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미국 조지아·텍사스·테네시 주 등 한국기업 투자 몰린다...어떤 혜택 주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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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미국 조지아·텍사스·테네시 주 등 한국기업 투자 몰린다...어떤 혜택 주길래?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4.21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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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주 ‘K-완성차 전초기지' 입지 우뚝...파격적 세제 혜택
텍사스 주 삼성전자 대규모 투자 예정...15년 세금 감면 혜택
테네시 주, LG에너지솔루션-GM 배터리 제2공장 낙점...양질의 노동력과 기업친화적 환경 제공
대기업들, 정부의 기업 '옥죄기'로 국내 투자는 외면...'씁쓸'

한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 러쉬가 이어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 주 배터리 공장, 삼성전자의 텍사스 주 반도체 공장, LG에너지솔루션의 테네시 주 배터리 공장 등 미국 내 투자열기가 뜨겁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 조지아, 텍사스, 테니시 주 등에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들 주의 기업 유치 전략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말했다. 

미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을 주창하며 삼성전자 등 한국기업 유치에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공급망 구축의 핵심은 미국 내 공장 설립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2일 주재한 백악관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대책 회의에서 "오늘 내가 여기 있는 이유는 우리가 어떻게 미국 내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고 미국의 공급망을 보장할 것인지 말하기 위한 것"이라며 밝혔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참석해 있었는데 노골적으로 투자를 강요한 셈이다. 

이러한 미국의 공급망 구축에 따른 설비투자 압박 외에도 한국 기업들이 미국을 선호하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각종 세제 감면 등의 실질적 혜택이다. 한국 기업들의 투자는 미국 조지아 주, 텍사스 주, 테네시 주 등에 쏠리고 있다. 이들 지역들의 공통점은 해외 기업이 투자할 경우 강력한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조지아 주 ‘K-완성차 전초기지' 입지 우뚝...파격적 세제 혜택 제공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조지아 주 배터리 1공장.
SK이노베이션 조지아 주 배터리 1공장.

미국 조지아 주는 북미 지역의 대표적인 한국 제조기업의 생산거점으로 완성차 기업과 관련 부품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 완성차 산업의 북미진출 교두보 역할을 수행했다. 조지아주는 2006년 웨스트포인트 지역에 기아 북미 생산공장을 유치한 것을 시작으로 2021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공장도 유치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조지아 주에 배터리 2공장을 건설 중이다. 2019년 1분기에 착공한 1공장은 최근 완공돼 내년 1분기 가동을 앞두고 있다. 2공장은 2023년부터 양산에 돌입한다.

기존 완성차 산업의 코리안 벨트가 탄탄하게 구성된데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완공으로 조지아가 향후 20년 가까이 내연차와 전기차를 아우르는 ‘K-완성차 전초기지’로 입지를 다지게 됐다.

2006년 기아 공장이 사실상 첫 삽을 뜬 주인공이 됐고, 이후 한국 완성차 관련 기업이 조지아주에 잇달아 진출했다.

미국 남동부 조지아주는 기아 웨스트포인트 북미 생산공장을 비롯해 조향·공조 부품 생산기업인 만도와 국내 3대 타이어기업인 금호타이어 등이 포진해있다. 굵직한 완성차 기업 외에도 LG하우시스의 자동차 원단 공장이나 진테크 등 자동차 인테리어 부품 생산라인도 있다.

조지아 주는 SK이노베이션 미국 공장의 정상가동을 위해 주지사까지 나서서 바이든 대통령의 ITC 판결에 대한 거부권 발동을 요청할 정도로 기업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조지아 주는 해외 투자 기업에게 파격적 세제혜택을 주기로 유명하다. 조지아주는 제조기업의 공장유치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잘 이해하는 곳이다. 공장 유치를 위해 주정부 차원의 기업친화적 법규를 운영한다. 조지아주는 CNBC에서 매년 선정하는 ‘미국에서 가장 사업하기 좋은 주(America's top states of business)’에 6년 연속 선정되는 등 여전히 상위권에 있다.

조지아 소재 기업과 공장이 노동자에게 지역 평균 임금보다 10%이상 높은 임금을 지급할 경우 5년간 일자리 당 연간 5000달러(560만원)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기업은 높은 임금으로 고품질 인력을 수급하면서 인건비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셈이다. 조건부 무관세 등 수출·수입이 잦은 제조기업을 고려한 혜택도 다양하게 있다.

지난 2012년 현지 생산라인을 가동 중인 기아자동차에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기아차는 최근 조지아주의 5개 지방자치단체와 2012년 2029년까지 16년간 각종 세금 감면을 골자로 한 '추가 투자 각서'를 체결했었다. 또 주정부는 인력 고용과 교육에 필요한 기아차 연수원 운영비를 계속 부담키로 했다.

현재 100개쯤 넘는 한국 제조공장이 조지아 인근 ‘코리안 벨트’를 구성할 정도로 넓어졌다. 조지아산 한국 완성차 상품 영향력도 성장했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소송전'에 전격 합의하면서 조지아 주의 '한국 기업 미국 전초기지' 역할과 위상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텍사스 주 삼성전자 대규모 투자 예정...15년 세금 감면 혜택

삼성전자 텍사스 주 오스틴 공장.

텍사스 주도 국내 기업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곳이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있는데 현재 제2 반도체 공장 투자를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은 14∼65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기반으로 모바일 AP, SSD 컨트롤러,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DDI), RF, CMOS 이미지센서 등 IT 기기용 전력 반도체 제품과 통신용 반도체를 주로 생산한다.

