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피해보면 ‘플랫폼’ 책임?...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논란
상태바
소비자가 피해보면 ‘플랫폼’ 책임?...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논란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9.01.23 17: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라인쇼핑몰에 과도한 책임 부과, ‘입점 상품 전수 검열’ 현실적 불가능... 업계 반발
전재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상법 개정안이 온라인 쇼핑 플랫폼 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며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23일 열린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법률안 국회 토론회’ 포스터.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법률안’(이하 전상법 개정안)에 온라인 쇼핑 플랫폼 제공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이 들어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부ㆍ업계ㆍ학계와 함께하는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법률안 국회 토론회’에 참여한 온라인쇼핑몰 관계자들은 이런 조항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업계 자율적 노력을 통한 소비자 피해 방지를 역설했다.

온라인쇼핑 플랫폼 업계 대표격으로 토론회에 참여한 온라인쇼핑협회 김윤태 부회장은 “소비자 보호라는 개정안의 취지는 통신판매중개업자의 자율적인 노력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며 “통신판매중개업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전자상거래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져 일자리가 줄어들고 커머스 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등 ‘제2의 최저임금 급속인상’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고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재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상법 개정안은 현행 전자상거래법이 2000년대 초 카탈로그·우편 등 전통적 통신판매 개념을 위주로 한 체계이기 때문에, 오픈마켓을 위시해 다양한 유형의 온라인 플랫폼 기반 거래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발의됐다.

또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던 ‘통신판매중개자’ 관련 문제는 증가 일로를 걷고 있지만 현행 전자상거래법은 도리어 그 한계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데 그치고 있어, 사업자 혼란과 소비자 피해만 날로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 전재수 의원의 설명이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서는 포털쇼핑, 배달앱, 오픈마켓 등 온라인 중개 서비스(플랫폼)를 이용하는 소비자에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상품 공급자가 아닌 플랫폼을 제공한 기업들이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제하는 민감한 내용이 담겨있음에도 개정안을 발의할 때까지 충분한 소통이 없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개정안이 플랫폼을 이용해 상품을 공급, 판매한 실제 사업자가 책임을 지도록 돼 있는 현재의 법률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파격적인 내용임에도 핵심 이해관계자 간 제대로 된 논의를 거치지 않고 추진됐다”며 “이제라도 소비자단체와 학계, 업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서 체계적인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통신판매중개자로 정의되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 제공자들은 이번 전상법 개정안에 대해 “노량진 수산시장 안에 있는 A수산에서 구매한 생선이 부패됐다고 해서 노량진 수산시장이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이 법안대로라면 노량진수산시장, 동대문시장, 남대문시장은 입점해 있는 모든 상인들의 물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또 통신판매업체와 통신판매중개업체를 구분하지 않아 소비자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한국소비자원 정신동 박사는 “개정안에서 통신판매자와 통신판매중개자를 구분하지 않으면서 상거래의 기본인 거래 당사자를 알 수 없도록 만드는 문제가 있다”며 “법적 계약관계를 기초로 하지 않는 법규정으로 인한 혼란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중개업체와 판매업체에 동일한 책임을 부과하게 되면, 중개업체들은 불가피하게 영세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진입 장벽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종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개업자들이 입점 심사를 필요 이상으로 강화할 경우, 상당수 영세소상공인들이 해당 플랫폼에서 퇴출될 수 있다”며 “과도한 규제로 인해 청년창업의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는 신규 온라인 창업 시장에도 진입 규제의 역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인터넷기업협회 박성호 사무총장도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에 모든 책임을 지우려는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가뜩이나 기존 규제로 인해 어려운 사업환경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수많은 스타트업들은 더욱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상법 개정안은 사실상 공정거래위원회의 작품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날 토론회에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직접 참석, 인사말을 통해 “과거 PC통신 시대에 제정된 현 법규만으로는 21세기 시장 현실을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전자상거래법 전면 개편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밝혀 이번 개정안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도 보였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 업계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통신판매중개업자에게 통신판매업자와 동일한 책임을 법적으로 지우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법안’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가 소비자 피해에 대한 1차적 책임을 지려면 개별판매자들의 상품을 일일이 검열해야하는데, 이렇게 되면 오히려 오픈마켓에서 사업을 하는 소상공인들의 판매행위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면서 “개정안 심의 과정 이전에 각각 사업자의 입장을 반드시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재수 의원 측은 “토론회 이후 소비자ㆍ사업자ㆍ학계가 함께하는 소통채널을 구축해 의견을 조율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나, 소비자 피해를 쇼핑 플랫폼 제공자가 함께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핵심 조항이라 향후 조율에 난항이 예상된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