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최대 물가…물가상승률 年 5% 전망
연말금리 3.0% 예측…한미 금리격차 1%p 넘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5일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물가 영향이다. 다만 최근 기대 인플레이션율 하락 등 물가안정 신호에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밟은 지난 달보단 보폭을 한 뼘 줄였다.
이번 인상으로 지난 달 역전된 미국금리(상단 기준 2.5%)도 다시 따라잡게 됐다. 다만 다음 달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최소 0.5%p 이상 인상을 예고하며 외환방어 등에 있어 큰 역할은 하지 못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올 연말 금리수준을 3.00%로 내다보고 있다.
IMF 이후 최대 물가…연간 물가상승률 5% 유력
한국은행이 지난 4월 이후 4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했다. 물가 영향이 크다. 지난 달 국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6.3% 올랐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 이후 최고치다.
최근 이러한 물가는 안정될 조짐을 보인다. 8월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전월 대비 0.4%p 줄었다. 지난해 12월 이후 첫 하락세다. 지난 달 미국물가가 큰 폭(0.6%p)으로 하락하며 글로벌 물가가 정점을 통과했다는 기대도 나온다.
비록 주춤하고 있으나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 1~7월 누적 물가상승률은 4.84%다. 만약 남은 5개월 동안 전월대비 물가상승률이 0%를 유지한다고 해도 연간 물가상승률은 4.96%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치(2%)를 두 배 뛰어넘는다.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환율도 변수다. 미국발 긴축신호에 원달러 환율은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 상승을 이끌며 전반적인 물가를 끌어올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오를 때마다 물가는 0.06% 오른다.
이번에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며 역전된 한미금리는 다시 균형을 되찾았다. 한미 양쪽 모두 2.5%다. 그러나 곧바로 다음달 제자리로 돌아갈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최소 0.5%p 인상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김대준 연구원은 “(한미금리가 균형은 되찾지만) 연준의 더 빠른 금리 인상이 다음달 바로 시행된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환율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한국의 경제 체력 약화와 글로벌 달러화 강세 등을 감안하면 환율 흐름은 당분간 현 수준이거나 그보다 조금 높은 레벨에서 움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미 금리격차, 1%p 벌어지나…국내 연말금리 3.00% 전망
이 가운데 글로벌 금리인상 시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미 연준이 이달 공개한 7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을 통해 “현재와 같은 긴축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매파적 스탠스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물가가 정점을 지났다는 시장 기대와 달리 연준은 아직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준총재는 “우리는 인플레이션에 상당한 하방 압력을 가할 정책금리 수준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배경에 미국 연말금리 전망치도 상향되고 있다. 24일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80.1%의 확률로 연말금리가 3.75%를 넘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달전 이 확률은 7.7%였다.
반면 국내 연말금리 수준은 2.75~3.00%로 전망된다. 시장전망이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한미 금리격차는 연말 1% 수준까지 벌어지게 된다. 한미금리 역전에 따라 달러 대비 원화매력이 낮아지며 환율부담은 지금보다 더 높아지게 된다.
그렇다고 한은이 마음 놓고 금리를 올릴 상황은 아니다. 가계부채 리스크 때문이다. 2분기 기준 국내 가계부채는 1869조4000억원이다. 역대 최고치다. 높아진 이자수준에 경기침체 여파까지 겹쳐 차주들의 상환리스크는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올 연말금리 수준을 3.00%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남은 금통위(10월, 11월)에서 모두 금리를 0.25%p씩 올리는 시나리오다.
키움증권 안예하 연구원은 “지난 7월 50bp(1bp=0.01%p)에서 25bp로 금리 인상 속도를 낮추는 것이지만 한국은행은 매파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며 “아직까지 국내 물가 피크아웃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으며 추가적으로 물가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리인상 의지를 계속해서 보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연말까지도 인상 사이클 자체는 유효하다는 것이 확인될 경우 최근과 같은 금리반등국면은 연장될 여지가 크다”며 “8월 이후 올해 기준금리 결정이 이뤄지는 남은 2차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매번 25bp씩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