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어려운 상황 절감… 새 기회 대응한다”
[녹색경제신문 = 이선행 기자] 말 그대로 ‘설상가상’이다. 전 세계 여러 나라가 AI 시대의 반도체를 ‘안보’로 여기며 패권 잡기에 혈안이 된 요즘, 우리나라 삼성전자의 상황이다.
사상 첫 파업이 예고돼있는 데다 방사선 피폭 사고도 뒤늦게 알려졌다.
“다시 힘차게 뛰어보자”는 전영현표 리더십은?
이러한 상황에서 쇄신을 위해 새로이 DS부문장 자리에 오른 전영현 부회장(이하 전 부회장)의 리더십이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이례적으로 반도체부문 사장을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지난 21일 신임 DS부문장으로 위촉된 전 부회장은 꼼꼼하고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다.
29일 사내 게시판에 게재한 취임사에서 전 부회장은 “반도체 사업이 과거와 비교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현재의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DS부문 경영진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경영진과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 최고 반도체 기업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다시 힘차게 뛰어보자“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각오로 상황을 더욱 냉철하게 분석할 것“이라며 “어려움을 극복할 방안을 반드시 찾겠다. 삼성 반도체가 우리 모두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전 부회장은 “지금은 인공지능(AI) 시대이고 그동안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며 “큰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우리가 방향을 제대로 잡고 대응하면 다시 없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부회장은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입사해 디램·플래시메모리 개발실장, 전략 마케팅 팀장 직을 거쳐 2014년부터 메모리 사업부장(사장)으로 일했다. 2017년에는 삼성SDI로 자리를 옮겨 5년간 대표이사 역할을 수행하였으며 지난해 말 정기인사에서는 신설 조직인 미래사업기획단 단장으로 위촉됐다. 올해부터 삼성전자와 전자 관계사의 미래 먹거리 발굴 역할을 수행해왔다.
내년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에 선임될 예정인 가운데, 그가 말한 ‘새로운 기회’ 앞의 ‘새 삼성’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사상 첫 노조 파업 예고
지난 29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파업을 예고했다. 1969년 창사 이래 55년 만의 첫 파업이다.
전삼노는 삼성전자 사내 5개 노조 중 가장 큰 규모의 노조다.
서울을 비롯해 광주, 경기 용인시 기흥구·수원시·평택시·화성시, 경북 구미, 충남 온양·천안 등 약 2만 8천여 명의 직원들을 구성원으로 한다. 전체 직원의 약 22%에 달하며, 이중 대다수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직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 선언은 전날(28일) 사측과의 교섭이 파행으로 돌아선 직후에 이뤄졌다.
전삼노는 “사측은 아무런 안건도 없이 교섭에 나왔다. 모든 책임은 노동자를 무시한 사측에 있다”며 즉각 파업을 표명했다.
노사는 특히 성과급 지급 기준을 두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현재의 성과급 기준인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가 아닌, 영업이익이 기준이 되기를 요구한다.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밀리며 적자 경영을 낸 상황에서 임원들에게는 성과급이 지급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작년 한 해 DS 부문은 14조 880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적자를 냈다.
전삼노는 다음 달 7일 단체 연차 사용으로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단계적 ‘총파업’으로까지의 의지도 내비쳤다.
이날 파업 선언은 삼성전자의 주가를 끌어내렸다. 29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3.09% 내린 7만 5200원에 장을 마쳤다.
‘노노갈등’ 조짐 또한 보인다.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은 “직원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상급단체(민주노총) 가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에는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 삼성전기 존중지부삼성화재 리본노조 등 5개 노조가 소속돼 있다.
기흥 사업장서는 방사선 피폭사고
뒤늦게 사고도 알려졌다. 지난 27일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던 직원 2명의 손 부위가 엑스레이(X-ray)에 노출되는 사고다.
이들은 손가락이 붓고 붉은 반점들이 나타나는 증상을 보였다. 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에서 퇴원 후 현재는 통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사고 보고를 받고 현장 조사에 나섰다. ‘원자력이용시설의 사고·고장 발생 시 보고·공개 규정’에 따라 방사선 작업 종사자가 선량 한도 이상의 피폭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을 때 즉시 관계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추후 원자력안전법 위반사항이 확인될 경우에는 행정 처분 등의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기흥사업장의 신축 어린이집 공사 현장에서는 50대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선행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