삼성전자는 오스틴 공장에 향후 20년간 170억 달러(약 19조원)을 투자해 현 시설을 뛰어넘는 첨단 반도체 공장을 구축키로 하고, 지난 1월 텍사스 주에 세제감면 방안(최장 20년, 1조원 감면)을 요구했었다. 

텍사스 주는 삼성전자 신공장에 2024~2038년 과세연도까지 총 2억8500만달러(약 3200억원)의 감세가 타당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무려 15년 간 세금을 감면해 주겠다는 것이다. 텍사스 주는 미국 토종기업 테슬라에게도 15년 세금 감면을 허용하지 않았다. 작년 7월 테슬라는 텍사스 오스틴시 델발리교육자치구와 10년간 4640만 달러(520억원)의 재산세 감면 협약을 체결했었다. 

텍사스 주는 삼성전자의 향후 대규모 투자가 세제감면으로 발생하는 손실 이상으로 다른 세제 보상을 이룰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새 공장 구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지역 소비와 이에 따른 판매세 증가, 전력 및 상하수도 관련 공공수입 증가 등이 3200억원의 감면 규모를 상회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감면안을 수용하고 이를 자치구 이사회가 최종 의결하면 삼성은 텍사스주에 초대형 반도체 공장을 구축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신공장 구축 계획이 확정되면 오는 2분기 터파기 작업을 시작해 오는 2023년 4분기부터 상업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텍사스 주는 '챕터 313'이라는 재산세 감면 정책으로 기업투자 유치에 적극 화답해 왔다. 텍사스 주 내 각 교육구는 일정 규모 이상의 고임금, 정규직 일자리와 투자를 지속하는 기업에 대해 최대 10년 간 부동산 및 기계설비 등 각종 재산 증가분을 감면해주고 있다. 

텍사스 주는 주정부 차원의 다양한 지원을 해주고 있다. 텍사스 주 내에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자본을 투자할 경우 주지사 및 부지사, 하원의장의 동의 하에 19만4000달러(2억3700만원)에서 최대 5000만 달러(611억원)까지 지원한다. 기업 단기 재고자산에 대한 세금면제, 신규 건설이나 개발기업 투자기업에 대한 세금감면, 부동산 및 재산 증가분에 대한 세금 감면 등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텍사스는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CNBC 선정 사업하기 좋은 주 1위에 선정됐다. 타 대도시에 비해 저렴한 생활비로 근로자 입장에서도 거주하기 좋은 주로 인식된다.

텍사스가 기업들의 성지로 뜬 이유는 일관된 친기업 정책 덕분이란 게 대체적인 평가다. 텍사스엔 기업 유치에 발벗고 나서는 전통이 있다. 법인세 등을 미국 50개 주 가운데 가장 낮게 책정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테네시 주, LG에너지솔루션-GM 배터리 제2공장 낙점...양질의 노동력과 기업친화적 환경 제공

LG에너지솔루션-GM 합작사 얼티엄 셀즈 테네시 주 공장 가상도 (출처=GM SNS)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해 미국 1위 자동차 업체인 GM(제너럴모터스)과 전기차 배터리 제2 합작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는데 지역이 미국 테네시 주다. 

양사는 합작법인인 '얼티엄 셀즈'를 통해 제2 합작공장에 총 2조7000억원을 투자, 2024년 상반기까지 35GWh(기가와트시)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창출되는 일자리는 1300명으로 예상된다.

미국 테네시 주는 LG전자의 세탁기 공장이 있는 곳이다. LG전자는 2017년 테네시 주 내슈빌 서북쪽에 위치한 클락스빌에 미국 세탁기 공장을 건설한 바 있다. 당시 LG전자는 미국 세탁기 생산 공장 설립을 위해 각 후보지에 대한 사업경쟁력을 검토한 끝에 인력 확보, 기반 시설, 원가경쟁력, 세제혜택을 비롯한 주정부의 각종 인센티브 등을 고려해 클락스빌을 선정했었다. 

테네시 주는 양질의 노동력과 기업친화적 환경, 튼튼한 주정부 재정, 국토 정중앙에 자리잡은 입지적 혜택이 강점으로 꼽힌다. 테네시주 상위 10개 투자국은 한국,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스웨덴, 중국, 영국, 캐나다, 독일, 일본 순으로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높다. 현재 테네시주에는 LG전자, 한국타이어 등 10여개 한국기업들이 진출해있다. 

대기업들, 정부의 기업 '옥죄기'로 국내 투자는 외면...'씁쓸'

이러한 국내 기업들의 미국 투자는 한국 입장에서는 씁쓸하게도 다가온다. 국내 대기업들이 국내보다 미국 투자를 선호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국내 기업 옥죄기가 이들을 미국 등 해외로 내몰면서 국내 일자리 창출 기회를 없애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연말 연초에 기업을 옥죄는 규제 3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통과시킨 것도 모자라 2월 중 임시국회에서 협력이익공유법·사회연대기금법·영업손실보상법 등 ‘상생 강요 3법’마저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기업 유치 총력전을 펴는 미국과 정반대다.  인건비가 높고, 노동유연성이 없는데다 세제 등 혜택이 그리 크지도 않은데 각종 규제가 국내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제조업의 해외직접투자(ODI)와 외국인직접투자(FDI) 통계를 바탕으로 직간접 일자리 유발 효과를 추정한 결과 지난해 제조업 일자리 7만2000개가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일자리가 유출되지 않았다면 작년 실업률이 0.3%포인트(4.0%→3.7%)가량 개선될 수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경연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국인직접투자 비율을 나타내는 FDI에서 해외직접투자(ODI)를 차감한 순FDI의 GDP 대비 비율은 -0.74%로 OECD 회원국 중 28위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는 반면, 국내투자는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규제개혁과 기업 세부담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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