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 인수 11년···차석용의 주력사업 '삼분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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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 인수 11년···차석용의 주력사업 '삼분지계'
  • 박금재 기자
  • 승인 2020.11.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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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 공격적 인수합병 통해 규모 키워···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지속가능성 도모
럭셔리 화장품 후·숨·오휘 앞세워 중국 시장서 입지 확대
'뉴에이본' 카드, 북미 시장 공략 키 쥐어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인수합병의 귀재'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을 수식하는 말이다. 

코카콜라, 해태음료, 뉴에이본 등 차 부회장이 이뤄낸 굵직한 인수합병 성과들이 많지만, 그 가운데 더페이스샵 인수는 국내 화장품업계의 구도를 뒤흔들 큰 이슈였다. LG생활건강은 더페이스샵 인수를 마친 뒤부터 뷰티업계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과 규모 면에서 대등한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대다수의 뷰티기업들이 성장 정체현상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LG생활건강은 사상 최대 실적을 연일 갱신하고 있다. '차석용 매직'은 확실히 현재 진행형이다.


더페이스샵 제주 화산토 클렌징 라인 연출컷.
더페이스샵 제주 화산토 클렌징 라인 연출컷.

◆그날

4200억원에 중저가 로드숍 선두권 기업 '더페이스샵' 인수

2009년 11월. 차석용 부회장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수많은 인수용 회사 중 하나를 집어들고 '결단'을 내렸다. LG생활건강이 중저가 로드숍 선두권 기업인 '더페이스샵'을 인수한 것. 당시 인수 금액은 42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인수 조건 또한 나쁘지 않았다. 당시 업계에서는 더페이스샵의 타 상장 화장품기업과 비교시 기업가치는 6000억원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도 더페이스샵 인수를 통해 중저가 라인업을 갖추게 된 점이 가장 큰 호재였다. LG생활건강은 당시 고가 라인업에 치중된 화장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더페이스샵이 편입되며 모든 가격대 라인업을 아우를 수 있게 됐다. 당시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이번 계약 체결로 소비 양극화 현상으로 화장품시장 내에서 상대적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중저가 시장에 효율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인수배경을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이 더페이스샵을 인수하며 국내 화장품 시장은 새로운 양강 체제로 돌입했다. 아모레퍼시픽과 1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것이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은 2008년 기준 더페이스샵 매출을 합할 경우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을 앞서게 됐다. 

차 부회장은 더페이스샵 외에도 여러 차례 LG생활건강에서 인수합병을 성공시키며 사업 다각화에 힘을 쏟았다. 2007년 코카콜라를 인수하며 음료사업에 진출했고 2009년 다이아몬드샘물, 2010년 한국음료, 2011년 해태음료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음료시장에서 확실한 기반을 다졌다. 

차 부회장 이전의 LG생활건강은 치약과 비누 같은 생활용품 생활용품 매출의 비중이 70%에 달했다. 하지만 차 부회장 체제 이후 화장품과 음료 비중을 점진적으로 높여가며 현재는 '삼각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화장품 부문에서는 후, 숨, 오휘 럭셔리 화장품 3개 브랜드가 떠받치고 있고 음료 부문에서는 코카콜라와 씨그램, 생활용품 부문에서는 최근 닥터그루트와 같은 럭셔리 샴푸가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LG생활건강의 음료 사업 부문은 지난해 매출 1조4514억원, 영업이익 152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1%, 12.1% 증가했다. 이는 배달음식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맞물리며 매출이 급증한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2014년 CNP코스메틱 인수는 최근 뷰티업계에서 가장 큰 화두인 더마코스메틱(약용 화장품) 부문을 공략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CNP는 최근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메가 브랜드로 성장 중인데, 글로벌 시장에서 더마코스메틱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향후 성장 여력 또한 충분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밖에도 차 부회장은 2017년 태극제약, 2019년 에이본 중국 광저우 공장을 인수하는 등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차 부회장은 인수합병과 관련해 "생활용품, 화장품만 가지고는 두발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과 같다"면서 "하나 정도 더 있으면 세발자전거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두발자전거는 멈추면 넘어지지만 세발자전거는 훨씬 안정적"이라면서 인수합병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LG생활건강 후 천기단 화현세트 이미지.
LG생활건강 후 천기단 화현세트 이미지.

