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은행 일자리 매칭·KB 송금 특화...은행별 차별화 전략 가속
- 외국인 체크카드 이용 75% 급증...은행권 '새 수익원' 주목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은행권이 외국인 고객 공략에 근본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외국인 금융센터·다국어 상담이 이제 기본 서비스가 된 가운데 구직활동부터 부동산 투자, 한국어 교육까지 아우르는 종합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하며 265만명 외국인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선 모양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외국인 누적 고객 수는 737만명에 달했다. 하나은행이 316만명으로 1위를 기록했지만, 각 은행이 차별화된 특화 영역을 구축하며 경쟁 양상이 세분화되고 있다.
실제로 은행권의 외국인 서비스는 기존 금융 중심에서 생활 전반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외국인 금융센터 운영, 다국어 상담 서비스, 특화 브랜드 출시 등은 이제 은행권의 기본 선택지가 됐기 때문이다. 대부분 시중은행이 외국인 전용 점포를 운영하고 각종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이러한 서비스만으로는 더 이상 차별화를 이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배경에서 은행들은 금융을 넘어선 생활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외국인 전용 앱 '우리WON글로벌'에서 원티드랩과 협업한 일자리 매칭 서비스를 상반기 중 제공한다. 외국인 매칭데이 행사를 주관하는 한편 우리은행 고객에게 우선 참여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고객에게 맞춤형 일자리 정보 제공으로 실질적인 취업 기회를 연계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생활, 일자리, 교육 등 외국인 고객의 안정적인 한국 정착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지속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접근성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외국어 고객상담센터의 영어·베트남어·러시아어 상담을 주말에도 제공하고 1월 오픈한 김해 외국인 중심 영업점에서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금융 상담이 가능하다. 이나인페이(E9pay)와의 협력을 통해 E9pay 앱에서 입출금계좌와 체크카드 동시 발급 서비스도 7월 출시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관광객 중심 플랫폼 전략을 택했다. 외국인 관광객 전용 플랫폼 '워카(WOKA)'를 운영하는 원더라운드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환율 우대 환전과 원화 출금, 선불카드 충전 등 금융 기능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통합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송금 특화에 나선 KB국민은행은 지난 4월 출시한 'KB 퀵 센드'를 통해 5000원 송금수수료만으로 최대 1영업일 내 처리가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건당 미화 1만달러까지 송금할 수 있으며 네팔·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 등 5개국에서 시작해 상반기 내 48개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지방은행도 차별화에 나섰다. 전북은행은 '브라보 코리아 무빙 라운지'를 서울 동대문과 대림 등 외국인 밀집 지역에 배치해 찾아가는 금융 복합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별 인구 구조 변화로 지방은행들이 외국인 고객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전략 변화가 외국인 고객의 급속한 양적·질적 성장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외국인 유치 정책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265만명을 넘어섰고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취업자도 2019년 86만명에서 작년 말 101만명으로 17% 늘었다.
특히 외국인 고객의 거래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은행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KB국민카드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체크카드 이용 고객 수는 2019년 대비 46%, 이용 금액은 75% 급증했다. 인당 월평균 이용 건수와 금액도 각각 22.8건, 51만6000원으로 5년 전 대비 20%, 19% 늘었다.
이런 흐름에서 업계는 외국인 고객의 금융 니즈 변화가 은행 전략 전환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 금융 거래를 넘어 한국 정착의 전 과정을 지원하는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함으로써 고객생애가치(LTV) 극대화를 노리는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외국인 시장이 국내 금융업계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인 고객은 환전·송금 등 수수료 수익이 높은 서비스 이용 빈도가 내국인보다 훨씬 높고, 지방은행의 경우 기존 고객 기반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외국인 대출 고객이 급증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향후 외국인 고객의 한국 정착 과정에서 금융뿐만 아니라 일자리·주거 등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