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 제재지침 확정
이사회 산하 내부통제위원회 설치 잇따라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대형 증권사들이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내부통제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이 내년 2월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을 결정한 가운데, KB증권과 NH투자증권은 책무구조도 도입과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내부통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에서 횡령·배임·불완전판매 등의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 업무 연관성에 따라 최고경영자(CEO)까지 책임을 묻는 제도다. CEO를 비롯해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최고고객책임자(CCO) 등 의사결정 임원 모두가 책무 지정 대상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지주와 은행은 2025년 1월 2일까지, 자산 총액 5조 원·운용자산 20조 원 이상 증권사는 내년 7월까지, 나머지 증권사는 2026년 7월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내년 1월 그룹 차원의 책무구조도 운영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2월부터 업무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는 증권사 제출 기한인 내년 7월보다 5개월 앞당긴 것으로,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실무에 도입하는 사례가 된다.
신한투자증권의 조기 도입 결정은 최근 발생한 ETF 유동성공급자(LP) 운용 손실 사태와 관련이 있다. 회사는 지난 8월 2일부터 10월 10일까지 LP 팀 내부 직원의 운용 목적을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로 13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으며, 이를 은폐하기 위해 외국계 증권사와의 스와프 거래를 허위로 보고한 사실이 발각됐다.
이 사고로 ETF LP 담당 본부장과 대표 등 임원 2명이 보직 해임됐으며, 금융감독원은 신한투자증권에 대한 현장 검사에 착수하고 26개 증권사와 주요 자산운용사의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전수점검을 시행하기로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리스크관리 이슈에 일찍 대응하는 증권사일수록 모범적 선례가 될 수 있다"며 "먼저 도입함으로써 대외적 신뢰를 회복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최근 증권사 내부통제 이슈가 끊이질 않는 만큼 무엇보다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방어하려는 의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형 증권사들도 책무구조도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B증권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과 전 본부 부서가 참여하는 '내부통제 제도개선 TF'를 구성해 책무구조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딜로이트 안진을 컨설팅 파트너로 선정하고 내부통제 제도개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책무구조도를 확정하고, 임원 책무 변경과 신규 선임에 따른 시나리오별 파일럿 테스트 시행과 관리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컨설팅을 진행함과 동시에 임원과 관련 TFT 멤버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이사회 내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는 방향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며 "당사는 선제적으로 내부통제 활동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자율적 준수 문화를 구축하여 바람직한 내부통제 관행이 정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정기 조직개편에서 준법감시인 직속으로 내부통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준법기획팀을 신설했다. 회사는 올해 4월 책무구조도 도입을 위한 TFT를 신설하고, 법무법인을 컨설팅 파트너로 최종 선발해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당사는 현재 대표이사가 위원장을 맡은 내부통제위원회를 운영 중이나, 주주총회 이후에는 개정된 지배구조법에 따라 이사회 산하에 새로운 내부통제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했다.
관계자는 "향후 기존 내부통제위원회는 내부통제협의체로 전환해 내부통제 관련 안건을 사전 심의하는 절차를 추가해 관련 심의를 2단계로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초 임원 워크숍에서 책무구조도 도입 관련 제도 설명회를 진행하고, 책무구조도 TFT 신설 후 부서별 실무담당자를 선정해 교육과 설명회를 진행하기도 했다"며 "경영진과 이사회,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책무구조도 도입 전 충분한 설명을 진행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일 금융회사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 운영 지침을 최종 확정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금융회사의 임원들이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위반할 경우 이 지침이 적용된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