◆그후 

코로나19 여파에도 굳건한 성장...발빠른 온라인화로 위기 돌파

2020년 코로나19 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가 한국 뷰티업계를 덮쳤다. 그럼에도 차 부회장은 LG생활건강의 멈춤 없는 성장을 이끌었다. 2020년 3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5.4% 성장한 2조706억원, 영업이익은 5.1% 증가한 3276억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매출은 2005년 3분기 이후 59분기, 영업이익은 같은 해 1분기 이후 62분기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와 같은 성장세 뒤에는 온라인 채널에서의 생활용품 판매량 증가가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생활용품은 온라인 판매 비중이 높은데다 화장품과 달리 코로나19 수혜를 받아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LG생활건강의 매출 3조6795억원 가운데 생활용품이 차지하는 매출액 비중은 20.1%(7448억원)에서 25.6%(9415억원)로 올랐다.  

그런가하면 차 부회장은 화장품 부문에서도 온라인화를 빠르게 진행해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상쇄시키는 데 큰 힘을 쏟았다. LG생활건강은 2018년 로드숍 브랜드 더페이스샵의 중국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고 온라인 판매 비중을 높였다. 그 결과 LG생활건강의 2분기 중국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0% 늘었고, 전체 해외사업 매출 역시 17% 정도 성장했다. 

국내에서는 더페이스샵의 온라인화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MZ세대를 새로운 고객층으로 유입시키기 위해 온라인 채널을 대대적으로 손본 것이다. LG생활건강은 가맹점이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로 개편한 네이처컬렉션·더페이스샵 직영 온라인몰을 최근 선보였다. 한편 더페이스샵의 오프라인 매장 수는 2017년 1056개에서 2019년 598개로 과감하게 줄였다.

차 부회장은 "시장환경이 빠르게 온라인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로드샵을 운영하는 가맹점의 영업 환경이 어려워짐에 따라 가맹점이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전략이 먹혀들면 LG생활건강은 럭셔리 라인업 이외에도 다시 한 번 중저가 화장품 부문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더페이스샵 인수 당시 모든 가격대의 화장품을 아우르겠다던 LG생활건강의 비전이 온라인 시대에서도 다시 한번 구현되는 것이다.


숨37 숨마 엘릭서 8-미라클 파워 에센스 이미지.
숨37 숨마 엘릭서 8-미라클 파워 에센스 이미지.

◆그리고, 앞으로

뉴에이본 들고 북미 공략, 글로벌 1위 도약 포석

차 부회장이 LG생활건강을 현재 위치까지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선전이 가장 먼저 꼽힌다. 특히 글로벌 뷰티 격전지가 된 중국 시장에서 후의 초고가 라인이 중국 현지 고객을 사로잡은 점이 주효했다.

중국 최대 쇼핑축제인 광군제에서 LG생활건강의 후는 올해 에스티로더, 랑콤에 이어 매출 순위 3위에 올라서며 약 1680억원, 10억위안 브랜드 클럽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181% 신장한 매출이면서도 전년 대비 한 단계 상승한 순위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 2019년 후는 SK-II에 이어 4위를 기록한 바 있다.

따라서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몇년 안에 LG생활건강의 럭셔리 브랜드가 중국 시장 내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도 낮지 않다고 바라본다. 차세대 브랜드로 육성하고 있는 숨, 오휘 또한 브랜드별 고가 라인인 '숨마'와 '더 퍼스트'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후의 뒤를 따라 중국 시장 내 입지를 넓히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다.

한편 차 부회장은 뉴에이본을 통해 북미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과제 또한 가지고 있다. 북미는 전통적으로 로레알, 에스티로더, 랑콤과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강세를 보이는 시장인데, LG생활건강의 '뉴에이본' 카드의 성과가 북미 공략에 있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LG생활건강은 장기적 관점에서 뉴에이본이 가진 북미지역 유통 네트워크와 인프라의 강점을 살리겠다는 계획이다. 차 부회장은 “에이본의 광저우 공장을 인수함으로써 화장품시장 성장성이 높은 중국에서 생산설비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면서 "앞으로 에이본과 협업을 통해 두 회사의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 아시아시장에서 모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에이본은 북미 지역에서 30만명에 달하는 판매 인력과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어, LG생활건강의 브랜드와 이같은 강점이 결합된다면 북미 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금재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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