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회복되면 철강 수요도 반등할 것이란 분석
저가 수입산 공세·미국 고율 관세는 여전히 악재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 불가피, 'K-스틸법' 제정 논의 활발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정부의 대규모 주택공급 확대 방안 발표에 기대를 걸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와 저가 수입재 공세, 미국의 고율 관세 등 복합 악재에 직면한 상황에서 내수 건설 수요가 회복된다면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근 정부는 향후 5년간 수도권에 총 135만호, 연평균 27만호 규모의 주택을 착공하는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공급 기준도 기존 인허가에서 착공으로 변경돼 체감 효과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공동주택용지를 시행하고 인허가 기간도 단축해 공급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철강업계는 이번 발표를 반기면서도 신중한 태도다. 국내 철강 수요에서 건설업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에 건설경기 개선은 곧 철강 내수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살아나면 철강 내수에도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며 “특히 착공 기준으로 공급을 잡은 것은 실제 수요 확대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철강업계는 여전히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철근 유통가는 톤당 70만원 선이 무너져 지난주에는 68만원까지 하락했다. 국내 업체들의 손익분기점이 톤당 70만원 후반대인 점을 고려하면, 판매할수록 손실이 나는 구조다. 중국산에 이어 일본산 저가 철근까지 유입되며 가격 하락 압력이 거세졌다. 지난달 일본산 철근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0% 이상 늘어났다.
미국의 고율 관세도 부담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월부터 철강 수입품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했다. 그 여파로 대미 철강 수출은 5월 3억3000만달러에서 8월 1억5000만달러로 급감했다. 업계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관세 완화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지만 추가 조정은 없었다.
정부 차원의 지원책도 마련되고 있다. 철강·알루미늄 업계를 대상으로 긴급경영자금 5700억원 규모의 지원이 계획돼 있다. 국회에서는 대통령 직속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설치를 담은 이른바 ‘K-스틸법’ 제정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해당 법안은 철강 기술 개발·투자 보조금, 세제 지원 등을 명시하고 있어 업계 재편의 법적 기반이 될 전망이다.
중국의 감산 움직임도 변수다. 중국 정부는 ‘철강산업 안정성장 계획’을 통해 생산 감축과 비효율 설비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간 조강 생산량 5000만톤 감산 가능성을 거론하며, 국내 시장의 공급 압력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가 수요 회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책이 실제 어떻게 집행될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동시에 미국의 관세와 저가 수입 공세라는 구조적 문제가 있어 업계 체질 개선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