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지방은행의 사회공헌 실험···2년차 결실 맺어가는 부산형사회연대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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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지방은행의 사회공헌 실험···2년차 결실 맺어가는 부산형사회연대기금
  • 박종훈 기자
  • 승인 2021.03.25 0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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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행·SK해운 등 지역 핵심기업 노사가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
▲ 사진 왼쪽부터 구자중 부산MBC대표이사, 빈대인 BNK부산은행장, 전장화 부산형사회연대기금 이사장 (사진 = 부산형사회연대기금 제공)
▲ 사진 왼쪽부터 구자중 부산MBC대표이사, 빈대인 BNK부산은행장, 전장화 부산형사회연대기금 이사장 (사진 = 부산형사회연대기금 제공)

 

기업의 사회적책임 이행은 최근 그 의미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지만, 해도 구설수 안 하면 지탄을 받기 십상이다.

어떤 기업이 사회공헌 시작했다고 하면 소문이 금방 나게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별의별 아이템을 들고 연락을 해오는 경우가 많고 행여 거절이라도 하면 안좋은 소문으로 이어지곤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돈 많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은행의 경우,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기 딱 좋은 소재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전국 단위 영업망을 가진 시중은행 사람들과 이야기해 봐도, 만만치 않게 다양한 층위에서 은행에 도움을 요청해 온다"며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린 지방은행의 특성상, 가끔 협잡꾼에 가까운 사람도 찾아와 난감할 경우가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종종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 통상 은행이 사회적책임 이행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는 경우, 이는 미담으로 외부에 알릴 만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홍보부서는 대언론 채널을 가동해 대중들이 이런 이야기를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데 반해, 정작 사회공헌을 담당하는 부서는 탐탁치 않아 하는 경우도 왕왕 벌어진다는 것. 한 지방은행 사회공헌부서장은 "당연히 조직의 미담이 알려지는 것이 보람된 일이고 부서의 성과이기도 하지만, 소식을 접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곳이 쇄도하면 정말 곤란한 경우도 많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그런 가운데 지방은행 노사가 주축이 되어 은행의 사회적책임 이행, 혹은 지역의 중심기업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공헌활동이 새싹을 틔운 정도를 넘어, 두 해째 결실을 맺어가는 곳이 있어 화제다.

바로 부산은행 노사가 중심으로 시작한 재단법인 부산형사회연대기금이 주인공.

부산형사회연대기금(이사장 전장화)은 2019년 12월 부산은행 노사가 중심이 되어 발족했다.

현재 부산형사회연대기금은 BNK금융그룹, BNK부산은행 노사, SK해운 노사, 한국항만물류협회, 부산항만공사 노사, 부산항운노동조합 등이 기금을 출연하고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부산형사회연대기금 발족을 주도한 권희원 부산은행지부 위원장은 "김두영 SK해운노동조합 위원장과 노동조합이 참여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에 대해 깊이 논의하고 지역의 중심기업 노사가 주도해 새로운 형태의 실험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출범을 앞두고 부산은행은 기금 마련을 위해 10억원을 특별출연했다. 여기에 부산은행 직원들이 자발적 참여로 기금을 보태고, 은행은 직원들의 참여분 만큼 매칭그랜트 방식으로 매달 1억원 가량 기금을 더 마련했다.

SK해운 노사도 3억원을 출연해 기금 발족을 거들었다.

부산형사회연대기금은 ▲일자리창출·노동기반 조성 등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해 부산형 경제 기여 ▲노사의 사회적책임 강화와 사회적 담론 확산 등 사회가치 실현 ▲비정규직·소외계층 지원 등 NPO를 비롯한 공익부문 지역연대 등을 조직 미션 및 비전으로 설정했다.

발족 첫 해인 2020년은 공교롭게도 코로나19의 확산이 큰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부산형사회연대기금은 사업화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차곡차곡 준비해 왔다.

눈에 띄는 부분은 공익활동가의 지원을 통해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이 전개될 수 있도록 인큐베이터 역할을 자처했다는 점이다. 청년 공익활동가 안전망기금 조성을 위해 1억원을 종잣돈으로 활용하는가 하면, 올해 3월에는 경상남도공익활동지원센터와 협약을 맺고 3억1000만원을 지원하며 공익활동가 지원의 범위를 확대했다.

2020년 11월 30일에는 부산광역시보호아동자립지원센터와 아동복지시설 퇴소 청년 자립역량강화를 위해 장학금 4000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2021년 들어선 기본소득을 실험하는 프로젝트도 시작한다. 4월 19일부터 참여자 신청을 받아 14명을 선정하고,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동안 1인당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부산 청년기본소득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협약을 부산은행, 부산MBC와 맺었다. 참여자들의 활동은 추후 방송 프로그램으로도 제작될 예정.

2020년 5월부터 6월 사이에는 부산지역 미인가 대안학교 네 곳을 차례로 방문하며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 자녀 학자금 기탁을 진행하기도 했다.

온새미학교에 24명 대상 1800만원, 거침없는 우다다학교에 27명 대상 2025만원, 참빛학교 10명 대상 750만원, 부산발도르프학교에 5명 대상 375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한 것.

부산형사회연대기금은 전국 최초로 조성된 민간기업 노사 중심의 재단법인 형태 사회공헌기금으로 독창성과 의미를 높이 평가받아, 2020년 행정안전부로부터 지역혁신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박종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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