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품다] ‘디포레스테이션’…숲이 파괴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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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를 품다] ‘디포레스테이션’…숲이 파괴되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20.06.25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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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곳곳에서 산림벌채로 숲이 사라지고 있어
나무 벌채→작은 나무 고사→식물 멸종→동물 멸종→인류 멸종
2000년(왼족)과 2019년 12월의 그린차코. 2000년에는 숲이었던 곳이 2019년 농장과 콩 재배지로 개간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NASA 기후변화]
2000년(왼족)과 2019년 12월의 그란차코. 2000년에는 숲이었던 곳이 2019년 농장과 콩 재배지로 개간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NASA 기후변화]

조그마한 섬에 큰 나무 100그루가 있었다. 이 섬에는 두 부족이 살았다. 두 부족은 경쟁 관계였는데 평화롭게 살았다. 100그루의 큰 나무들 아래는 작은 나무들이, 작은 나무들 아래는 식물이 풍성하게 살았다. 동물과 곤충도 그 속에서 세대를 이어가며 생존했다.

두 부족은 서로를 배려하며 살았다. 이후 몇십 년이 지나 두 부족 사이 작은 오해가 발생하면서 전쟁 직전까지 상황이 악화됐다. 전쟁에 앞서 두 부족은 나무를 잘라 석상을 만들었다. 한 부족이 큰 나무 한 그루를 잘라 석상을 만들면 다른 부족은 더 큰 나무를 쪼개 더 큰 석상을 만들었다.

이 경쟁은 큰 나무 100그루가 베어질 동안 계속됐다. 100그루의 큰 나무가 사라지자 그 아래에서 안전하게 성장했던 작은 나무들도 죽기 시작했다. 이어 식물이 사라졌다. 곤충과 동물도 멸종했다. 부족들도 더는 생존하기 어려웠다. 평화로웠던 작은 섬은 황무지로 변하고 말았다.

“디포레스테이션(Deforestation, 산림벌채) 이다.”

남미 아마존 열대우림이 산림벌채 등 개발로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남미 곳곳의 숲이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아르헨티나에 있는 그란차코(Gran Chaco)도 이 중 하나이다. 그란차코는 면적이 약 65만㎢에 이른다. 남미에서 잘 알려진 곳은 아니다. 아마존에 이어 두 번째로 크고 생물 다양성이 큰 지역이다. 습한 아마존과 달리 반건조 환경이란 게 차이점이다. 그란차코는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볼리비아, 브라질에 걸쳐 있다. 남미에서 가장 넓은 건조한 숲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기후변화 측은 “최근 그란차코가 아마존과 마찬가지로 산림벌채 등으로 빠르게 산림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란차코에 있는 수천 종의 식물과 수백 종의 동물은 관목과 나무를 벗 삼아 생존하고 있다. 원주민은 수십 년 동안 그란차코에서 사냥하며 살고 있다.

NASA의 랜드샛 인공위성이 1985~2013년까지 관측한 결과 전체 면적의 약 20%(14만2000㎢)가 농지와 방목지로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2010에서 2018년까지 2만9000㎢는 농장과 목장으로 개발됐다. 대부분 아르헨티나에 있는 그란차코에서 벌어졌다.

인공위성이 2000년과 2019년 그란차코를 찍은 사진을 비교해 보면 20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다. 2000년에 찍은 그란차코에는 녹지대가 풍부한 모습이었다. 2019년 사진에서는 녹지대는 사라지고 목장과 농장 등 개발 등으로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관련 이미지는 NASA의 테라 위성이 찍은 것이다.

아르헨티나에서 그란차코 산림벌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배경에는 콩 생산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아르헨티나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콩 생산 국가이다. 콩 생산업자들이 전 세계의 콩 수요를 따라가기 위해 개간되지 않은 그란차코의 숲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전에는 그란차코에서 콩 재배가 어려웠는데 과학기술 발전 등으로 가능하게 되면서 건조한 지역까지 농산물 생산을 확대하기에 이른 것이다.

NASA 기후변화 측은 그란차코의 산림벌채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르헨티나가 관련 법을 만들고 규제에 나섰는데 실제 적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NASA 기후변화 측은 “2007년 아르헨티나는 지방 정부가 대규모 농업 확대를 규제하고 산림 보호를 위해 관련 산림법을 만들었다”며 “최근 여러 보고서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보면 지방 정부는 특정 보호 구역에서 법을 집행할 수 없고 관련 법이 통과된 이후에도 산림벌채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관련 법이 제정됐음에도 실제로 현실에 적용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사이 숲은 ‘디포레스테이션’로 고통받고 있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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