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스마트폰 수장 잔혹사] MC본부장 4년간 조준호·황정환 등 경영진 4명 교체, 언제 난관 시작됐나
상태바
[LG 스마트폰 수장 잔혹사] MC본부장 4년간 조준호·황정환 등 경영진 4명 교체, 언제 난관 시작됐나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1.04.06 1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최근 4년간 1년 마다 MC사업본부장 교체...마지막 본부장 이연모 "미안하다" 사과
- 2015년 조준호 사장 이후 급격한 몰락...스마트폰 대응 못해 적자 본격화
- 박종석, 안승권 사장 시기 휴대폰 시장에서 일부 성공 거두기도
- "결론적으로 미래를 위한 '선택과 집중'이라는 점에서 방향은 잘 잡았다고 평가"

LG전자가 결국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사업 수장이었던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장 '잔혹사'가 회자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 때 세계 3위였던 LG전자 휴대폰 사업은 1995년 첫 휴대폰 '화통'을 출시한 지 26년 만에 완전 철수하게 됐다"며 "스마트폰 변화 시기에 경영진의 판단 잘못이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4년간 조준호 황정환 권봉석 이연모 등 4명의 MC본부장이 교체되면서 스마트폰 사업이 얼마나 최악의 상황이었는지 바로미터라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 MC사업본부의 영업손실은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적자로 이어졌다. 적자 규모는 5조 원에 이른다.

LG 관계자는 "심적으로 안타깝고 아쉽다"면서도 "결론적으로 미래를 위한 '선택과 집중'이라는 점에서 방향은 잘 잡았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LG전자 휴대폰 사업이 악화일로에 접어든 2015년 이후 조준호 사장, 황정환 부사장, 권봉석 사장, 이연모 사장 등 4명의 MC본부장이 평균 1년 마다 바뀌는 '잔혹사'가 반복됐다. 

조준호 사장 이전 MC본부장이었던 박종석 사장 등은 3년씩 MC사업본부를 맡았던 것과 비교된다. 그 만큼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최근 몇 년 간 위기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2015년 당시 LG전자 MC사업본부를 이끈 조준호 사장

특히 조준호 사장과 황정환 부사장이 MC사업본부장을 맡았을 당시 스마트폰 신제품은 모두 부진을 면치 못했다. 조준호 사장은 2015년 취임 이후 V10, V20, G4, G5, G6, G Flex 2 등 휴대폰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번번이 시장의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황정환 부사장은 지난 2017년 11월 MC사업본부장에 부임한 후 V50 씽큐, V50S 씽큐, G8 씽큐를 출시하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적자 탈출에 실패했다. 

이어 권봉석 사장이 2018년 11월부터 기존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장과 새롭게 MC사업본부장을 겸직하게 됐다. 권 사장은 구광모 회장이 2014년 (주)LG 시너지팀에 있을 때 같이 근무한 인연이 있어 중용됐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권 사장이 2019년 11월 LG전자의 새 CEO로 임명되면서 또 1년 만에 MC본부장이 이연모 부사장으로 변경됐다. 이연모 부사장은 'LG윙' 신제품에 사활을 걸었지만 결국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LG전자 휴대폰 사업에서 영광의 순간도 있었다. 2007년 MC사업본부장에 오른 안승권 부사장 시절이었다. 당시 LG전자는 '초콜릿폰'에 이어 ‘샤인폰’ ‘프라다폰’ 등이 연이어 히트하며 성고 가도를 달렸다. 이를 계기로 LG전자는 2009년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했다. 

안승권 부사장은 당시 초콜릿폰 출시 당시 파격적 디자인이 시장에서 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안 부사장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LG전자 최연소 사장 타이틀을 달았다. 트렌드 변화를 읽는 눈이 뛰어났다는 평가다. 

LG전자 G시리즈 전성기를 이끈 안승권 사장

하지만 LG전자 MC사업본부는 2010년 2분기 충격적인 130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LG그룹은 LG전자 남용 대표이사 부회장을 교체했다. 남용 부회장이 피처폰에 취해 스마트폰 변화에 적기 대응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LG전자 휴대폰 사업 위기의 출발점이라는 얘기다.

당시 남용 부회장이 물러나고 오너 일가인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CEO에 올랐다. 구 부회장은 ‘독한 경영’을 선언한 후 MC사업본부장에 안승권 사장 대신 박종석 부사장을 앉혔다. 박 부사장은 '옵티모스G' ‘옵티머스G 프로’ ‘G2’ 등 신제품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안착시켰다. 

그러나 LG전자가 제2의 전성기는 길지 않았다. 글로벌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주도했다. 중국 업체들이 '스마트폰 굴기'로 치고나왔다. LG전자 변화가 필요한 시기에 박종석 사장이 건강상 이유로 본부장에서 하차했다. 

이어 조준호 사장이 MC사업본부장에 올랐다. 그런데 조 사장은 ‘예상 밖 인물’이란 평가가 나왔다. 안승권 사장, 박종석 사장처럼 MC사업본부의 수장은 정통 엔지니어 출신이 맡아왔다. 조준호 사장은 ‘마케팅통’으로 분류되는 인사였다. 

LG전자가 G시리즈 성공에 취해 마케팅으로 눈을 돌리면서 기술력이 밀리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조 사장 시기에 G4, G5 등 모두 실패했다. 당시 “기술력은 신선하지만, 소비자 니즈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주류였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2015년 이 때부터 위기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LG전자는 조준호 사장, 황정환 부사장, 권봉석 사장, 이연모 부사장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스마트폰 사업 암흑기를 맞이했던 것이다. 결국 LG전자는 MC본부장 '잔혹사'와 함께 스마트폰 사업 철수라는 종지부를 찍었다.

LG전자는 한 때 세계 스마트폰 시장 3위에 올랐으나 연속된 적자에 결국 사업에서 철수했다

LG전자의 마지막 MC사업본주장 이연모 부사장은 5일 휴대폰 사업 종료 발표 직후 직원들에게 "사업을 철수하게 됐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렇지만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철수는 또 다른 기회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아픈 손가락'이었던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했지만 모빌리티 등 새로운 분야에서 핵심기술력은 활용가능할 것"이라며 "전자 차원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먹거리 창출에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