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재개 초읽기上] 동학개미운동 계속 될까…‘한국판 게임스톱 사태’ 나타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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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재개 초읽기上] 동학개미운동 계속 될까…‘한국판 게임스톱 사태’ 나타날 수도
  • 노우진 기자
  • 승인 2021.04.23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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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매도 트라우마’ 생긴 동학개미…“이미 몇 번이나 공매도로 손해 봤다”
-미국의 '게임스톱 사태'가 보여준 가능성…응집력 발휘한 개미들, 공매도 기관 상대로 승리
- 동학개미, 최소한의 무기는 갖췄다…‘개인 대여주식 규모 100배 확대’

다음달 3일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동학개미'가 어떤 대응을 할지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과거 외인과 기관의 공매도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였다. '공매도 포비아(공포)'란 단어가 나온 이유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덩치를 키운 개인투자자들은 동학개미로 불릴 만큼 시장의 한 축으로 급성장했다. 기관과 외인의 쌍끌이 매도공세를 동학개미들이 받아내며 시장을 떠받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거래에 숨통을 틔우는 개선책을 내놓았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개인대주제도 개선책’을 통해 개인투자자에게 허용되는 대여주식의 규모를 종전 205억원에서 2조4000억원 수준으로, 약 100배 확대했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을 마련해 준 셈이다. 

[사진=pngtree]
[사진=pngtree]

동학개미의 ‘공매도 트라우마’…개인투자자의 이탈 시작(?)

지난 2018년에 있었던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과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 사태는 개인투자자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기관·외국인 투자자가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를 통해 시장을 좌지우지한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두 사건을 겪은 개인투자자들은 불법 공매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금융위는 기술적 한계 등을 이유로 불법 거래 사전 차단 시스템 도입 거부 의사를 밝혔다.

자본 규모가 큰 기관·외국인 투자자는 일반적인 투자와 공매도를 병행하며 주가에 하향압력을 줄 수 있다. 이에 주가가 하락하면 개인투자자는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때문에 공매도 금지조치가 동학개미의 등장을 일정정도 뒷받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하루 1조원 이상 매도 압력을 완화하는 효과를 거뒀을 것”이라 추정했다.

실제 과거 2011년에 공매도가 재개됐을 때는 개인투자자가 시장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2011년 공매도 재개 한 달 전후로 개인은 4조2049억원을 팔았다.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최근 개인의 순매수세는 약해지고 있다. 지난달 시장에서 7조6000억원을 순매수했던 개인투자자는 이달 들어 1조186억원을 사들였다. 이를 두고 공매도 재개에 부담을 느낀 개인투자자들이 이탈을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강대석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라는 제도 자체가 증시 추세를 바꾸는 요인은 아니지만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제도인 만큼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스톱 사태', 기관에 대항해 집단행동한 개미 무리가 거둔 승리

‘기울어진 운동장’인 공매도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기관을 상대로 역승을 거둔 사례가 처음 나왔다. 최근 미국에서 있었던 ‘게임스톱 사태’다.

기관이 게임스톱의 주식을 대량 공매도하자 이에 대항해 미국 개인투자자들은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라는 이름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뭉쳐 게임스톱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이에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하자 공매도 기관은 대량의 물량을 팔았고 개인투자자들이 풀린 물량까지 매수하며 결국 게임스톱은 상승 마감했다.

이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까지 합세해 개인투자자 세력에게 힘을 실어줬다. 머스크는 “공매도는 사기이며 구시대적 제도”라고 비판했고 게임스톱 주가는 기다렸다는 듯 수직 상승했다. 게임스톱의 주가는 개인투자자가 집중 매수를 한 사흘간 96달러에서 347.5달러로 3.5배 뛰었다.

결과는 개인투자자들의 완승으로 끝났다. 게임스톱 사태로 공매도 기관은 한화 1조원 이상의 손실을 냈다. 

게임스톱 사태는 개인투자자가 결집하면 기관이 주름잡던 공매도 시장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개인 대여주식 규모 100배 확대’…동학개미, 최소한의 무기는 갖췄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개선책을 통해 개인에게 공매도용 주식을 빌려주는 증권사를 기존 6곳에서 17곳으로 늘렸다. 중소형 증권사까지 추가해 올해 안에 28곳 증권사에서 개인 공매도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일반적인 주식 매도와 공매도를 병행할 수 있는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은 상승장과 하락장 상관없이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공매도 시장에서 소외된 채 상승장에서만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대여할 수 있는 주식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개인투자자들도 기관·외국인의 공매도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게임스톱과 같은 일이 국내 시장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노우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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