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2,000마리 벌집나방 애벌레, 24시간 안에 비닐봉지 먹어 치워
[녹색경제신문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지구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간이 쓰고 버린 플라스틱 폐기물과 거기서 흘러나온 초미세 플라스틱 잔해는 육지, 강과 바다를 포함한 수역은 물론 심지어 인간 신체 속 혈관을 타고 흐르는 혈액 속에서도 채취될 만큼 생태계 총체적으로 만연해진 유해 잔여 물질이다.
특히 플라스틱 제품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폴리에틸렌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1억 톤 이상이 생산되는데, 화학적으로 견고한 성질 때문에 완전히 분해되려면 수백 년이 걸린다. 환경을 고려해 천연 성분을 가미해 제조된 이른바 ‚생분해성‘ 플라스틱도 적정한 온도, 습도, 화학적 처리 공정이 없으면 자연 속에서 완전 분해되지 않는다.
놀랍게도 자연 생태계 어떤 생물들 — 예컨대, 벌집나방 애벌레 —은 플라스틱을 먹이로 섭취하고 소화 분해하여 체지방으로 저장해 생존할 수 있음이 알려져 미래 인류와 지구가 처한 플라스틱 쓰레기 오염 문제에 대항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 줄 희망이 보여 주목된다.
최근 캐나다 브랜든 대학(Brandon University) 생물학과의 곤충 질병 및 벡터 생물학과 연구진은 벌집나방 애벌레 2,000마리로 폴리에틸렌 소재 비닐 봉지 전체를 완전히 분해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최근인 7월 8일 벨기에 안트베르펜 시에서 열린 연례 실험적 생물학회 콘퍼런스(Society for Experimental Biology Annual Conference)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브라이언 카손(Bryan Cassone) 교수의 연구진은 벌집나방의 애벌레는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영양분으로 삼는 ‚플라스틱 섭식성(plastivore)’ 곤충이라고 규정하고, 이 새끼 곤충이 플라스틱을 섭취했을 때 체내에서 어떤 박테리아 미생물군집과 상호작용 및 반응하여 플라스틱을 생분해하는지 원리를 조사했다.
벌집나방(Wax worm, 학명: Galleria mellonella) 애벌레가 폴리에틸렌을 분해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앞서 2017년에 마드리드 소재 스페인 국립연구위원회(Spanish National Research Council) 생물학 연구센터의 페데리카 베르토키니(Federica Bertocchini) 곤충학 박사가 입증했었다.
당시 베르토키니 박사 연구진은 벌집나방 애벌레의 플라스틱을 섭취 후 분해하는 방법을 입증했다.
이어서 이번 카손 박사 연구팀의 연구를 통해서 드디어 벌집나방 애벌레가 어떻게 플라스틱을 소화 및 생분해 시키며 벌집나방 애벌레의 대량 사육이 어떤 환경적 효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자세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라 평가된다.
이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벌집나방 애벌레 2,00마리가 24시간 만에 비닐봉지 하나를 먹어 분해하고 먹은 플라스틱을 지방으로 전환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또, 설탕 같은 추가 자극영양제를 먹이면 보다 적은 수의 벌레로 동일한 분해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측한다.
연구진은 벌집나방 애벌레가 플라스틱을 섭취해 지방으로 전환시키는 능력을 인간이 고기를 먹어 살로 찌우는 원리와 비교한다. 가령, 사람이 고기 한 덩어리를 먹는다고 칠 때, 고기 속에 함유된 포화 지방과 불포화 지방을 과다하게 섭취한 후 연소하지 않을 경우 에너지로 사용되지 않은 여분의 영양분이 지방 조직에 비축 지질로 저장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문제는 벌집나방 애벌레가 플라스틱 먹이 만으로는 생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연구진은 벌집나방 애벌레가 폴리에틸렌 먹이를 좋아하는 식성을 지녔지만, 역설적이게도 플라스틱 만을 먹은 애벌레는 며칠 이상 생존하지 못하고 체중을 빨리 잃고 단명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연구진은 애벌레가 플라스틱을 섭취하면서도 자연 수준의 체력을 유지하며 정상적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돕는 영양 보조제를 개발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한다.
카손 박사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서 향후 플라스틱 쓰레기 분해 해법에 활용할 수 있는 두 가지 가능성을 제안한다.
첫째는 벌집나방을 대량으로 키워 애벌레에게 먹이와 플라스틱을 줘서 사육하는 방안이고, 둘째는 이번 연구에서 규명된 벌집나방 애벌레가 플라스틱을 체내에서 분해하는 메커니즘을 그대로 복제한 기계를 설계하는 방안이다.
첫째 방안은 비록 곤충이나 동물 권리 및 복지에 어긋나는 학대로 비춰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곤충의 과다 대량 사육에 따른 곤충 바이오매스 과잉 생산으로 이어져 또 다른 생태적 곤란을 야기할 수 있다.
단, 적당한 양의 곤충 바이오매스는 우수한 품질의 양어장 어류 사료로 사용될 수 있는 등 순환 경제 원칙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카손 박사는 첫번째 방안을 옹호하는 입장을 시사하며 실험적 생물학회 콘퍼런스 발표를 마무리했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