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교사 삼은 미래에셋, 강점 있는 AI 플랫폼 연금운용에 적용
웰스테크, AI솔루션본부 중심으로 AI 플랫폼 전환 가속
미래에셋표 RA 서비스 성과 입증…수익률·운용액 ↑, 두마리 토끼 잡아
[인사이트녹경 = 조영갑기자] “미래에셋의 목표는 조직 전반에 지능형 인공지능(AI) 플랫폼을 장착하고, 이 강력한 기술을 업무 전반에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활용하는 것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국제경영학회 2024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밝힌 내용이다. 박 회장은 최근 몇 년 간 AI에 꽂혀 있다. 올해 초에도 약 3개월 간 중국, 인도 등의 AI 테크 등을 둘러보고, 글로벌 자산배분 투자의 에이밍을 고성장 '신흥국 테크'로 설정했다. 그는 신흥국 테크의 추격 속도를 '무서울 정도'라고 표현했다.
미래에셋그룹의 DNA가 변모하고 있다. 길의 끝에는 'AI 플랫폼'이 있다. AI 섹터를 글로벌 자산배분 투자의 타깃으로 삼겠다는 의미를 넘어 글로벌 IB로의 외형을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에셋그룹 자체가 IT 플랫폼화하며 '퀀텀점프'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박 회장이 국제경영학회 컨퍼런스에서 밝힌 목표 역시 AI 플랫폼화를 위한 일종의 액션플랜이다.
이런 움직임은 조직 전반에 자연스레 스며들고 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AI 테크를 활용한 고객 자산 운용 조직인 '웰스테크(Wealth Tech) 본부'를 신설하고, 이와 별개로 생성형 AI LLM(거대언어모델),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는 AI솔루션본부를 확대하는 등 IT 브레인 조직과 전략기획, 실행 조직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있다.
웰스테크본부(본부장 양은석)는 고객의 자산(wealth) 가치를 테크(기술)을 통해 제고한다는 미션을 갖고 출범한 조직이다. 로보어드바이저(RA)팀, AI자산관리솔루션팀, 데이터솔루션팀 등을 중심으로 약 3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AI솔루션본부에는 20여 명 가량의 IT 전문가들이 근무하고 있다. 미래에셋금융그룹 전체로 확장하면 약 10% 가량의 IT 전문인력이 AI 테크 시프트를 목표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타사가 유사 조직을 디지털 사업부문에 배속하는 것과 달리 미래에셋그룹은 투자전략부문으로 분류하고, 고객자산 관리 및 업무 효율화 전반을 선도하는 전위대로 활용하고 있다.
인적 채용, 전사 교육 등에서도 이런 흐름이 드러난다. IB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일반 신입 채용 과정에서도 파이선 등 코딩 활용 능력에 가점을 줄 만큼 조직 전반에 IT 역량을 뿌리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래에셋그룹 내부에서는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데이터 분석 아카데미를 개최하고, 파이썬을 활용한 코딩 프로그래밍, SQL(Structured Query Language) 등의 교육을 실시하면서 AI 프로그래밍, 데이터 분석 역량을 키우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이 불을 지핀 '거대한 전환'은 테크사로 전환을 선언했던 골드만삭스의 방향성을 떠올리게 한다. 글로벌 톱티어 IB 골드만삭스는 2015년 경 금융회사의 정체성을 벗고, IT테크로 진화하겠다는 뜻을 공언한 바 있다. 2018년 취임한 데이비드 솔로몬 대표(현 회장)가 공표한 "우리는 테크회사다(We are a Technology Firm)"라는 말은 업계의 유명한 표제어다.
