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로 다시 태어난 DB하이텍...설비투자 '고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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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로 다시 태어난 DB하이텍...설비투자 '고심 중'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0.11.18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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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 최근 3년간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 급성장 중
올해 1~3분기 매출은 7081억원으로 전년동기비 18.9% 증가, 영업이익은 2089억원으로 56.6% 급증
DB그룹의 연간 매출은 약 20조원, 이중 금융부문 매출이 90%에 육박...DB하이텍 전체 매출의 1/20 불과해
추가적인 설비투자 필요성 제기...조단위 투자비용 부담 '고심'

DB하이텍이 DB그룹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매출의 90%를 금융 부문에 의존하는 동부그룹은 DB하이텍이 제조 부문의 중심 축으로 커주기를 고대하는 모습이다. 이를 위해 조 단위 설비투자가 필요한 점은 난제로 꼽힌다. 

DB하이텍은 최근 3년간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성장하는 중이다. DB하이텍의 매출은 지난 2018년 6693억원, 2019년 8074억원으로 20.6%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018년 1130억원에서 2019년 1813억원으로 60.4% 늘었다.  

올해들어 실적 증가세가 더욱 가파르다. 올해 1~3분기 매출은 7081억원으로 전년동기비 18.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089억원으로 56.6% 급증했다. 증권가에서는 동부하이텍이 9384억원의 매출과 268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망대로라면 전년보다 매출은 16.2%, 영업이익은 48.3% 늘어나는 것이다. 영업이익률도 2018년 16.9%, 2019년 22.5%, 2020년(전망치) 28.7%로 거의 30%에 육박하고 있다. 

DB그룹은 금융과 제조 두 축으로 이뤄져 있다. 제조부문에서는 DB하이텍과 합금철 제조업을 영위하는 DB메탈,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DB Inc. 등 세곳이다. 금융으로는 DB손해보험, DB생명보험, DB금융투자, DB자산운용, DB저축은행, DB캐피탈 등이 있다. 

DB그룹의 연간 매출은 2019년 기준으로 21조원이다. 이 중 매출 12조원의 DB손해보험 등 금융부문 매출이 90%에 육박한다. 

제조부문에서는 DB하이텍과 합금철 제조업을 영위하는 DB메탈 등 사실상 두 곳 뿐이다. DB메탈은 2019년 매출이 3826억원에 불과한데다 지난 5월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회생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어 제조부문에서의 기대치가 높지 않다. 결국 DB하이텍이 힘을 내줘야 과거 다양한 제조부문을 바탕으로 명성을 날렸던 DB그룹의 위용을 회복할 수 있는 상황이다.

DB하이텍은 놀라운 성장속도와 높은 영업이익률로 DB그룹 제조부문의 미래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다. 과거 2000년 파운드리 사업 진출 후 2012년까지 영업적자를 내던 시절과 비교하면 상전벽해의 변화다. DB하이텍은 8인치(200mm)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다. 웨이퍼 수탁 생산 및 판매를 담당하는 파운드리 사업과 디스플레이 구동 및 센서 IC 등 자사 제품을 설계, 판매하는 브랜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반도체 파운드리 업황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DB하이텍의 높은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이 대중화되고 스마트폰의 기능이 상향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전력반도체, 센서 등 8인치 파운드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에 의한 다품종 소량생산 반도체 수요증가의 수혜를 입고 있다. DB하이텍 관계자는 "8인치 시장에 대한 고객 수요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당분간 견조한 수주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업계 견제도 동부하이텍에게는 호재다. 지난 9월 미국 정부는 화웨이에 이어 중국 파운드리 사업의 상징으로 불리는 SMIC까지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실제 SMIC 제재로 중국 고객들의 수요가 늘어나 DB하이텍의 실적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된다. 

DB하이텍 부천공장 내부전경.
DB하이텍 부천공장 내부전경.

하지만 아직 DB하이텍의 연간 매출은 1조원 수준으로 DB그룹 전체 매출의 20분의 1 밖에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수요호조로 DB하이텍의 공장가동률은 사실상 풀가동 상태다. 3분기 공장가동률이 98.02%를 기록했다. 이는 고객사 주문을 더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산능력 확대가 필수적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이를 잘 알고 있는 DB하이텍도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DB하이텍은 오래된 장비 교체 등 공정 효율화 작업을 통해 칩 생산여력을 2018년 월 11만7000장에서 지난해 12만4000장으로 늘린 바 있다. 올해의 경우 12만4000장의 생산능력을 3분기12만9000장으로 5000장 가량 늘렸다.

하지만 공정효율화로는 넘쳐나는 수요를 감당해 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또 파운드리 시장이 규모의 경제를 이뤄내지 못하면 점차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점들로 인해 DB하이텍이 파운드리 공장을 증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파운드리 공장 증설에는 조 단위 투자비용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DB하이텍이 쉽사리 설비투자를 단행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DB하이텍의 성장에 DB그룹 제조부분의 미래가 달려있음을 감안하면 과감한 투자가 이뤄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특히 김남호 회장의 DB하이텍 육성 의지 역시 큰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호 회장은 DB그룹 회장 뿐만 아니라 DB하이텍의 상근 회장이기도 하다. 그룹 회장 역할 뿐만 아니라 DB하이텍 까지 손수 챙기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DB하이텍 관계자는  DB하이텍 관계자는 "DB하이텍이 점점 DB그룹 제조부문에서 위상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라고 말했다. 다만 "생산라인 증설은 고객과 시장 상황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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