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신사옥 건설 '부정적 기류', "현금 유동성 문제" 우려...'마천루의 저주' 의식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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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신사옥 건설 '부정적 기류', "현금 유동성 문제" 우려...'마천루의 저주' 의식하나?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8.09.1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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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경기 하강 등 대내외 불확실성...부동산 매각 등 현금 확보 비상

현대자동차그룹이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10조5000억원에 낙찰받은지 오는 18일로 만 4년이 되는 가운데, 최근 그룹 안팎에서 현금 유동성 우려와 함께 신사옥 GBC(글로벌 비즈니스센터) 건립에 대해 걱정하는 말이 떠돌고 있다.

GBC 신사옥 건립에 대한 부정적 기류는 우리나라 경제의 하락 기조가 고착화 하는 모양새여서 주요 그룹들이 부동산 매각 등으로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와 맞물려 힘을 얻고 있다.

실제도 국내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침체는 심각하다. 10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전국 5인 이상 527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2018년 기업 실태조사' 결과, '한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데 동의한다고 답한 기업이 무려 94%에 달했다.

이러한 경기 하강 국면이 신사옥 건설에 대한 현대차 임직원들의 불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 계열사의 한 임원은 "(현재로는) GBC 신사옥을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해 현금 확보가 중요한데 막대한 비용을 건물에 투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사의 한 간부는 "국내외 경제 여건이 좋지않고 그룹 실적도 부진한 상황에 3조~4조원이나 투입되는 신사옥 건설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경기 하강 국면에다 실적 부진한데 대규모 건물에 현금 투자 부정적 목소리

현대차그룹의 GBC 건립 조감도.

현대차 내부의 부정적 기류는 최근 몇 년간의 실적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세계 최강 기업들의 격전장인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기술 및 신차 개발에 올인해야 한다는 것에 현대차그룹은 물론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현대차그룹은 연간 연구개발(R&D) 및 시설 투자에 4조~5조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아우디폭스바겐그룹의 25% 수준, 도요타의 40% 정도에 불과하다.

현대차그룹 11개 상장사가 현재 21조73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 타 그룹에 비해 유동성이 좋은 편이지만 안심할 상황이라고 장담하긴 어렵다.

현대차그룹이 서울 용산구 원효로 사옥 일대에 호텔과 업무시설이 들어가는 최고 48층짜리 랜드마크 복합단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대안으로 삼자는 목소리도 그룹 내부에서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GBC 대신 용산에 신사옥을 짓자는 얘기다. 원효로 사옥 부지는 현재 계열사 현대엠엔소프트가 입주해 있고 일산으로 이전한 현대차 서비스센터 등이 있던 곳으로, 정몽구 회장이 그룹 초기에 근무하던 장소여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 원효로 사옥 및 서비스센터 부지 전경.

이런 상황이라서 GBC가 착공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현대차 그룹 입장에선 양면성이 있다. GBC 건립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반면, 착공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싫지만은 않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이유라는 것. 당초 2017년 초 착공 예정이었으나 서울시, 국방부, 수도권정비위원회 등 허가 절차는 물론 주변 봉은사의 문제 제기 등으로 2년째 표류하고 있다.

수도권정비위 3차례 보류, 4년간 허송세월...서울시에 1조7000억원 헌납

GBC 건립 계획안은 현재 수도권정비위원회의 허가가 남아 있으나 잇달아 보류되고 있다. 지난 7월에 열린 2018년도 제2차 수도권정비위원회에서도 서울시가 제출한 현대차 GBC 건립 계획안이 보류됐다. 인구유발 및 일자리 효과 등을 더 세밀히 하라는 이유였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에 이어 3번째 보류다.

GBC는 105층 타워 1개 동과 35층짜리 숙박·업무시설 1개 동, 6~9층의 전시·컨벤션·공연장용 건물 3개 동 등 총 5개 건물로 구성됐고, 최고 높이 569m로 롯데월드타워(123층, 555m) 보다 높은 국내 최고층 빌딩이다.

단일 규모로는 최대 프로젝트로 당초 예상한 총 공사금액은 2조5604억원이지만 착공이 늦어지면서 건설비는 더 늘어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불한 10조5500억원의 연이자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1.5%로만 계산해도 연 1582억원이다. 지금까지 이자로만 최소 6000억원 손해를 봤다.

또 현대차그룹은 서울시가 미래가치를 반영해 요구한 공공기여금 1조7000억원을 내, 미래가치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선수금'만 일찍 준 셈이 됐다.

서울 양재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본사 사옥.

다음 수도권정비위는 12월에 열리기 때문에 사실상 올해 착공은 어려워진 상황이다. 따라서 오는 2021년에는 완공을 하겠다는 현대차그룹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 사업은 서울시 건축심의와 교통영향평가, 안전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를 모두 통과했으나 수도권정비위 심의를 넘지 못해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GBC가 들어서면 현대차 15개 계열사 등 인근에 상주인구만 1만여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경기 화성에 연구소가 있는데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서울 요충지에 GBC가 건립되면 미래 신기술 개발 등에 필요한 우수한 개발자 확보를 비롯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의 숙원사업이기는 하지만 경기 하강 국면이라 GBC 건설에 고민이 클 것"이라며 "롯데가 롯데월드타워 건설 후 총수 구속 등 온갖 악재가 이어져 '마천루의 저주'라는 말이 떠돌고 있으니 이래저래 골치가 아플 수 밖에 없을 듯하다"고 귀뜸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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