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올릴 수도 없다”...슈링크플레이션마저 제동 걸린 식품업계
코코아값 하락에도 초콜릿 가격은 ‘상승 중’...업계, “투입 시차 고려해야”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식품업계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가격 담합 조사에 직면하면서 추가 가격 인상에 제동이 걸렸다.
원재료비 상승 등 부담이 여전하지만, 당국의 조사로 향후 가격 조정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다. 업계는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4일 농심, 오리온, 롯데웰푸드, 크라운제과 등 주요 식품업체 4곳에 대해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각 사 본사에 조사관을 파견해 식품 가격 인상과 관련된 내부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는 최근 가공식품 가격이 잇따라 오르며 소비자 부담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3.6%로, 지난 2023년 12월(4.2%)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다. 김치, 커피, 빵, 햄, 베이컨 등 주요 생활 밀착형 품목의 출고가 인상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석 달 연속 2%대를 유지했다.
공정위는 특히 빵, 과자 등 가공식품의 가격 인상 과정에서 업체 간 담합 정황이 있었는지를 집중 조사 중이다. 담합 사실이 확인될 경우 과징금 등 제재를 예고한 상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담합이나 불공정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 있는지 철저히 감시하라”고 지시했다.
식품업계는 당국 개입으로 당분간 추가 가격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전반적으로 가격 인상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가격을 올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제약 속에서 업계는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가격 외에 마땅한 대응책도 없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제품 용량을 줄여 가격을 유지하는 ‘슈링크플레이션’ 전략도 이미 소비자 반발과 당국의 규제를 받으며 사실상 사용이 어렵다.
일각에선 주요 원재료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든 만큼, 식품가격도 인하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업계는 국제 원자재 가격과 국내 투입 단가 사이의 시차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코아 가격은 하락했지만, 그 효과가 실제 제품 원가에 반영되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aTFIS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15일 기준 국제 코코아 가격은 톤당 8002 달러로, 지난해 12월 기록한 최고치(1만2565 달러) 대비 36.31% 하락했다. 평균 가격보다도 9% 이상 낮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콜릿을 주원료로 한 제품 가격은 여전히 오름세다.
남양유업은 4월 초 초코우유 브랜드 ‘초코에몽’의 출고가를 평균 8.9% 인상했다. 투썸플레이스도 3월 말 대표 케이크 제품 가격을 2000원 인상했다. 해태, 오리온, 롯데웰푸드 등도 앞서 초콜릿 제품의 가격을 줄줄이 올렸다. 롯데웰푸드는 초코빼빼로, 크런키, 가나마일드, 몽쉘 등 주요 제품군의 권장소비자가를 최대 21%까지 인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국제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이미 누적된 원가 부담이 크다”며 “일부 원재료 가격 하락만으로 전체 가격 인상을 제한하는 건 시기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해석”이라고 말했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