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 인적쇄신 후폭풍...'박인규 라인' 퇴직임원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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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금융 인적쇄신 후폭풍...'박인규 라인' 퇴직임원들 반발
  • 황동현 기자
  • 승인 2018.07.08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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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은행 본점, 사진=대구은행 제공>

DGB금융그룹이 강도 높은 인적 쇄신에 나선 가운데 퇴진 임원들이 반발하고 있어 주목된다.

김태오 회장은 취임 후 한달 만에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했는데 지난 4일 사표를 낸 17명의 임원 중 11명을 퇴임시키고 6명을 유임시켰으며 8명을 승진 발령했다.

이번 임원 인사를 통해 그룹 지주회사인 DGB금융지주와 주력 자회사인 DGB대구은행의 임원을 대거 교체했는데 대구상고(현 대구 상원고등학교)와 영남대를 나온 이른바 ‘박인규 라인’이 대거 정리됐다. 

차기 대구은행장 내정자에서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김경룡 부사장과 김남태 준법감시인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지역 매체에 따르면 이번 인사에서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6개월 만에 퇴진하게 된 임원 4명은 최근 2차례 가량 김 회장을 찾아가 강력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고, 특히 이번에 사표가 수리된 임원 상당수는 9일 낮 전체 모임을 갖고 향후 방향을 논의한 뒤 공개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이들 중 일부는 최근 이번 인사를 '특정학교 죽이기 사태'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지주와 은행의 임원인사 과정에서 전혀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김태오 회장은 외부에 보여주기식이 아닌 소통과 내부화합을 우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대구상고-영남대 출신 임원들에 대한 대대적 정리는 예견된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구상고와 영남대를 나온 박인규 전 회장 재임 시절 이들이 승승장구했고 박 전 회장을 비롯해 그들 중 다수가 여러 비리에 연루됐었다.

또한, 지난해 말 박전 회장이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기존의 임원들을 내보내고 그 자리에 대구상고-영남대 출신 임원을 대거 채우면서 ‘박인규 라인’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원인이 됐다. 

더구나 새로 취임한 김태오 회장이 전통적으로 지역 내에서 대구상고 출신 인사들과 라이벌 관계에 있는 경북고 출신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대구상고 출신 인사들이 앞으로 DGB금융그룹 안팎에서 주목 받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인사 발표 이전부터 이어졌다. 

다만, 김 회장의 모교인 경북고 출신 인물이 이번 임원 인사에서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았는데 금융권 한 관계자는 “특정 학교에 편중되지 않고 능력 중심의 인사를 단행하고 별도 프로그램을 통해 임원을 선발한 것은 김 회장의 조직 혁신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자진사퇴한 김경룡 대구은행장 내정자>

한편, DGB대구은행은 은행 창립 이래 사상 처음으로 전직 행장이 구속된데 이어 김경룡 차기 행장 내정자까지 '채용비리' 잡음으로 퇴진한 상태다.

대구은행은 행장직에 내정된 김경룡 DGB금융 부사장이 지난 2일 자진 사퇴한 이후 후보군 물색에 나섰지만 새 행장 인선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직 DGB금융 인사를 중심으로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으나 마땅한 인물이 떠오르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 겸 DGB금융 회장이 검찰에 구속 기소된 뒤 무리하게 후임 행장 선임에 나섰다가 내정자 사퇴로 이어지면서 후임 행장 찾기에 더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박 전 행장은 지난 5월 부정채용과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기소됐다. 대구은행으로서는 지난 1967년 국내 지방은행 중 최초로 설립된 이후 51년 만에 전직 행장 구속이라는 불명예를 안게된 것이다.

박 전 행장은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채용 절차에서 점수조작 등으로 24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상품권 깡' 수법으로 30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도 있다.

이후 대구은행은 박 전 행장에 대한 검찰 기소 불과 보름 만에 김 부사장을 행장으로 내정했다. 그러나 김 내정자가 공무원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되며 행장 리스크가 또 다시 불거졌다. 검찰에서는 무혐의로 결론났으나 이미 은행 안팎으로 거세진 여론에 김 내정자는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속되는 경영공백 리스크에 은행 주요 사업들은 차질을 빚고 있다. 미래 먹거리인 디지털 금융·글로벌 사업을 비롯해 하이투자증권 인수 작업 등 비은행부문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또한, 대구은행은 임직들이 펀드투자 손실금 보전 의혹으로 금감원 제재심에 회부될 예정이다. 지난 2008년 대구 수성구청이 투자한 펀드 운용액 30억원 중 12억원 상당의 피해가 나자 전·현직 임원들이 2014년 수성구청에 보전해 준 사건이다. 

DGB금융은 현재 김태오 회장-박명흠 행장 대행 체제로, 새행장 선임까지 당분간 내홍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새행장에게는 조직 안정화와 땅에 떨어진 명성을 되찾아야 하는 중책이 기다리고 있다 .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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