 특히 최근 금리 인하 전환기에 들어서면서 취약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완화되기 전까지 부실 징후가 확산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정책 방향이 중소기업 지원에 쏠리면서 은행의 대출 포트폴리오가 의도치 않게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며 “지속가능한 성장과 건전성 관리의 균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아지면 이자이익이 단기적으로 늘 수는 있지만, 부실률 상승 시 충당금 부담이 커져 실적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중소기업 금융을 강점으로 삼아왔다. 중소기업 고객 비중이 50%를 웃돌고, 지역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영업망도 탄탄하다. 이런 특성 덕분에 정부 정책 방향에 부응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반대로 위험 노출도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특히 제조업·건설업 등 경기 민감 업종의 대출 비중이 높다는 점도 향후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선제적 건전성 관리를 핵심 대응 전략으로 세우고 있다. 취약 차주에 대한 여신 심사를 강화하고, 고위험 업종에 대한 익스포저를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한편, 부실 가능성이 높은 차주군에 대해 사전 컨설팅 및 경영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단순한 대출 확대가 아니라 ‘선별적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또한 리스크 조기 경보 시스템(EWS) 고도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AI·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차주의 재무 상태, 업종별 경기지수, 현금흐름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체 가능성이 높은 차주군을 조기 포착해 여신 관리에 반영하는 구조다. 이는 단순 모니터링을 넘어 부실 전이 속도를 줄이는 핵심 장치로 평가받고 있다.
충당금 적립 강화도 중요한 축이다. 중소기업 부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정책을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내부 기준을 통해 위험 가중치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기 수익률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장기적으로 그룹의 안정성을 지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단순히 우리은행의 문제가 아니라 은행권 전반의 공통 과제로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 중소기업 금융을 확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경기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건전성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적 충격이 커질 수 있다”며 “우리은행은 이미 중소기업 익스포저가 큰 만큼 리스크 관리에서의 긴장감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수는 정책과 시장의 속도 차이다. 정부의 중소기업 대출 확대 정책은 단기간에 효과를 요구하지만, 건전성 관리는 시간이 필요한 영역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 환경이 불안정할수록 급격한 대출 확대는 부실의 씨앗이 된다”며 “우리은행이 정책 이행과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우리은행의 과제는 정책 순응과 건전성 확보라는 두 축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다. 대출을 늘리면서도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교한 신용평가와 선제적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경기 둔화와 금리 전환기가 겹치는 현 시점에서 이 균형을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가 우리은행의 실적과 신용도, 그리고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가늠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