이후 골드만삭스는 트레이딩 등 레거시 비즈니스의 비중을 대폭 축소하고, IT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RA 서비스를 선도 출시하며 핀테크 부문의 투자를 가속화했다. 현재 골드만삭스 전체의 IT엔지니어 비중은 약 3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마커스인베스트(Macus invest)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고액 자산가 위주의 자산관리 서비스가 아닌 범용 고객 자산관리 서비스다. 1000달러만 있어도 가입할 수 있는 자산관리 서비스다. AI 기술이 접목된 RA를 기반으로 주식, 채권, ETF 등에 걸쳐 자산을 자동으로 분배,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로 알려져 있다. AI 알고리즘이 각종 경제 지표와 주가 흐름 등 빅데이터를 분석, 투자 전략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AI RA 부문을 투자전략 전반으로 확장시키지 못하고, 지난해 4월 미국의 핀테크 업체인 베터먼트(Betterment)에 매각하면서 사실상 실패를 자인했다. 업계에서는 골드만삭스의 강점을 살리지 못한 전략의 실패로 해석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는 IT 플랫폼을 외부 수혈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으나 이 시도가 그룹 전체의 체질을 개선한다기보다 소매금융 등 기존에 하지 않았던 사업의 징검다리로 활용하는 수준에 그친 게 결과적으로 패착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애플과 함께 추진하려 한 애플카드(Apple card) 사례도 회자된다. 데이비드 솔로몬 회장은 최근 2030년까지 예정된 애플과의 제휴를 조기 종료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잘 알고, 기존 강점이 있는 고객군의 언멧니즈(Unmet needs)를 충족하는 방식의 바텀업 의사결정이 아니라 그룹의 신수종 사업 진출이라는 관점의 톱다운 방식의 의사결정이 원인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당시 소매금융 시장에는 베터먼트를 비롯해 '날렵한' 톱티어 AI핀테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미래에셋그룹 내부에서도 골드만삭스 사례에 대한 스터디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다.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우리의 AI플랫폼 접근방식은 골드만삭스의 방식과 시작부터 다르다"면서 "우리가 가장 잘 알고, 규모의 경제를 구축한 곳에서부터 AI 플랫폼을 접목해 고객의 페인포인트(pain point)를 해결해 나가자는 게 최고 경영진과 실무진이 합일한 방향성"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퇴직연금 운용 역량과 글로벌 자산분배 투자의 관점에서 AI플랫폼의 활용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미다.
미래에셋그룹은 2005년 업계 최초로 퇴직연금본부를 설립하고, 20년 넘게 고객 연금자산을 운용한 퇴직연금 부문의 선도자, 최강자다. 증권업계 최초로 올 1월 퇴직연금 자산 30조원을 돌파하며, 연금자산 총액(퇴직연금+개인연금) 44조35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박 회장의 글로벌 자산분배 원칙에 따라 전체 운용자산의 40% 가량을 해외 시장에 투입하고 있다. 2018년 미국 자산운용사 글로벌X, 2022년 호주 ETF 운용사 'ETF 시큐리티스'를 인수한 것도 이 일환이다.
이 연장선에서 미래에셋그룹은 연금에 최적화된 RA 운용 서비스를 시작으로 투자운용 전략 전반으로 확산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성과도 잇따르고 있다. 2022년 9월 개시된 RA 서비스는 현재 4만2700개의 가입계좌, 운용액 2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타 사의 추종을 따돌리고 있다. 내부에서 집계된 RA 운용 수익률 역시 두 자릿수 이익률에 이를 정도로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웰스테크본부는 초개인화 AI 에이전트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각각의 고객 혹은 일선 PB에 일대일 AI에이전트를 제공, 투자운용 상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자산운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웰스테크본부 관계자는 "기성 서비스나 상품들은 동일한 컨셉의 집한운용 상품에 다 같이 가입하는 구조라 포트폴리오 운용 매니저가 포트폴리오 구성을 바꾸면 모든 가입자에게 영향을 미친다"면서 "하지만 미래에셋이 추구하는 초개인화 서비스는 각각의 개인에게 독립적으로 AI 에이전트가 배정돼 안정적 운용을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영갑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