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 통상임금 합의안 찬성 가결됐지만 '반대 47%'나 나온 이유는...'노-노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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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노조, 통상임금 합의안 찬성 가결됐지만 '반대 47%'나 나온 이유는...'노-노 갈등'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03.1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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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분 800만원 정률 일괄 지급에 불만 폭발 "잔업 근무자는 뭐냐"...'대표소송'이라 해명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사측과 합의한 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 및 과거 미지급금 지급 방안에 대한 찬반투표에서 찬성표가 53.3%로 가결됐다.

하지만 반대표도 무려 47%에 달하는 결과가 나왔다. 기아차 노조원 중 과반수에 가깝게 반대를 한 셈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그 이유가 관심을 끈다. 

노조원 사이 불만으로 '노-노 갈등'은 물론 현대차 노조도 형평성 요구가 터져 나올 수 있어 완전히 해소된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기아차 노조원 A씨는 "2차 소송에 대해 800만원으로 합의하고 일괄 지급하겠다는 것에 화가 납니다"라며 "더욱이 소송 취하하고 향후 다시는 논의하지 않는다는 것에 불만이 커요"라고 말했다. 

이어 "2차도 충분히 정율로 할 수 있는데 어떤 이유에서 임금성 부분을 노조에서 800만원으로 고정해 합의한 것인지 납득할 수 없어요"고 덧붙였다. 

1차 소송의 경우 각 노조원 개인별로 1심 판결 금액의 60%를 받을 수 있는 반면 2차 소송은 개인별 차등없이 800만원을 동일하게 지급하는 차이가 있다. 

2차 800만원 정액 일괄 지급에 잔업 등 초과근무 많은 생산부서 직원들 '불만 폭발' 

노조원 마다 근무 경력과 업무량이 다른 데 왜 똑같이 일괄 금액을 지급하느냐는 불만이 나오는 지점이다.

또 다른 노조원 B씨는 "이번 합의로 근속 얼마 안되는 직원들과 잔업 특근 안하는 직원들만 이득을 봤어요"며 "잔업을 매일 해야 했던 직원들에게도 800만원으로 퉁친 거죠"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노조원들이 합의안에 반대 투표한 이유 중 대표적인 쟁점은 정률이 아니라 정액 800만원으로 지급하겠다는 부분이다. 잔업 등 초과 근무(OT)를 많이 하는 생산 부서의 경우에 특히 합의안에 반대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노조원 C씨도 "정률이 아니라서 화나네요"라면서 "열심히 일한 사람하고 회사 와서 2시간 일하다 조퇴한 사람하고 똑같이 받는다는 게 의욕을 떨어뜨리네요"라고 말했다. 

"열심히 일한 직원과 2시간 일하다 조퇴한 직원이 똑같이 받는 게 화가 나요"

D씨도 "1차 분은 60%로 하고 2차 분은 800만원 정액으로 하는 게 합리적으로 맞지 않아요"라며 "10%를 하더라도 정률로 하는게 맞지 않나요?"라고 반문했다.

이에, 노조 집행부는 "1차 분은 개별 소송이었고 이미 1차 소송 결과가 나온 상태여서 60% 정율로 했다"면서 "2차 분은 대표 소송으로 진행해 정액으로 회사측과 합의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이번 합의안이 찬성이 조금 더 많아 가까스로 통과된 것은 소송을 끌어봐야 실익이 없다는 생각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원 E씨는 "노조원 중에는 소송을 끌어봐야 이것도 못받는다는 반응이 있었어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합의안 가결 이후에도 노조원들의 불만은 터져나올 수 있어 '노-노 갈등' 요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도 나온다.

한편, 기아차 노조는 14일 전체 조합원 2만9219명을 대상으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진행한 투표에 2만7756명(투표율 95%)이 참여해 이 가운데 53.3%에 해당하는 1만4790명이 잠정합의안에 찬성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로써 지난달 22일 통상임금 2심 판결에서 노조의 승소를 계기로 가동한 통상임금 특별위원회가 도출한 잠정합의안은 최종 가결됐다.

기아차 노사는 오는 18일 오후 1시 경기도 소하리공장 본관에서 조인식을 열 예정이다.

이번 합의안 가결로 노사 양측은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고 법적 분쟁을 끝내게 된다.

다만 개별적으로 합의안을 인정하지 않는 조합원의 경우 합의된 금액을 지급받지 않고 소송을 유지할 수도 있다.

이에 앞서 기아차 노사는 지난 11일 소하리공장에서 개최한 특별위원회 8차 본협의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적용해 평균 월 3만1000여원을 인상하고, 미지급금을 직원 평균 1900여만원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미지급금은 1차 소송기간(2008년 8월~2011년 10월)의 지급 금액은 개인별 2심 판결금액의 60%를 정률로 소송 당사자에 한해 올해 10월 말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또 2·3차 소송 기간과 소송 미제기 기간인 2011년 11월부터 2019년 3월까지는 현재 재직 중인 전체 조합원과 정년퇴직자, 일반직 과장 진급자를 대상으로 800만원을 정액으로 지급하며 지급시기는 이달로 제시했다.

다만 근속 기간에 따라 2014년 1월 이후 입사자는 600만원, 2016년 1월 이후 입사자는 400만원 등으로 차등했다.

노조는 이에 따른 미지급금 지급액이 조합원 평균 1900여만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과 관련해서도 합의했다. 연간 750%에 달하는 상여금 전체를 통임금으로 적용하며, 상여금을 포함해 시급을 산정하기로 했다. 

합의안에 따라 생산직 2교대 근무자 평균 근속 20.2년 기준으로 산정한 통상임금은 현재 300만5207원에서 448만3958원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연장수당, 심야수당, 휴일수당, 연차수당 등 4대 수당 지급시 상여금을 포함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총 수당은 기존 40만9981원에서 44만1530원으로 3만1549원 늘어 월 급여는 수당 인상분만큼 늘어난다.

기아차 통상임금 이슈는 현대차 노조의 형평성 문제 제기와 함께 갈등 불씨 남아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전면에 선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와 기아차 노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커진다.

이번 합의로 기아차는 통상임금 관련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미지급금 지급에 따른 자금 소요도 판결 금액보다 다소 낮아졌다. 

다만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에 따른 4대 수당 인상으로 잔업·특근 등 연장근로 비용이 상승해 향후 생산수요 증가에 따른 대응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기아차는 지난 2017년 8월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 패소 이후 잔업과 특근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업계에선 기아차가 근로자의 소송기간 이후 미래 분까지 감안해 9700억원의 통상임금 패소 비용을 충당금으로 쌓아둔 상태라서 이보다 비용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지만, 통상임금 이슈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가 통상임금 논란을 끝내더라도 현대차 노조의 반발이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는 기아차가 통상임금에 합의하면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 동일한 조건으로 지급해 달라고 요구한다는 방침을 정한 바 있다.

현대차 노조가 통상임금 관련 기아차와 형평성을 문제삼을 가능성이 크다. '노-노 갈등'이 새로운 노사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현대차 노조가 엘리엇 공격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등 경영진에 힘을 실어주고 기아차 노조가 통상임금에 합의한 것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공조체제를 이룬 사례라는 점에서 과거 '춘투' 보다는 대화를 통한 '춘풍'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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