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한국기업 대응은⑤석유화학] 에너지 전환 '발등'...수소·폐플라스틱 등 신사업 속속 "위기를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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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한국기업 대응은⑤석유화학] 에너지 전환 '발등'...수소·폐플라스틱 등 신사업 속속 "위기를 기회로"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4.2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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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업계 기후변화 대응 본격화...2050 탄소중립은 기본
미래 대체에너지로 수소 낙점...사업화 노력
폐플라스틱 재활용 열기도 뜨거워...환경오염 줄이고 신사업 기회도 찾는다

미국이 40개국 정상을 초청해 22일(현지시간) 기후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기후변화라는 세계적 위기에 전세계가 온실가스 배출을 낮추는데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존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고 탄소 가격제와 배출권 거래제 확대 등의 정책들이 제시됐다. 

한국은 올해 들어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과제라 할 수 있는 탄소중립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12개 업종별로 탄소중립위원회를 가동하는가 하면 기후변화대응의 기본법이 될 탄소중립법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코 앞으로 다가온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난제에 국내 기업들은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코트라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바이든 정부의 전방위적인 기후변화 대책에 업계의 대응 마련이 시급하다"고 28일 밝혔다. 

코트라는 "향후 미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탄소세 및 탄소 국경조정도입으로까지 확대되면 우리 기업에 이중고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국내 기업들에 크나큰 도전과제를 던지고 있다. 이 중에서도 석유화학 업종은 변하지 않으면 생존을 보장받지 못할 정도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방향성이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탈탄소 기조로 급격히 방향을 틀고 있어서다.

석유화학은 연간 약 7100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국내 제조업 중에서는 철강(1억1700만톤)에 이어 두 번째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업종이다. 원료인 나프타의 열분해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 등 부생가스를 연료로 연소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하지만 그동안 석유화학 업종은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5일 '제3차 미래산업포럼'에서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디지털 전환'과 '탄소 중립' 모두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이날 회의에서 공개된 순위를 보면 평가 대상 8개 업종 중 디지털 전환은 5위, 탄소중립은 6위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석유화학 업종은  촉매기술이 오랜 기간 핵심경쟁력 역할을 해온 탓에 디지털 기술 도입 등 혁신에 소극적이었고 석유를 원료로 하는 산업의 특성상 짧은 시간에 탄소절감을 달성하는 데에도 제약이 많았다"며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 이슈로 에너지 대전환 시대가 본격 도래하면서 생존과 미래사업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 노력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전경

석유화학 업계 기후변화 대응 본격화...2050 탄소중립은 기본에 사업화까지 속속

실제 올해 들어 석유화학 업계의 기후변화 대응이 본격화되고 있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업종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친환경 저탄소 산업으로 진화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 

단기적 방안으로 설비효율 향상, 촉매 등을 활용한 공정개선, 바이오 플라스틱 R&D 등 활성화가, 중장기 방안으로 수소, 탄소, 바이오납사 등으로의 원료대체, 신재생에너지 등 연료대체 및 폐플라스틱 재활용 방안 등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움직임이 올해 2월 발표했던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석유화학 탄소제로위원회' 출범이다. 이 곳에서 석유화학 업계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탄소중립을 위한 각 사의 움직임은 매우 구체적이다. 

지난 2월 9일 오후 대전 유성구 SK환경과학기술원에서 열린 석유화학 탄소제로 위원회 출범식 모습.
지난 2월 9일 오후 대전 유성구 SK환경과학기술원에서 열린 석유화학 탄소제로 위원회 출범식 모습.

LG화학은 지난해 7월 업계 최초로 '2050 탄소중립성장'을 선언했고 전체 사업장을 대상으로 RE100(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을 추진할 예정이다. 

2030 탄소중립성장'을 선언한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친환경 부문 6조원 규모의 성장 목표를 밝혔다. SK종합화학은 친환경 제품 비중을 2025년까지 70% 이상으로 확대하고, 여천NCC는 에너지효율을 위해 지속적인 설비 및 공정 개선에 투자할 계획이다.

한화토탈은 프랑스 토탈사의 ‘넷 제로(Net Zero)’ 선언에 맞춰 세부 이행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C는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에서 그린 모빌리티 소재·부품 전문회사로의 기업 정체성 전환을 선언했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동박사업을 키워 국내외 증설을 통한 글로벌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고, 신규 그린 모빌리티 소재 사업에 뛰어들 예정이다. 탄소배출 및 플라스틱 넷 제로라는 장기적인 목표도 내세웠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주력 생산기지인 울산컴플렉스(울산CLX)의 동력 보일러를 친환경 액화천연가스(LNG) 연료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 50여년간 벙커씨 보일러를 통해 석유정제 시설 가동을 위한 동력을 공급했지만 최근 마지막 보일러의 가동을 중단했다. 오는 7월에는 울산CLX의 8기 동력보일러 모두 친환경 LNG만을 사용한다.

에쓰오일도 대기 오염물질 배출 저감을 위한 친환경시설 투자에 선제적으로 나서 최근 가동에 들어갔다. 잔사유 수소 첨가 탈황시설(RHDS)은 원료인 고유황 잔사유를 고온 고압의 반응기에서 수소 첨가 촉매 반응을 통해 불순물을 제거해 생산 제품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을 줄이는 환경친 시설이다. 

