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대비 6배 큰 자산매각에
“허리케인급” 파급효과 우려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이달부터 양적긴축에 돌입한다. 기준금리를 인상한지 3달여 만이다. 9조 달러(약 1경1000조원)에 달하는 대차대조표를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절반 줄인다는 목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양적긴축이 불러올 파급효과를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린다.
美 연준, 이달부터 양적긴축 돌입…전례 없는 규모
미 연준은 이달부터 오는 8월까지 최대 475억 달러 규모의 국채(300억 달러)와 주택저당증권(MBS·175억 달러)을 매달 매각할 예정이다. 만기가 도래하면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이다. 당장 오는 15일부터 국채 150억 달러를 털어낸다.
이후 9월부턴 자산 감축량을 두 배 늘린다. 매달 최대 950억 달러(국채 600억, 주택저당증권 350억 달러)다. 이렇게 하면 연말 최대 5225억 달러(약 650조원) 규모의 자산을 감축하게 된다.
이번 양적긴축은 과거 2017년과 비교해 빠르다. 연준은 지난 2015년 12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1년 10개월(34개월)만에 첫 양적긴축에 돌입했다. 반면 지금은 인상 후 3개월 만에 양적긴축에 진입한다. 어림잡아 11배 빠른 속도다.
규모도 크다. 2017년 연준은 월 10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까지 점진적으로 자산을 매각했다. 그렇게 총 6000억 달러 치를 팔았다. 이번 양적긴축은 475억 달러로 시작해 900억 달러씩 매달 자산을 매각한다.
글로벌 투자은행이 예측하는 적정 대차대조표 규모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5~6조 달러다. 이를 위해선 연준은 최소 3조 달러 이상을 감축해야 한다. 2017년 대비 6배 큰 규모다. 총 기간 3년이 걸릴 예정이다.
JP모건 CEO “허리케인급 파급효과 올 것”…“이미 다 알려진 악재”
이 가운데 이번 양적긴축이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력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입장은 엇갈린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현지시각 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우리는 이러한 양적긴축을 해본 적이 없다”며 “경제에 먹구름이 아니라 허리케인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의문은 연준 내부에서도 나온다. 5월 FOMC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에서 의원 다수(several participants)는 “(양적긴축이) 금융 시장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미국계 대형은행 웰스파고는 연준이 내년 말까지 약 1조5000억 달러치의 자산을 감축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두고 “기준금리 0.75~1.00%p 인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양적긴축이 과거보다 규모가 크지만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는 입장도 있다. 이미 금융시장이 충격을 모두 흡수했다는 이유다.
키움증권 김유미 연구원은 “과거 2017년 양적긴축을 발표할 당시 첫 금리인상이 2015년 12월이었음을 감안하면 양적 긴축시기가 매우 빠르게 진행됨을 알 수 있다”며 다만 “(지난 3월) 내용이 이미 전해졌던 만큼 금리조정이나 양적긴축발표 자체가 주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공동락 연구원도 “시기나 규모 면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앞선 선례에 대비된 분석도 그리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며 “3년이라는 시간은 QT의 충격이나 부작용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6월 FOMC는 현지시각 14~15일 예정돼있다.
한화투자증권 김성수 연구원은 “(6월 회의에서) 최근 경기 흐름을 놓고 연준 구성원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지만 결국은 경기보다 물가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기대 인플레이션 안정 없이는 경기 순항이 어렵다. 단기적인 고통을 감내해야 오랫동안 편안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