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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현대캐피탈 추심금 소송 '약관 설명의무 소홀'...패소판결약관 명시해도 고객 이해하도록 설명할 의무 있어
<현대캐피탈 사옥, 사진=현대캐피탈>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10일 대법원 재판 1부(주심 이기택)는 지난달 19일 현대캐피탈에 대해 대출 고객에게 어렵거나 중요한 약관을 설명하지 않고 계약한 뒤 발생한 채무에 대해 면책 판결을 내렸다.

금융기관이 약관에 서명했다는 이유만으로 고객에게 문제의 책임을 전가했던 잘못된 관행에 대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약관 규제에 관한 법률`에서 약관에 정해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의무를 부과한 입법 취지 등을 살펴보면,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으면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약관의 내용이 어렵거나 생소한 것이면 사업자는 고객에게 따로 설명해야 한다.

▲ 법원 "설명의무 소홀히 한 현대캐피탈, 채권 추심 자격 없어"

지난 2013년 4월 A씨는 보증금 2억1000만원에 B씨의 아파트를 2년간 임차했다. A씨는 현대캐피탈로부터 1억8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으며 현대캐피탈은 대출 시 A씨의 보증금 2억1000만원 중 1억2960만원을 추심할 수 있는 질권을 설정했다. 문제는 B씨가 C씨에게 아파트 소유권을 이전하면서 발생했다.

현대캐피탈은 A씨를 상대로 낸 대여금지급청구 소송에서 승소했으나 변제할 자력이 없던 A씨에게서 어떤 돈도 돌려받을 수 없었다. 이후 A씨가 현대캐피탈로부터 대출받아 초기 임대차 관계를 설정했던 B씨에게 1억2960만원을 갚으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C씨가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해 B씨와 A씨의 임대차 관계를 승계했기 때문에 C씨는 B씨의 임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B씨는 현대캐피탈에 대한 채무를 면책할 이유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현대캐피탈은 항소하며 B씨가 C씨에 아파트를 매매하면서 현대캐피탈에 매매 사실을 통지하지 않은 책임을 물으며 "B씨는 채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와 B씨는 매매 당시 현대캐피탈의 약관 계약서인 `질권 설정 승낙서 및 임차보증금 반환 확약서`를 통해 계약했다. 약관 내용에는 `만약 아파트를 팔 때 현대캐피탈에 매매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2심 재판부 역시 `회사가 설명하지 않았다면 약관이라 해도 효력이 없다`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해당 계약서에 대해 "현대캐피탈이 대출하려는 고객에게 승낙을 받기 위해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약관에 해당한다"며 "약관상의 매매 사실 통지 의무는 새로운 의무에 해당하기 때문에 현대캐피탈이 B씨에게 설명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즉 현대캐피탈의 `설명 의무 소홀`을 지적하면서 B씨에 대한 채무를 면제해준 것.

대법원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기택 대법관은 "고객이 서명한 질권설정 승낙서 및 임차보증금 반환 확약서에서 `임대차 목적물의 매매 즉 아파트 매매로 인해 소유자가 변경될 경우 매매계약서에 현대캐피탈에서 전세자금 대출이 취급됐고, 질권 설정 내용과 새로운 소유자에게 적용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적고 회사에 통보하도록 한다`는 약관 조항이 이미 적혀있어도 이 내용을 현대캐피탈은 고객에게 설명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고객이 해당 약관에 확인 서명을 했더라도 현대캐피탈이 고객에게 설명하지 않은 이상 채무를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캐피탈은 "약관 고지와 관련해 기대출자 및 신규대출자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번 판례는 한 사건에만 국한됐기 때문에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특별한 대응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후 현대캐피탈은 "약관과 관련된 내용이 존재하므로 법무팀이 아닌 관련 상품팀의 의견을 들어본 후 지난 9 일까지 답변을 주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어떠한 답변도 없었다.

▲ 어렵고 복잡한 약관에 발 구르던 대출 고객에 `반격` 카드 열려

이번 판결로 현대캐피탈은 물론 금융업계 전반에 또한번 경종이 울리게 됐다. 

특히 금융회사는 계약의 중요 내용이나 어려운 부분에 대해 고객에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이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어려운 정도`의 모호함과 계약의 편의성 때문에 `서명제일주의` 같은 관행이 생긴 것.

작은 글씨로 적혀있어 약관을 꼼꼼히 확인하기 어려웠던 고객들은 문제 발생 시 금융기관들이 약관에 직접 서명한 계약서를 내세우는 데 속수무책이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통상 약관의 경우 정형화되고 포괄적으로 작성돼 있기 때문에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이 적용된 분쟁사례가 많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설명과 함께 고지가 이뤄져야 차후 법적 소송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금융기관이 계약에서 유·불리를 결정짓는 중요한 내용을 약관에 조그만 글씨로 안내해놓고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일어나는 분쟁, 사고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굉장히 의미 있다"고 설명했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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