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 "머니무브 가능성 크지 않다"...보호한도 효과 회의적
- 2011년 사태 재현되나...구조조정 위기설에 예보료 부담까지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예금보호한도가 9월부터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2배 확대되는 가운데 일부 저축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 국면에서도 예금금리를 오히려 인상하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SBI·조은·예가람저축은행 등이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4%포인트까지 올리며 수신잔액 방어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예금보호한도 상향을 위한 6개 법령의 일부개정에 관한 대통령령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1일부터 은행과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전 금융권에 동일하게 예금자 보호한도가 1억원으로 확대된다. 2001년 이후 24년 만의 상향 조치다.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호공사가 최근 발표한 연구용역 결과를 살펴보면, 예금보호한도 상향 시 저축은행 예금이 16~25%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금융학회 역시 최근 발표한 분석에서 이보다 더 적극적으로 최대 40%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저축은행 업계는 이 같은 낙관적 전망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에 적용하는 여신 관련 규제로 여신 운영에 어려움이 있어 역마진을 감수하고 수신을 유치할 유인이 부족하다"며 "저축은행으로의 머니무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저축은행들의 수신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들여다보면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올해 2월 기준 100조5769억원으로, 2022년 11월 정점(121조3572억원) 대비 20조원 이상 감소했다. 지난해 10월과 비교해도 4개월 만에 3조원 이상 줄어든 셈이다.
이처럼 수신 감소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일부 저축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 흐름에 역행해 예금금리를 올리는 전략을 선택했다. SBI저축은행의 경우 지난달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2.8~3.0%에서 3.0~3.2%로 0.2%포인트(p) 인상했으며, 조은저축은행은 서울 본점 모집 정기예금 금리를 2.8%에서 3.2%로 무려 0.4%p나 끌어올렸다. 예가람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도 6개월 단기 예금금리를 각각 0.2%p, 0.15%p 상향 조정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현재 이들 저축은행의 금리는 5대 시중은행의 12개월 만기 예금금리(2.55~2.60%)보다 최소 0.4%p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과거 저축은행과 은행 간 금리 격차가 1%p 이상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크게 축소된 상황이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금리 인상이 구조조정 위기에 대응하는 생존 전략에 가깝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예금보호한도 상향 이후 자산건전성이 취약한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예금자 보호한도가 높아지면 부실 금융사 정리 시 공적자금 투입 부담도 커지므로 당국이 미리 건전성 취약 금융사를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다.
금융권의 한 전문가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에도 부실화 징후가 보이던 저축은행들이 먼저 예금금리를 크게 올렸던 전례가 있다"며 "지금의 금리 인상도 구조조정 위기감 속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업계는 예금보호한도 상향으로 예금보험료(예보료) 부담이 가중되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저축은행의 예보료율은 0.40%로 은행(0.08%)의 5배에 달할 뿐 아니라 증권·보험(0.15%), 상호금융(0.2%)보다도 높은 실정이다. 금융위 용역연구에 따르면 보호한도 상향 시 보험료율을 최대 27.3%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돼 저축은행의 비용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금융당국은 자금 이동에 따른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한국은행 등이 참여하는 자금이동 상시점검 TF를 이달 중 발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수신 경쟁 과열이나 유동성 리스크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즉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