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더스의 서울 진출... ‘오래된 미래’ 창고형 할인마트 ‘왕의 귀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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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더스의 서울 진출... ‘오래된 미래’ 창고형 할인마트 ‘왕의 귀환’ 될까?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9.03.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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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명예회복' 필요... 삼성카드와 연합해 코스트코 압박 ‘눈길’
서울에서 첫 매장인 트레이더스 월계점이 지난 14일 문을 열며, 창고형 할인마트의 경쟁구도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사진은 트레이더스 월계점의 오픈 전 계산대 모습.

경영학 교과서를 바꿔야 하는 일이 생길 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의 현지화 실패로 철수하고 만 월마트, 까르푸 등의 창고형 할인매장이 유통 대기업 이마트의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창고형 할인매장은 미국의 월마트, 프랑스의 까르푸 등이 한국에 진출하던 90년대에 자국 모델 그대로 들여왔던 형태다. 특히 세계 1위 할인마트 기업인 월마트 특유의 형태로 유명했다.

월마트는 1998년 한국에 진출했으나, 글로벌 위상에 비교하면 별 재미를 못보고, 8년만인 2006년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한국에서의 월마트의 실패 요인을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창고형’ 매장이 한국인의 체형과 소비행태와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월마트 등의 창고형 매장의 진열대는 2m 이상으로 매우 높았다. 포장단위도 대중교통이나 도보로 이용하기에는 너무 많고 컸다. 당시 국내 소비자들은 이마트, 롯데마트 등 토종 할인점에 비해 이런 창고형 할인마트의 불편함을 감내할 동인이 별로 없었다.

결국 월마트로 대표되던 창고형 할인마트는 회원제로 유지되는 코스트코를 제외하고는 한국에서 자취를 감췄다. 특히 서울 등 대도시에는 맞지 않는 형태로 우리 인식 속에 자리 잡았다.

그러던 창고형 할인마트가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으로 다시 서울에 진출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이하 트레이더스)는 지난 14일 월계점을 오픈하면서 서울에 첫 매장을 냈다. 그러면서 1등 창고형 할인점 도약 원년을 선언하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트레이더스는 월계점 오픈을 시작으로 올해에만 3개점을 오픈할 계획으로 올해는 지난해 매출 1조9000억원 대비 25% 증가한 2조4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2010년 경기도 용인시에 첫 점포를 선보인 트레이더스는 비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으로 사랑 받으며 매년 20~30%의 매출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트레이더스는 출범 6년 만인 2016년 처음으로 연 매출 1조원을 넘어섰으며, 1조원을 넘어선지 불과 3년만인 올해 매출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레이더스는 이러한 성장세를 기반으로 한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통해, 2022년까지 점포 수를 28개까지 확대해 매출 4조원을 달성하고, 2030년에는 점포 수를 50개로 늘려, 매출 10조원을 달성하는 등 국내 최고의 창고형 할인점으로 도약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트레이더스는 전국 단위의 거점 점포를 만드는 등 신규 출점을 통한 소비자 접점 확대에 주력키로 했다.

먼저, 올해에만 서울 1호 점포인 월계점 오픈을 시작으로 부천 옥길지구와 부산 명지 국제신도시에 신규점을 출점할 예정이며, 향후에는 인구 50만명 이상의 도시 중 창고형 할인점이 진출하지 않은 지역에 우선적으로 신규 출점을 추진해 전국 단위로 거점점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민영선 트레이더스 본부장(부사장)은 “이번 월계점 오픈은 단순히 점포 하나를 오픈하는 차원이 아닌 트레이더스가 국내 최고의 창고형 할인점으로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월계점을 시작으로 출점 확대 외에도 초격차 MD(경쟁업체가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 제품) 강화, 구조 혁신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소비자들이 찾고 싶은 창고형 할인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개점 첫 주인 3월 14일부터 17일까지 트레이더스 월계점은 주변 지역의 교통정체를 가져올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며, 성공적인 출발을 거뒀다. 이는 서울 시민들이 트레이더스 같은 창고형 할인마트에 대한 수요를 가지고 있었음을 증명한다.

또 월마트 등 외국계 할인마트가 한국에서 실패한 요인이 ‘창고형 매장’이 아니었거나, 그동안 한국 소비자들의 성향이 바뀌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사실 창고형 매장을 외국계 할인마트의 실패 요인으로 보기에는 코스트코의 성공사례가 늘 반론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코스트코는 외국계 할인마트의 무덤으로 불리는 한국에서 (삼성과 함께 진출한 홈플러스를 제외하면) 유일하다시피 한 성공한 창고형 할인마트다. 코스트코는 진출 초기부터 회원제 마케팅과 코스트코만의 특색있는 상품들을 판매하며 한국 주부들의 로열티를 획득할 수 있었다.

트레이더스가 1등 창고형 할인점을 목표로 제시하면서 코스트코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트레이더스는 비회원제의 열린 창고형 할인점을 강점으로 내세워 코스트코를 압박한다는 속내다.

또 트레이더스는 공교롭게도 코스트코와 제휴가 끝나는 삼성카드와 함께 하기로 해 ‘코스트코-현대카드’ 진영과 정면대결을 예고했다. 트레이더스는 최근 ‘할인혜택’을 강화한 신 제휴카드 ‘트레이더스 신세계 삼성카드’를 론칭했다. 트레이더스 이용금액의 최대 5%까지 할인이 가능해 연간 트레이더스에서만 최대 60만원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트레이더스 인기상품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제휴카드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해 실질적인 할인 혜택을 키울 예정이다.

지난해 이마트의 충격적인 실적 저조를 극복하기 위해 신세계이마트그룹은 트레이더스의 성공이 절실하다. 특히 이마트를 이끌고 있는 정용진 부회장은 명예회복을 위해 트레이더스를 중심으로 한 스타필드 등과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 할 가능성이 높다.

코스트코와의 경쟁 구도에서 트레이더스가 내놓는 또 다른 무기는 ‘한국 소비자를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상품이 한국에서 통하는지, 어떤 상품을 내놓아야 경쟁업체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지 이마트를 통해 축적해 온 노하우를 트레이더스에서 발휘한다는 전략이다.

트레이더스가 첫 출점 9년 만에 서울에 입성하면서 위기에 빠진 대형마트의 새로운 출구가 나타날 수 있을까? 할인마트의 실패한 첫 형태였지만,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원형이자 오래된 미래’인 창고형 매장의 부활 여부가 궁금해지고 있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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