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회장의 '무노조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폐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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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회장의 '무노조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폐기하나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8.04.1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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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지회 합법적 노조활동 인정 발표에 '사실상 폐기' 평가도

고(故) 이병철 창업주로부터 이어져온 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 방침이 3대째인 이재용 부회장 시기 전면 폐기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사실상 폐기'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그룹 총수일가 중 유일하게 구속됐던 이재용 부회장이 353일만에 풀려난지 두 달여 만인 17일, 삼성전자서비스는 약 8000여명 규모의 협력업체 직원들을 직고용하고 "합법적 노조활동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1938년 삼성 설립 이후 80년간 지속됐던 '무노조 경영' 원칙이 폐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사 직원들의 직고용 방침을 발표하며 "고용의 질이 개선되고 서비스의 질 향상을 통한 고객 만족도 제고는 물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삼성전자서비스 직고용과 관련한 협의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연차에 따른 급여나 직위 등에 대해) 논의를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 계열사 중 어떤 형태로든 노조가 존재하는 곳은 생각보다 꽤 많다. 

삼성전자서비스를 비롯해 삼성에스원,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웰스토리,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SDI, 삼성화재, 삼성중공업, 삼성카드, 호텔신라 등으로 파악된다. 삼성정밀화학 역시 노조가 있었으나 롯데그룹으로 인수되며 롯데정밀화학으로 이름을 바꿨다. 

고용노동부가 2010년 6월 발간한 '2009년 노동조합 조직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생명보험이 1962년, 삼성증권이 1983년, 삼성정밀화학이 1988년에 각각 설립됐다. 삼성생명의 경우 고 이병철 회장이 1977년 제일제당 노조설립 움직임을 보며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노조는 안된다"고 말하며 '무노조 경영' 원칙이 생기기도 전 노조가 조직된 셈이다. 

노동조합은 사실 2명 이상이 신고만 하면 설립될 수 있다. 그간 삼성 계열사들 노조의 경우 뚜렷한 외부적 활동이 없어 대외적으로는 '무노조 경영' 원칙이 대체로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이들 노동조합 중 대부분은 직원수 대비 극히 미미한 조합원 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계열사에 노조 설립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세간에 조명을 받게 된 것은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중이던 작년부터다.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소속 다수노조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 계열사 중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다수노조로 임금단체협상(임단협) 대표노조가 된 곳은 삼성에스원과 삼성웰스토리 두 곳이다. 다수노조는 아니지만 삼성엔지니어링 노조도 민주노총 소속이다. 엔지니어링은 지난해 3월, 에스원은 8월, 웰스토리는 10월에 각각 설립됐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 작년 2월 이후 순차적으로 민주노총 소속 노조 세 곳이 잇따라 출범한 셈이다. 삼성 계열사의 첫 민주노조는 지난 2011년 출범한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에서 탄생했다. 이후 2013년 협력업체 수리기사들로 구성된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설립됐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노조탄압 및 어용노조 논란이 꾸준히 있어왔던 삼성그룹에 민주노조가 생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일"이라며 "다만 지난 사례에 비춰 임단협 등이 원만히 진행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월 있었던 삼성그룹 역사상 사실상 첫 임단협으로 평가되는 삼성웰스토리 임단협은 시작하자마자 파행을 맞았다. 심지어 사측과 노조측이 직접 얼굴을 보지도 못했다. 삼성웰스토리측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단협과 관련한 모든 사항을 위임했고, 노조측은 사측이 직접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하며 3분만에 자리를 떴기 때문이다. 

삼성에스원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에스원측은 17년간 아무 활동이 없던 노조와 새롭게 출범한 민주노조 양측 모두와 개별 단협을 진행하겠다고 밝혔고, 노조측은 노조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3일에는 금속노조 삼성지회,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웰스토리지회와 서비스연맹 삼성에스원노조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단체협상을 체결하고 직접고용하라"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같은 움직임 속에서 이 부회장의 출소 이후 삼성의 노조에 대한 태도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노동계의 관심도 상당했다. '뉴 삼성' 리더십의 시험대라는 평가도 있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전격적으로 협력사 직원 직고용을 발표하면서, 다른 삼성 계열사들의 노조들 사이에서도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대한민국 노동현실의 가장 어두운 부분인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를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나서서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조치는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서비스 기사의 정규직 전환과 노조활동 인정이 삼성그룹 전반에 확산돼 삼성을 개혁하는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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