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은행 전체 수익의 40% 책임져... 은행권 하반기 실적 '경고등'
은행권, 기업대출 강화로 대응할 듯... 대기업 등 '우량' 기업고객 유치 경쟁 '활활'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은행권의 하반기 실적에 경고등이 켜졌다. 정부가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결정함에 따라 주 수익원인 이자수익 감소를 피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는 은행들이 수익성 보전을 위해 기업대출을 적극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3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7일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올 하반기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기존 계획 대비 50% 수준으로 축소하고, 보금자리론 등 정책대출도 연간 공급계획 대비 25%를 감축하기로 했다.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고자 '초강수'를 꺼내든 셈이다. 정부의 이번 대책이 효과를 낸다면 연간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최대 20조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대출 규모는 약 1800조 원으로, 정부는 경상 성장률(3~4%)를 고려해 가계대출 연간 증가폭을 75조원으로 잡고 관리하고자 했다"며 "명목 성장률 전망치가 1%포인트(p) 하락한 만큼 연간 20조원 정도를 더 줄이겠다는 계획"고 전했다.
문제는 은행권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가 가계대출에서 나오는 이자수익이라는 점이다. 정부의 이번 대책으로 은행권의 올 하반기 실적이 휘청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의 전체 수익에서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80% 수준으로, 이 가운데 가계대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이자수익은 절반 가량에 달한다. 즉, 은행들로서는 전체 수익의 40%를 책임지는 가계대출 영업에 지장을 받게 됐다는 얘기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만 해도 하반기 기준 가계대출 총량이 당초 4조원에서 2조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정책에 맞춰 가계대출을 축소할 경우 은행권의 가계대출 연간 성장률은 이전 대비 0.5~1%p 가량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경영전략을 서둘러 수정하고 실적 방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는 것이 현재 은행권의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이 가계대출 축소에 따른 수익성 하락을 피하고자 기업대출 확대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 규제로 가계대출 성장률이 제한될 때마다 기업대출을 늘려 총대출성장률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지킨 바 있어서다.
당장 지난해 하반기에도 은행권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을 옥죄자 기업여신 강화로 대응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상반기 말 1296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315조1000억원으로 18조2000억원 가량 빠르게 불었다.
관건은 건전성이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불황 등으로 이미 기업대출 연체율 등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만큼, 기업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도 건전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하느냐가 한층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4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68%로 전년 동기 대비 0.29% 상승했으며, 이 중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83%로 대기업대출(0.13%) 대비 6배 이상 높았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대출은 가계대출보다 건전성 관리가 어렵다"며 "기업의 경우 경영성과가 경기 변동 등 외부에 크게 영향을 받아 원자재 가격 급등과 같은 갑작스러운 한계 상황에서 차주의 상환능력이 급격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건전성에 여유가 있는 은행일수록 적극적으로 기업대출을 늘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리스크 관리 부담이 덜한 우량한 기업고객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진 터라 중소기업대출보다는 대기업대출을 강화하려는 은행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