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엘리엇 편지 제안,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추가 압박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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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엘리엇 편지 제안,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추가 압박 이유는?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8.09.0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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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 AS부문-현대차, 모비스 부품사업-글로비스 합병' 제안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이 현대자동차그룹에 지배구조를 개편하라고 또 다시 압박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억만장자 폴 싱어가 이끄는 엘리엇 펀드가 현대차그룹에 주주 가치 제고와 그룹 구조 개선을 위해 일부 핵심 계열사를 합병하라고 촉구했다고 7일 보도했다. 

엘리엇은 이날 해당 제안이 담긴 편지를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공개했다.

엘리엇은 지난달 14일 현대차그룹에 보낸 편지에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현대모비스의 애프터서비스(AS) 부문을 현대자동차와 합병하고, 현대모비스의 모듈과 핵심 부품사업을 물류업체 현대글로비스와 합치는 안을 제안했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에 이 같은 구조개편안을 논의할 위원회를 구성하자고 했지만, 현대차그룹은 법적인 제약이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국내 자본시장법에서는 기업의 중요 사안에 대해 특정 주주에게만 알려주는 것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엘리엇의 제안은 합병한 모비스-글로비스가 그룹의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고, 현대차의 지배지분을 보유하도록 했다.

또 합병한 모비스-글로비스가 기아차와 정몽구 회장 가족들로부터 현대차 지분을 사고, 정 회장 가족은 모비스-글로비스 지분을 사도록 했다.

아울러 구조조정 계획을 세울 위원회를 설립하는 한편 주주 배당을 확대하라고 제안했다.

또한, 현대차와 계열사 이사회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엘리엇은 이번 제안이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고 그룹의 장기적 전략을 가장 잘 뒷받침할 수 있는 구조를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현대모비스의 모듈·AS부품 사업을 떼서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려 했으나 엘리엇 등의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 계획을 포기했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을 제안했었다.

엘리엇의 이번 합병안과 관련 있는 기업들은 시가총액 합계 600억달러(약 67조원)가 넘는다.

블룸버그는 엘리엇의 제안이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라이벌보다 주가가 낮은 현대차의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엘리엇의 펀드는 35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한다. 엘리엇은 8월 13일 기준으로 현대차 지분 약 3%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보통주 10억달러(약 1조500억원) 어치규모다. 

엘리엇의 제안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현재 시장 확대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합당한 여건과 최적의 안이 마련되는 대로 절차에 따라 모든 주주와 단계적으로 투명하게 소통해 나갈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이번에 주주 역할의 한계를 넘어서는 무리한 제안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배구조 개편안처럼 기업의 중대 사안을 엘리엇과 직접 논의하자는 것은 시장 한계를 넘어 규정에 위배되는 요구이며, 외부로 공개되지 말아야 할 비즈니스 레터를 의도적으로 언론에 흘린 것은 기업을 공격하기 위한 도 넘은 행동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엘리엇이 새로 제안한 합병안은 대주주의 지배력 변화가 없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해소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의 미래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엘리엇의 이번 제안은 지난 4월 현대차그룹에 보낸 서신 내용과 약간 달라졌다. 당시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을 통해 지주회사를 만들 것을 주장했다. 

엘리엇은 이번 제안 이유에 대해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고 그룹의 장기 전략을 가장 잘 뒷받침할 수 있는 구조를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현대차그룹 안팎에선 계열사 합병 등을 통해 더 큰 수익을 얻겠다는 계산에 따른 행동으로 보고 있다.

엘리엇의 제안이 향후 현대차 지배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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