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차 등 재계 "잡음없이 고속 승계한 구광모 LG회장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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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현대차 등 재계 "잡음없이 고속 승계한 구광모 LG회장이 부럽다"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8.07.3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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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 회장의 승계작업, 그룹 브랜드 이미지, 경영 성과 등 승승장구

삼성, 현대자동차 등 주요 그룹을 비롯한 재계는 속전속결로 승계를 완료하고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에 성공하고 있는 구광모 LG회장에게 부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당초 40세 나이의 구광모 상무가 고 구본무 회장이 타계한 직후 갑작스레 LG그룹 총수로 등장했을 때 "너무 어리지 않나? 구본준 부회장 등 일가 어른들의 동의를 얻어 잘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의 시선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재계가 구광모 LG회장을 부러워하는 이유는 별 잡음없이 그룹 승계를 마무리지었다는 점이 가장 크다. 게다가 속전속결 인사, 실적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그룹의 내내외 사정도 구 신임회장을 환영하듯 그 어느 때보다 순조롭다. 

이에비해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등 국내의 내노라하는 타 재벌그룹들은 승계작업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거나 검찰수사 등 큰 난제에 막혀있는 상황이다. 

한 그룹 관계자는 구광모 LG회장 체제로의 신속한 마무리 과정에 대해 "다른 기업에 대해 말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부러운 것이 사실이다."말고 말했다. 

"LG의 순조로운 승계는 우연이 아니다"

구광모 회장의 리더십을 조기에 안착시킨 LG의 저력과 주요 요인은 무엇을까?

우선 고(故) 구본무 회장이 생전에 구광모 회장으로의 승계 작업을 착실히 진행해왔다는 점이 꼽힌다. 구본무 회장은 정도경영을 기치로 그룹 이미지를 탄탄하게 다지는 동시에 2003년 LG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국내 대기업 중 최초였다. 

재계 3~4세 경영체제의 선두주자로 떠오른 구광모 LG회장.

 

LG는 ‘지주회사 → 자회사’로 출자구조를 단순화하면서 자회사는 사업에 전념하도록 하고 지주회사는 사업 구성을 관리하는 지배구조를 갖추게 됐다. 구본무 회장은 지주회사 전환과 함께 LS그룹, GS그룹과 계열분리 작업도 완료했다. LG가는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내부 잡음없이 구광모 4세 경영체제로 주도면밀한 준비를 해온 셈이다.

지난 5월, 구본무 회장이 타계하자 당시 구광모 상무가 LG회장으로 수직상승할 수 있었던 것은 승계를 가로막을 걸림돌들이 이미 제거된 상태였다.
LG 고위관계자는 "구광모 경영체제의 조기 안착에 고 구본무 회장의 역할이 컸다."고 밝혔다.

그간 LG가 쌓아온 대중 친화적인 LG 브랜드 이미지도 구광모 체제 안착에 한 몫 했다. 지난 19일 밤 첫 방송된 MBC 신설 프로그램 '구내식당-남의 회사 유랑기'에서 소개된 기업은 LG였다. 다른 여타 기업을 제치고 LG가 직장 버라이어티 방송 프로그램에 가장 먼저 방송된 것은 최근 LG의 브랜드 이미지를 나타내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대기업이 방송 프로그램의 첫 주자로 선뜻 나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첫번째 기업으로 LG가 선정된 것은 방송사의 섭외도 있었지만 이를 추진한 LG전자 홍보실의 자신감의 반영이다. 

LG는 MBC '구내식당' 방송을 통해 1시간 동안 브랜드 이미지 홍보를 확실하게 할 수 있었다. LG는 제품 마케팅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총수 일가의 자기 관리는 물론 정도경영을 필두로 수평적 노경(勞經) 노사문화, 사회공헌 등에서 브랜드 관리를 철저히 해왔다.
 
특히 구광모 회장은 회장직을 맡은 후 주요 계열사 성과도 날개를 달아 주었다. 최근 발표된 주요 계열사 실적을 보면 LG전자는 물론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등이 사상 최대 또는 선전한 성과를 보였다. LG전자 상반기 실적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0조 1,424억원, 1조 8,788억원으로 각각 역대 최대 기록이다. 상반기 매출액이 30조원을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무엇보다 구 회장 자신이 회장직 직전까지 근무했던 LG전자 B2B 사업본부 산하 ID사업부의 실적으로 경영능력을 입증했다. B2B 사업본부의 매출액은 588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0.7% 늘었고 영업이익은 390억원으로 무려 73.3% 급증했다. LG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B2B사업본부 ID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수 이상이다. 태양광모듈 사업은 다소 부진했다"고 밝혔다. 구 회장이 사업을 이끈 ID사업부가 영업이익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삼성, 현대차 등은 승계과정에서 곳곳에 암초 만나

반면 삼성, 현대자동차 등 재벌가는 3세 경영으로 승계 과정에서 혹독한 시련의 시기가 계속 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병환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실상 총수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관련 구속 등 고난의 시절이 계속 되고 있다. 또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통한 경영권 승계 과정 등이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현재도 삼성바이로직스 회계 부정, 삼성증권 배당 사고, 반도체 백혈병 문제 등 그룹 내외부적으로 난제가 쌓여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고령으로 경영에 어려움이 많다. 정의선 부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지만 실적 부진, 사정당국의 압박 등으로 내우외환의 처지이다. 공정거래위원화와 국세청 등 사정당국은 일감몰아주기를 비롯 부당내부거래 등 현대차그룹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 현대모비스의 AS사업 분할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승계 시나리오도 무산된 상황이다.

한화그룹도 김승연 회장 이후 세 아들에게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을 진행 중이지만 갈 길이 멀다. 롯데그룹은 신격호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는 과정에서 신동주 신동빈 형제 간에 극심한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 자제들의 갑질 논란으로 위기다. 두산그룹도 오너 형제간 갈등으로 인한 폭로전이 법정까지 가는 참화를 겪었다.

한편, 구광모 LG회장은 CEO 신뢰지수에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을 제치고 1위를 했다. 지난 7월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에서 구 회장은 '재벌 3·4세들 중 기업을 가장 잘 이끌 것 같은 사람' 항목에서 26.9%의 지지를 얻어 1위에 올랐다.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7.8%),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15.0%),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12.3%) 등의 순이었다. 구 회장에 대한 기대가 높게 반영된 결과다.  

구광모 LG회장이 재계의 부러움의 대상이 된 것은 '인화'를 가풍으로 삼은 오랜 전통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사실 LG는 럭키금성그룹에서 바뀐 이름이다. 당시 락희화학과 금성사가 주력 기업이었다. 구 씨와 허 씨 가문이 결혼으로 동업한 것이 시초다. 가족 내 분란을 발생시키지 않기 위한 장자 승계 원칙 등 경영문화를 애초부터 구축한 것이 오늘 날의 구광모 4세 경영체제의 안착에 이르기까지 이어진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LG가 다른 그룹에 비해 별다른 문제없이 친정체제를 구축했지만 경쟁없이 후계자가 됐다는 점에서 아직 경영능력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며 "LG디스플레이,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등 실적 부진에 대한 돌파구 그리고 LG그룹의 미래 먹거리 창출 등이 숙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LG 구광모 호의 시작은 잘 풀리고 있다. 구 회장이 향후 그룹 내외부 불확실성의 환경에서 제대로 경영능력을 발휘해 LG호를 순항시킬 수 있을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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