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에셋생명, 106개 GA 제휴...실질적 업무위탁에도 책임 회피 구조
- '개인 일탈 vs 시스템 결함'...보험업계 GA 관리 패러다임 전환점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미래에셋생명 제휴 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또다시 고액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제판분리 이후 GA 채널의 급팽창 과정에서 통제 사각지대가 확산되는 가운데, 실질적 책임과 명목상 독립성 사이의 괴리가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제3자 리스크 관리 가이드라인 도입과 맞물려 보험업계의 내부통제 체계 전면 재검토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20일 미래에셋생명에 따르면 제휴 GA 소속 설계사 A씨가 2018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5년간 고객에게 투자를 빙자해 5억3097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A씨가 잠적한 뒤 피해 고객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으며,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18일 내부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이 업계에 충격을 주는 배경에는 미래에셋생명의 GA 관련 금융사고가 올해만 두 차례 발생했다는 점이 있다. 올해 1월에는 미래에셋금융서비스 소속 설계사들이 연루된 2000억원 규모 투자 사기 사건이 터졌다. 당시 금감원이 현장검사에 착수해 보험 영업 과정의 위법성을 점검했지만, 5개월 만에 또 다른 사고가 터진 셈이다.
미래에셋생명의 제휴 GA 규모는 현재 106개에 달한다. 2021년 3월 제판분리를 단행한 이후 급속 확장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 자회사형 GA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매출이 2021년 1896억원에서 지난해 2706억원으로 43% 급증하며, 전국 48개 지점에서 28개 보험사와 제휴하는 대형 GA로 성장했다.
제판분리(製販分離)는 보험회사가 보험상품 판매에 비전속채널을 활용하거나 본체에서 판매조직을 분리해 별도의 자회사가 담당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업계는 비용 효율화와 리스크 절감을 위해 설계사 조직을 떼어내 GA를 만드는 제판분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전속설계사들이 GA 소속으로 바뀌면서 책임감과 윤리의식이 이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분리 구조는 보험상품을 제조하는 주체인 보험회사가 판매를 담당하는 주체인 GA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을 상실하면서 통제 사각지대의 리스크가 급격히 커질 수 있다. 동시에 문제 발생 시 보험회사가 제휴사 책임으로 돌리며 면피할 수 있는 구조적 허점도 노출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판분리 이후 GA 채널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미래에셋생명이 100개 이상 GA와 제휴를 확대했지만, 개별 GA에 대한 실질적 통제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제휴 GA 규모가 확대되면서 단순 제휴사 관계를 넘어 업무 위탁 성격이 강화되고 있어, 실질적 책임과 명목상 독립성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제3자 리스크 관리가 보험업계의 핵심 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3월 보험업계부터 시작해 '제3자 리스크 관리 가이드라인'을 협회 모범규준으로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은 GA의 외형성장 위주 영업으로 인한 불완전판매 등 판매위탁 리스크를 핵심 관리대상으로 지정해, 보험사의 체계적 통제를 의무화한다. 보험사는 판매위탁 리스크를 중요 제3자 리스크 관리대상으로 반드시 식별하고, 제재이력이 있는 GA나 설계사 이동이 잦은 취약 GA에 대해서는 불완전판매율·민원 건수·제재이력 등을 종합 평가해 판매위탁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특히 금감원은 판매위탁 리스크가 위험성향에서 수용 불가능하거나 통제·경감·이전이 어려운 경우 위탁업무 중단이나 특별보완장치 마련 등을 의무화했다. 내부통제가 부실한 GA에 대해서는 특별 보완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했다. 이사회는 금융기관의 제3자 의존도와 종속성에 유의해 제3자 리스크 관리 정책 수립 및 감독 관련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해야 하며, 경영진은 이를 바탕으로 제3자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시행·유지하고 효과적 관리 조치 이행 후 이사회에 보고해야 한다. 금감원은 올해 3분기까지 전 업권에서 협회 모범규준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래에셋생명은 이번 사건을 "설계사 개인의 일탈 행위"로 규정하며 향후 금융사고 교육과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설계사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도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연속된 GA 관련 사고로 제3자 리스크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험사들이 GA 제휴 확대보다 질적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판분리 이후 외형 성장에만 매달렸던 GA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실질적 통제와 리스크 관리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