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구광모, 로봇 전략 차이는...삼성 "두뇌가 먼저" LG "시장선점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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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구광모, 로봇 전략 차이는...삼성 "두뇌가 먼저" LG "시장선점 우선"
  • 이보미 기자
  • 승인 2018.09.1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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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부회장 'AI 관심'...삼성은 일단 '두뇌 강화' 목표
- 구광모 회장 '로봇 관심'...공격적 투자·시장선점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과 구광모 회장의 LG그룹의 경쟁 구도가 미래 먹거리 사업인 로봇 사업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최근 미국 뉴욕에 6번째 글로벌 AI 연구 센터를 설립하며 로봇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의 핵심인 '두뇌'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LG전자는 IFA2018에서 다양한 로봇 기기를 선보이며 로봇 분야도 글로벌 혁신을 이어가고 있음을 입증했다.

"태아가 뱃속에 있을 때 가장 먼저 발달하는 '뇌' 해당하는 것이 인공지능이며 로봇이라고 할 수 있는 팔과 다리는 그 다음으로 자연스레 발달한다"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 사장이 IFA 기자 간담회에서 로봇 관련 사업에 대한 질문이 들어오자 이와 같이 답했다. 삼성은 당장의 '보여주기'식 전략보단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의 핵심인 소프트웨어 강화 연구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9일, 미국 뉴욕에 6번째 AI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지난해 11월 한국 AI 총괄센터 설립을 시작으로 올 1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이어 5월 영국 케임브리지·캐나다 토론토·러시아 모스크바에 AI 연구센터를 잇따라 열었다.

특히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출신의 AI 석학인 래리 헥 박사·앤드루 블레이크 박사를 비롯해 AI 기반 감정인식 연구로 유명한 마야 팬틱 교수, AI 로보틱스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다니엘 리 박사, 뇌 신경공학 기반 AI 분야의 세계적 석학 세바스찬 승 박사 등을 영입했다. 이는 로봇 분야에서도 연구개발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최근 3∼4년간 국내외에서 AI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진행해왔다.

2016년 11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AI 플랫폼 개발 기업인 '비브랩스'를 인수했다. 지난해 11월엔 대화형 AI 서비스 분야의 국내 스타트업인 '플런티'도 사들였으며 올해엔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전용 펀드 '넥스트Q 펀드'를 조성했다.

삼성전자는 로봇 사업에 있어 조용한 행보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07년 10월 6대 신수종 사업을 선정하면서 에너지와 바이오, 프린터, 시스템LSI, 와이브로와 함께 로봇을 선정했다. 지난해 말엔 공업용 AI 로봇인 ‘사람(SARAM)’의 상표 등록을 마쳤다. 그동안 도우미 로봇과 다관절 수직로봇 등을 꾸준히 개발했으나 사업화에 이르진 않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전장사업이나 '빅스비'에서 취한 전략처럼 로봇 하드웨어도 인수·합병(M&A)을 통한 단기간 성장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한화 약 9조원을 들여 글로벌 자동차 전장기업인 하만을 인수했다. 그동안 전장사업 분야에선 LG전자보다 속도가 뒤쳐져 있다는 평가가 있었으나 이번 M&A를 계기로 순식간에 앞지르는 결과를 냈다. AI 역시 비브랩스 등 글로벌 기업을 인수하면서 단기간에 성장한 바 있다. 

2016년에 선보인 '빅스비' 역시 삼성전자가 미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비브랩스를 약 2436억원을 들여 인수한 후 단기간의 성장을 거쳐 탄생한 결과물이다. 비브랩스는 인공지능 기술에 꼭 필요한 자연어 처리기술이나 머신러닝 등 인공지능 관련 소프트웨어에 강점을 지닌 업체다.

로봇 관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투자조직인 삼성넥스트는 올해 초 이스라엘의 로봇 기업인 인튜이션로보틱스에 한화 약 67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지난해엔 말 로봇 관련 스타트업 ‘퍼셉트인’에 100만 달러(약 10억원) 규모로 시리즈A(초기 투자) 투자를 실시했다. 퍼셉트인은 로봇이나 자율주행차에 쓰이는 올인원 인식 솔루션을 만드는 스타트업으로 인간이 스스로의 감각으로 주변 사물을 인지하는 방식을 로봇에 적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삼성메디슨 등 의료기기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의료용 로봇, 가정 내 AI의 허브 역할을 하는 스마트홈 로봇, 스마트공장용 로봇 등의 사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어떤 로봇 제품을 상용화할 계획은 아직 없다"며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AI에 관심이 많고 이를 주축으로 다른 사업이 발전할 것은 당연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 대표이사 CEO 조성진 부회장이 IFA 2018 전시장 내 LG전자 부스에서 LG 클로이 수트봇을 살펴보고 있다.

"오래전부터 로봇 분야 연구를 진행해왔다. 제대로 된 생활 로봇이 어떤 것인지, 인공지능(AI)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있다."(조성진 LG전자 부회장)

LG전자는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2018에서 웨어러블 로봇 ‘LG 클로이 수트봇’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산업현장부터 일상생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하체 근력 지원용 로봇이다. 이로써 LG전자의 로봇 통합 브랜드 ‘LG 클로이’의 포트폴리오에 ▲안내 로봇 ▲청소 로봇 ▲잔디깎이 로봇 ▲홈 로봇 ▲서빙 로봇 ▲포터 로봇 ▲쇼핑 카드 로봇 ▲수트 로봇 등 총 8종의 로봇이 포함되었다. 이 로봇들은 생활·공공·상업·웨어러블 등 4가지 영역에서 활약이 기대되는 제품이다.

안내 로봇은 이미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에 투입돼 시범 서비스를 마쳤으며 이후 2세대 안내 로봇이 지난 7월부터 다시 공항에 투입돼 활약하고 있다. 이 로봇은 공항 이용자들에게 항공편 정보를 비롯한 탑승구·편의 시설·매장 등 총 1100여 개 시설의 위치를 안내한다. 호텔·식당·마트에서 활약할 포터·서빙·카드 로봇 등은 현재 투입 대기 중이다.

LG전자는 독자적으로 로봇 기술을 개발할 뿐 아니라 외부와의 협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로봇개발업체 ‘로보티즈’, 로봇 감성인식 분야 인공지능 스타트업 ‘아크릴’, 산업용 로봇제조업체 ‘로보스타’, 미국 로봇개발업체 ‘보사노바로보틱스’ 등에 지분을 투자하고 있다.

로봇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다. 특히 조간만 로봇 분야에 인력을 추가 투입해 관련 조직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조성진 부회장도 하반기 조직개편과 관련해 "로봇 분야는 인력과 조직을 보강하는 형태로 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 사업은 구광모 신임 회장이 주력으로 밀고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추후에도 앞으로도 공격적인 투자와 마케팅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로봇에 주목하는 이유는 관련 시장의 빠른 성장과 새로운 사업 기회의 창출 가능성 때문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인구감소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줄어드는 인간의 노동력을 AI 탑재 로봇이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은 글로벌 서비스 로봇 시장이 지난해 100억3600만달러 규모에서 2023년에는 280억6500만달러(약 31조63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글로벌 가전 업체의 두 축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앞으로 어떤 전략을 통해 로봇 시장을 점령해 나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보미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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