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은 신선식품·생필품 강화로 반사이익 누려
전문가들 "정책 설계, 업태 간 형평성 고려해야"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추진한 소비쿠폰 정책이 기대와 달리 특정 업종에만 수요가 집중되면서 시장 왜곡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이 사용처에서 제외된 반면, 편의점은 소비쿠폰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으며 유일하게 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주요 대형마트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5%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 8월에는 -15.6%라는 큰 낙폭을 기록하며 소비 심리 위축과 정책 제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GS더프레시, 이마트에브리데이 등 SSM 역시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9월 매출은 전년보다 3~5% 하락했고, 8월에는 5개월 연속 이어지던 성장세가 끊기며 5.9% 급락했다. 근거리 장보기 수요를 흡수하던 이들 채널은 소비쿠폰 사용 제한으로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한 편의점은 완전히 다른 흐름을 보였다. 내수 둔화로 2분기까지 역성장을 겪던 편의점 매출은 지난 7월 들어 3.9% 증가로 돌아섰고, 8월에도 1.1%의 상승세를 유지했다.
소비자들이 장보기를 위해 편의점을 찾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업계는 소포장 정육과 신선식품, 저가 생필품 등의 비중을 빠르게 확대했다. 실제로 소비쿠폰의 사용 비중은 편의점이 1차 지급 당시 9.5%, 2차에서는 10.9%로 업종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 8월 기준 1회 구매 금액도 대형마트와 SSM은 각각 7.5%, 2.9% 줄어든 반면, 편의점은 오히려 3.5% 증가했다. 생활밀착형 소비 채널로 진화 중인 편의점 업태의 전략이 정책 수요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정책 취지 자체에 대한 비판은 적지만, 유통채널 간 형평성을 고려하지 못한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소비쿠폰이 전 국민 대상 소비 장려 수단인 만큼, 실제로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대형 유통 채널을 배제한 것은 정책적 허점이라고 꼬집는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채널을 배제하고 소상공인만 혜택을 주겠다는 접근은 결과적으로 소비 흐름을 왜곡시킨 셈”이라며 “업태 간 균형을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편의점 중심 소비만 늘어난다면 정책 효과가 일부 업종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며 “향후에는 사용처 확대, 업종별 차등 지급, 소비자 이용률 기반 설계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편의점이 단기적으로 반사이익을 누렸지만, 유통 업계 전반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얼어붙은 상태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오는 4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87로 전 분기 대비 15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경기 악화'를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특히 편의점의 전망치도 83으로, 지난 분기보다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겨울철 유동인구 감소와 경쟁 심화, 인건비 부담 등 복합적 악재가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는 여전히 81에 그쳤고, 온라인쇼핑도 급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한편 이번 소비쿠폰 정책은 특정 업태에만 수요가 몰리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단기 소비 유도보다, 실질적인 유통 생태계 전반의 활력을 살릴 수 있는 정교한 정책 설계를 주문하고 있다.
소상공인 보호와 소비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는 업태별 특성과 소비자 패턴을 반영한 보다 실효성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