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관후 처장, “900건 넘는 미결 사건, 합동수사단 가동·양형기준 마련 시급”
[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28일 국회입법조사처 이관후 처장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입법영향 분석 보고서'(이하 중처법 보고서) 발표와 더불어 기관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관후 처장은 “중처법 시행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양형기준조차 없어 평균 7천만 원대 벌금으로 끝나는 사건이 대부분”이며 “사건을 장기간 들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법의 억지력과 예방 효과가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처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사회적 갈등과 치열한 논의를 거쳐 제정된 법”이라며 “입법 당시 합의한 취지를 살리려면 집행 의지를 강화하고, 현재 미결 사건들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표된 중처법 보고서는 법 시행 3년을 맞아 처음으로 이뤄진 전수조사로, 2022년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발생한 1,252건의 사건을 분석한 결과가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사건의 73%인 917건이 여전히 수사 중이었다. 고용노동부와 검찰의 사건 처리 기간이 6개월을 초과한 비율은 각각 50%, 56.8%에 달했다.
형사처벌 실태 역시 입법 취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죄 비율은 10.7%로 일반 형사사건의 3배였고, 집행유예율은 85.7%로 2.3배에 이르렀다. 징역형이 선고된 47건의 평균 형량은 1년 1개월에 불과했으며, 법이 규정한 하한선인 1년 이상에 겨우 걸치거나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벌금형은 평균 7,280만 원 수준이었고, 20억 원이 선고된 단 한 건의 이례적 사례를 제외하면 대다수가 억 단위 초반에 머물렀다.
산업재해 예방 효과도 제한적이었다. 법 시행 이후 재해자 수와 사망자 수 모두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지 않았으며, 특히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5인 미만 사업장은 재해율과 사망률에 거의 변화가 없었다. 전체 재해 건수 증가세가 해당 사업장에서 지속되는 만큼, 제도 사각지대를 해소하지 않으면 중대산업재해 예방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현장의 체감 변화도 미미했다. 새로운 작업방식 도입이나 소음·진동·화학물질 등 물리적 위험 노출 감소는 거의 확인되지 않았으며, 일부 대기업에서만 경영진의 안전보건 인식과 관리체계 개선이 관찰됐다. 그러나 노동 강도 완화나 노동조합의 안전보건 참여 확대 등 실질적 변화는 드물었다.
법 집행 부진의 배경에는 불명확한 시행령과 부재한 시행규칙이 있었다. 법 제정 당시 처벌 기준 상당 부분을 시행령에 위임했지만, 모호한 규정에 대한 개선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양형기준도 마련되지 않아 사건별로 형량과 벌금이 크게 들쭉날쭉한 상황이다.
중처법 보고서는 현행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행령·시행규칙 정비와 양형기준 마련을 통한 법 적용 예측 가능성 제고, 수사 역량 강화를 통한 사건 처리 속도 개선, 경제적 제재 수단 강화 등을 제안했다.
이관후 처장은 "특히 900건이 넘는 미결 사건을 조속히 해소하기 위해 고용노동부·경찰·검찰이 함께 참여하는 ‘중대재해 합동수사단’을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사건 처리 절차를 표준화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매출액·이익 연동 벌금제, 재산비례 벌금제, 사고이력 가중벌금제, 산재보험 차등보험료제 등을 도입해 “산재를 방치하면 이익이 줄어드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 노동안전 전문가는 “이번 중처법 보고서가 보여준 통계와 사례는 현장에서 법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를 명확히 드러낸다”며 “법 적용 사각지대 해소와 수사·재판 절차의 전문화 없이는 앞으로 3년 뒤에도 같은 문제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문홍주 기자 re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