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보) 국내 막걸리 시장 둘러싼 대기업 진출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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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보) 국내 막걸리 시장 둘러싼 대기업 진출의 딜레마
  • 장영준 기자
  • 승인 2018.03.2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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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시장 확대 위해 환영 분위기…대기업 침탈 피해 우려도

롯데주류가 올 3월부터 막걸리로 인도 시장 공략에 나섰다. '라후아(Rahua) 막걸리'를 초도 수출 물량 약 2,800상자(350ml, 24캔) 규모로 인도 북부 델리 지역의 주요 편의점, 마트를 중심으로 판매한다. 이번 사업은 서울장수막걸리가 제품을 생산하고 롯데주류가 수출 및 현지 마케팅을 담당하는 '동반 성장'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처럼 현재 국내 주요 대형 주류기업들은 직접 막걸리를 제조하지 않고 해외 수출이나 기존 업체들의 유통을 대행하는 방식으로 내수시장에 관여하고 있다. 지난 2011년 동반성장위원회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탁주(막걸리)가 포함되면서다. 2015년 막걸리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제외됐지만, 이후 상생협약을 맺어 내수시장 진입을 자제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 협약은 지난 1월 만료됐다.

CJ제일제당도 경남 창녕의 우포 막걸리 유통을 대행 중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저희는 직접 막걸리를 제조하고 있지 않다. 중소기업과의 상생 차원에서 유통만 맡아서 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형마트에 입점하는 걸 도와주는 정도다"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2010년 3월부터 '진로막걸리'를 일본과 중국을 상대로 한 수출 전용으로만 생산하고 있다.

대기업의 진출이 이뤄지지 않아 국내 중소 막걸리 업체들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08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막걸리가 큰 인기를 끌면서 2011년 매출이 정점을 찍기도 했지만 이후 시장은 하락세를 보였다. 회복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막걸리 붐을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는 내부의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여기에 수입맥주 돌풍까지 불면서 막걸리가 설 자리는 자연스레 좁아졌다.

이대로는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면서 대기업이 내수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물론, 대기업의 진출로 자칫 기존 중소 업체들이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만만치 않다. 어떤 식으로든 업체들의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막걸리 시장이 7~8년째 침체 중이다. 지금으로서는 대기업이 국내 막걸리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시장 크기를 키우는 것이 급선무"라며 "대기업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는 추후에 걱정할 문제다. 그만큼 현재 막걸리 시장이 절박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영준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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