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미국에서도 규제 강화해와
국내에서도 제도 개편 나오나?... 금융위·금감원·국회 모두 제도 개선 공감
[녹색경제신문 = 유자인 기자] 금융당국과 정계에서 MBK파트너스에 대한 강경발언이 연달아 나오고 있다. 해외에서도 사모펀드 자금조달 규제가 강하게 존재하는 만큼 국내에서도 사모펀드 제도 개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금융당국, MBK파트너스 ‘철퇴’ 내린다
21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홈플러스 사태로 인해 금융당국과 정부에서 MBK파트너스에 대한 강경 대응 발언이 빗발치고 있다.
지난 19일 금융감독원은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와 관련해 대주주인 MBK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최초로 국내 사모 펀드가 특정 사건으로 금감원 검사를 받게 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홈플러스 사태 의혹들을 확인하기 위해 핵심당사자인 MBK에 대해 오늘 금융투자검사국이 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홈플러스가 진정성 있게 협력업체와 투자자들에게 신뢰감 있는 파트너라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전날 국회 현안질의에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불출석한 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별도 팀을 꾸려 홈플러스 관련 MBK 검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증권 담당 부원장 산하로 업무를 옮겨 현안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최소한 상반기에는 중점 업무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사 범위에 대해선 “MBK의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 인지 시점, 홈플러스 회생 신청 계획 시기, 전자단기사채 발행 판매 과정에서의 부정거래 의혹,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 양도 과정에서 국민연금 등 투자자(LP)의 이익 침해 여부 등이 포함되며 일부에 한정되지 않는다”며 “회생절차 진행 경과 및 민원 동향 등을 감안해 불완전판매 여부에 대한 점검 시기와 강도도 조절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1일 금감원은 해당 TF를 발족하고 즉시 킥오프(Kick-Off) 회의를 개최했다. TF는 불공정거래조사반, 검사반, 회계감리반, 금융안정지원반 등 총 4개 반으로 구성됐고 여기에 조사·법률·회계·IT 전문가들이 배치됐다. 오는 5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지만 필요 시 운영 기간은 연장될 수 있다.
TF는 MBK에 대한 검사를 시작으로 기업어음(CP)와 전자단기사채 발행·판매 관련 불공정거래 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지난 20일부터 홈플러스의 회계처리기준 위반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회계심사도 진행 중이다.
국회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MBK 관련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홈플러스 사태의 책임을 MBK가 직접 해명해야 하는데 18일에 출석하라고 했더니 김 회장은 하필 17일부터 19일까지 홍콩 출장을 잡았다”며 “국회 출석을 회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다. 청문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도 “정무위 차원에서 고발이 당연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홈플러스 사태로 어려워하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청문회를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MBK의 변칙에 가까운 차입매수, 탈법과 불법에 가까운 악행들이 드러나고 있다”며 “김 회장이 국회에 출석할 때까지 계속 청문회를 개최하고 국정조사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사모펀드, 해외에서도 규제 들어가... 국내에서도 제도 개편 나오나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는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사모펀드에 일정 기준을 제시해 금융 안정성, 시장 경쟁 및 투자자 보호 등의 관점에서 규제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통화감독청(OCC), 예금보험공사(FDIC)가 ‘레버리지 대출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사모펀드의 과도한 레버리지 사용을 억제했다. 부채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6배를 초과할 경우 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레버리지 대출이란 사모펀드나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 피인수업체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빌리는 돈을 뜻한다.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은 이를 담보로 증권을 발행하여 상품으로 판매한다.
당시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원인은 2001년 사모펀드 관련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이후, 기관들이 규제되지 않은 투자자의 수요에 의해 부분적으로 주도된 레버리지 신용의 양이 과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OCC, Fed 이사회, FDIC의 감독을 받으며 레버리지 대출 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금융 기관에 적용됐다. 법적 강제력은 없기에 당시 은행들은 레버리지 대출을 늘렸지만 2014년 가이드라인이 강화되어 감독관들이 강도 높은 조사를 하는 등 강경하게 대처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형 기관 감독 조정 위원회(LISCC) 소속 대형 금융기관인 뱅크오브아메리카·BNY멜론·시티그룹·골드만삭스·JP모건·모건스탠리·스테이트스트리트·웰스파고 등 8개 금융기관이 레버리지 대출을 크게 줄여 효과를 봤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3년 8월 사모펀드 투명성을 확대하는 규제안을 채택해 미국 사모펀드가 분기 명세서 배포, 연간 재무제표 감사, 비용 및 수수료 공개, 일부 투자자에게만 제공하는 정보 금지 규정 등을 준수하도록 했다. 지난해 2월 강화된 규제안이 채택됐고 지난 1월 당시 계획됐던 3월 12일에서 오는 6월 12일까지 규제안 관련 준수 데드라인을 미뤘다.
반면 국내 사모펀드 제도는 지난 2021년 개편 이후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 지난 18일 국회 정무회의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사모펀드의 투명성 부분을 높여야겠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면서 “제도를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이복현 금감원장은 임원회의에서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상장폐지 목적의 공개매수가 많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일반주주 보호에 미흡한 측면이 있어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금감원은 사모펀드의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자본시장연구원에 관련 연구 용역을 발주해 올 상반기 내 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규제 내용을 구체화할 전망이다.
금감원은 올해 업무계획에 자산운용사 내부통제 효율화 및 부적격 사모펀드 운용사(GP) 정리 방안 마련 등을 포함시켰다. 특히 GP에 중대 법규 위반 발생 시 ‘원 스트라이크 아웃(즉시 퇴출)’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사모펀드는 일반 금융회사와 달리 금산분리 규제를 받지 않아 산업자본으로 분류되는 기업의 경영권을 직접 행사 가능해서 사모펀드가 기업을 단기적인 수익 창출 수단으로 활용해 장기적인 기업 경영 안정성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악용 가능하다. 이에 금융당국은 MBK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의 산업자본 개입 문제와 관련한 금산분리 규제도 검토 중이다.
국회에서는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다음달 프랜차이즈 가맹점, 버스 회사 등 민생 취약 분야에 대해 사모펀드의 진출을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유자인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