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횡령 사태의 여진은 현재진행형... 노사갈등에 몸살 앓고 금감원 제재까지 앞둬
횡령 사태 여파에 따라 예경탁 은행장 연임 물 건너갈 수 있다는 관측 나와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BNK경남은행이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드러난 3000억원대 횡령 사건의 후폭풍이 강하게 발생하고 있는 탓이다. 이에 따라 해당 사건의 추가 파장이 예경탁 행장의 거취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남은행은 지난해 예 행장 취임 이후 실적에서 상승일로를 걷고 있다. 경남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571억원으로, 이는 2014년 BNK금융그룹에 편입된 이후 최대치였다.
올 상반기에는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경남은행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1613억원)보다 430억원(27%) 급증한 204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순익의 80%에 육박하는 실적을 단 반기 만에 거둔 셈이다.
아울러 시금고 지위를 지켜냈다는 점도 예 행장의 성과로 꼽힌다. 경남은행은 지난해 9월 연간 5조원 규모의 예산을 관리하는 울산시 1금고로 재선정됐다. 시중은행의 시금고 도전이 이어지는 와중에 거둔 승리라는 점에서 더욱 눈에 띈다는 평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경남은행의 최근 성과에 대해 "예 행장이 취임 직후부터 '2030년 자산 100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며 공격적인 영업을 주문한 결과로 보인다"며 "지금의 기세가 이어진다면 경남은행이 2년 연속으로 역대급 실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성과를 이끌어낸 예 행장의 연임 기상도가 마냥 밝지만은 않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금융당국에 적발된 대규모 횡령 사태의 여파에 따라 내년 3월 임기 만료인 예 행장이 얼마든지 연임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사태는 경남은행에서 투자금융부장을 지낸 이모씨가 2007년부터 2022년까지 본인이 관리하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자금 등을 대거 빼돌리면서 발생했다. 총 횡령액이 무려 3089억원으로, 이전까지 횡령액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던 2022년 우리은행 횡령사고(668억원)보다도 약 4.5배 크다. 금융권 역대 최대 규모의 횡령 사건이 경남은행에서 터졌다는 뜻이다.
취임 전에 불거진 문제인 만큼 예 행장으로서는 책임 소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면도 있다. 또, 영업이 쉽지 않은 대위기 속에서 눈에 띄는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해당 사태의 사후 처리 측면에서 예 행장의 리더십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경남은행은 지난 7월 초 해당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직원들에게 지급된 성과급의 일부 환수를 결정했다. 환수 대상 성과급은 직급별로 달랐지만 최대 1000만원에 이르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한 직원들의 반발은 거셌다. 노동조합은 즉각 법무법인 선임을 통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으며, 사내에서는 경영진이 내부통제에 실패한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겨서는 안된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실제로, 성과급 환수 결정 이후 약 한 달 동안 일반적인 업무가 마비됐을 정도로 노사갈등의 골이 깊었다는 후문이다.
결국 경남은행은 지난달 11일 예 행장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노조 동의 없는 환수는 없다"며 성과급 환수 결정을 번복했다. 뒤늦게 노사갈등 진화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에서 예 행장의 리더십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구성원의 반발이 명백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소통 없이 성과급 환수를 추진해 예 행장을 포함한 경남은행 경영진의 의사 결정 체계가 부실하다는 점만을 여실히 드러내지 않았냐는 지적이다.
게다가 노사갈등을 완전히 진압하지 못했다는 점 역시 예 행장의 거취를 위협하는 불안요소다.
현재 경남은행과 노조는 성과급 환수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양측의 입장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측은 직원의 동의 하에 성과급 환수를 진행하겠다는 자세인 반면, 노조는 "(성과급 환수에) 앞으로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유지 중이다.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노사갈등이 격화돼 예 행장의 리더십에 다시금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해 횡령 사태와 관련된 금융당국의 제재심 또한 예 행장의 행보에 먹구름을 불러올 수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경남은행의 횡령 사태에 대한 제재심을 진행 중이다. 횡령 규모가 금융권을 통틀어 역대 최고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사업 진출 제한 등의 중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이 낮지 않다. '당국의 강력한 제재를 이겨내고 지금의 성장세를 유지 또는 확대해야 한다'는 고난도의 과제가 예 행장에게 주어질 수 있는 셈이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노사갈등을 빠르게 봉합해 조직을 정상화 시키는 동시에, 당국의 제재가 초래할 경영 부담을 최소화하는 일이 예 행장의 핵심 임무가 될 것"이라며 "경남은행이 제재 때문에 실적에서 부진하거나 노사갈등으로 조직이 와해된다면 예 행장을 대신할 제2의 소방수가 투입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