미래 대체에너지로 수소 낙점...사업화 노력

석유화학 업계는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의 선봉으로 수소를 꼽고 있으며 이를 사업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석유화학 공정이나 철강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나오는 ‘부생 수소’의 경우 수소 생산을 위한 추가 설비나 투자 비용 등이 적어 경제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부산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생산량에 한계가 있고, 열분해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이에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그린수소’ 생산에 주목하고 있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전해 생산 방식으로 태양광, 풍력 등으로 생산한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한다. 

우리나라는 2003년에야 수소에너지사업단이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등 아직 갈 길이 멀다. 개발 시점이 주요국들보다 늦은 만큼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이를 따라잡겠다는 복안이다.

두산은 수소시장 공략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두산중공업, 두산퓨얼셀 등 계열사 내 전문 인력으로 태스크포스팀(TFT)을 신설했다. TFT는 수소 생산, 유통, 활용 전 분야에 걸쳐 시장 분석 및 전략을 수립한다.

두산중공업은 창원공장 부지에 내년 준공을 목표로 수소액화플랜트를 건설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그린수소 실증사업’에 참여해 그린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두산퓨얼셀은 그린수소 기자재 시장 선점을 위해 고분자전해질형 연료전지(PEMFC) 방식의 수전해 기술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한화솔루션 수소사업 로드맵.
한화솔루션 수소사업 로드맵.

한화솔루션은 기존 수전해기술개발팀을 ‘수소기술연구센터’로 확대하고,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1조3500억원을 포함해 내년부터 5년간 총 2조8000억원을 사업에 투자할 방침이다.

한화솔루션은 강원도 평창에서 강원도·한국가스기술공사와 함께 그린수소 실증 생산 단지를 구축하고, 도내 풍력발전소에서 공급하는 전력을 활용해 연간 290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하기로 했다. 그린수소 실증생산 단지 구축에는 총 300억원을 투자하며, 내년 하반기 상업 운전이 목표다.

에쓰오일은 최근 차세대 연료전지 기업 FCI에 투자,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수소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사우디 아람코와의 협력을 통해 그린수소, 그린암모니아를 활용한 사업 및 액화수소 생산·유통사업 등에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수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LPG를 연료로 수소생산설비를 통해 블루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040년까지 300개 수소 충전소를 구축해 생산한 수소 판매를 위한 공급망도 갖춘다.

SK E&S는 SK인천석유화학에서 나온 부생수소를 활용해 액화수소를 2023년부터 상업생산할 예정이다. 연간 3만톤 규모의 생산설비가 구축되면 SK에너지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도권 충전소에 수소를 공급할 계획이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열기도 뜨거워...환경오염 줄이고 신사업 기회도 찾는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려는 열기도 뜨겁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제품으로 환경오염도 줄이면서 신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SKC 이완재 대표이사(왼쪽)와 SPC팩 김창대 대표이사가 4월 29일 서울 종로구 SKC 본사에서 ‘친환경 포장재 사업 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생분해 포장재 확대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SKC 이완재 대표이사(왼쪽)와 SPC팩 김창대 대표이사가 4월 29일 서울 종로구 SKC 본사에서 ‘친환경 포장재 사업 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생분해 포장재 확대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SKC는 SPC그룹과 손잡고 포장재 생산 계열사 SPC팩이 손을 잡고 친환경 생분해 포장재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SKC의 친환경 생분해 필름은 매립 조건에서 단기간에 100% 분해되는 친환경 포장재다.

SKC와 29일 서울 종로구 SKC 본사에서 SPC팩과 '친환경 포장재 사업 협력 업무협약식'을 열고 생분해 포장재 확대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또 SKC는 울산에 국내 최대 규모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공장 세울 예정이다. 

한화솔루션은 2024년까지 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한화솔루션은 2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국책 과제인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기반 나프타 생산 기술'사업 주관기업으로 선정됐다. 이번 과제는 폐플라스틱을 고온에서 분해한 열분해유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분자 구조를 변화시켜 나프타(납사)를 생산하는 기술(PTC) 개발이 목표다.

LG화학은 지난해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생분해성 신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옥수수 성분의 포도당과 폐글리세롤(바이오 디젤의 생산 공정 중 발생한 부산물)로 폴리프로필렌(PP) 등 합성수지와 같은 기계적 물성 및 투명성을 구현해냈다. LG화학은 바이오원료를 활용한 친환경 합성수지 생산을 위해 세계 최대 바이오디젤 기업 핀란드 네스테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등 상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GS칼텍스는 아모레퍼시픽과 플라스틱 공병 재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27일 체결했다. GS칼텍스는 아모레퍼시픽 플라스틱 공병 100t을 친환경 복합 수지로 재활용해 이를 화장품 용기 등에 다시 새롭게 적용한다. 

효성티앤씨는 친환경 섬유 '리젠'의 리사이클 프로젝트를 확대한다. 효성티앤씨는 서울시 및 자치구(금천·영등포·강남)와 투명 폐페트병을 분리수거해 친환경 섬유로 재생산하는 '리젠서울' 프로젝트 양해각서를 28일 체결한다. 효성티앤씨와 서울시는 올 상반기까지 1차로 100톤의 리젠서울을 생산한다는 목표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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