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개혁 드라이브에 동참하는 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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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개혁 드라이브에 동참하는 재계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8.01.1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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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SK 주주친화 정책 잇따라 발표...롯데·효성 등 지주회사 전환 가속도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강력한 재벌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부의 움직임에 국내 재벌 기업들이 잇따라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 친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에 제대로 된 시스템 개혁이 이번에는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상태인 삼성그룹을 제외한 대부분의 재벌 기업들이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배구조를 투명화하는 방안 도입을 발표했다. 김상조 공정거래 위원장은 오는 3월 주총까지 개혁을 위한 의지라도 보여달라며 2차 데드라인을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그룹사 투명경영위원회의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 후보를 국내외 일반 주주들로부터 공모하기로 했고, SK그룹은 '슈퍼 주총 데이'를 없애기 위해 주력 계열사 주총 일시를 분산키로 했다. LG그룹은 LG상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며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시켰고, 롯데그룹은 주력 계열사의 분할 및 합병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효성그룹도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발표했고, 현대중공업, 현대산업개발 등도 전환 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식을 진행했다. <청와대 제공>

주주 친화 거버넌스 강화한 현대차그룹...'슈퍼 주총' 없앤 SK그룹

현대차그룹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특별관리' 대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현재 순환출자가 총수 일가 지배권 유지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곳은 현대차그룹 하나 뿐"이라고 말하며 현대차그룹에 압박을 가해 왔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은 선뜻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로 이뤄진 지배구조와, 이를 해소하면서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승계 작업까지 진행하기엔 약 4조원 가량으로 추산되는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신 지난 18일 현대차그룹은 주주 친화 거버넌스 강화 안을 전격 발표했다. 그룹사 투명경영위원회의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 후보를 국내외 일반 주주들로부터 공모하기로 했다. 

올 상반기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하는 현대글로비스를 시작으로, 현대차 및 기아차가 기존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의 임기가 만료되는 2019년에,현대모비스가 2020년에 신규 제도를 도입한다. 향후 현대제철과 현대건설도 도입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주주 추천 사외이사 등과 함께 각 사가 투명성 강화 및 주주 소통 확대 노력을 지속하겠다”면서 “회사의 미래 성장 전략을 주주들과 공유하고,주주의 이익과 기업 미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 및 활동을 모색해 나가겠다는 각 그룹사의 의지와 방침이 확고하다”고 밝혔다.

SK그룹은 주주들의 주총 참여 확대를 통한 가치 제고를 위해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주총을 3월 중 분산 개회하기로 했다. '슈퍼 주총 데이'를 없애 주주들의 경영 참여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주총 분산 개최는 국내 대기업 지주사 중 최초로 SK㈜ 측은“복수의 회사가 동시에 주총을 열어 주주 참여가 제한되는 기존‘수퍼주총데이’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주주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SK(주)는 주요 지주사 중 최초로 전자투표제 도입을 결정해 오는 3월 정기주총에 적용한다. 이에 따라 SK㈜ 주주들은 주총참석이 보다 쉬워지고 해외에 있거나 바쁜 일정으로 인해 총회 출석이 어려워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지주회사 전환 작업 속도내는 롯데그룹과 효성

롯데그룹은 작년, 효성그룹은 올해 초 인적분할을 활용한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밝혔다. 양사는 이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투명 경영, 주주가치 제고 등의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롯데의 경우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 회사를 사업부문과 투자부분으로 인적분할 한 후, 롯데그룹의 모태 회사인 롯데제과의 투자부문이 나머지 3개사의 투자부문을 흡수한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해 4개 회사가 상호보유하던 지분관계가 해소되며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기존 50개에서 13개로 대폭 정리됐다. 

또 롯데지주는 롯데지알에스·한국후지필름·롯데로지스틱스·롯데상사·대흥기획·롯데아이티테크 등 6개 비상장 계열사를 흡수·합병해 순환출자를 완전 해소에 나선다. 6개 비상장 계열사는 지난 2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투자사업부문을 롯데지주에 통합하기로 하는 합병 및 분할합병을 결의했다.
 
효성은 존속법인 지주회사와 분할회사인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등 4개의 사업회사로 나뉜다. 

효성측은 "이번 분할로 독립경영체제가 구축되면 적정한 기업가치 평가가 가능해지면서 궁극적으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가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각 사업부문별 전문성과 목적에 맞는 의사결정 체계가 확립돼 경영 효율도 강화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앞다퉈 개선 방안 발표하는 재계, 이유는?

재벌 그룹의 정권과 '코드 맞추기'식 정책은 언제나 있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강도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와 '재벌 저승사자'로 불리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이후 재벌 개혁에 대한 압박 강도가 전에 없이 세다는 분석이다. 단순한 제스처 수준이 아니라 입법을 통한 규제까지 염두에 둔 발언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에 다수의 재벌 총수들이 연루되며 여론이 좋지 않은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김 위원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공정위 차원의 지배구조 개선 강력 규제를 시사했다. 신년사와 연초 언론과의 인터뷰를 종합하면 공정위는 3월 주총까지 재벌 그룹의 자체 개선 노력을 지켜보고 하반기부터는 입법을 통한 규제에 나설 것을 암시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순환출자, 금산분리와 관련된 공정거래법 개정 및 예규 제정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공정위는 인적분할 전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또 대주주의 현물출자에 대한 양도차익 과세를 주식처분 시까지 유예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이 올해 말로 일몰 시한이 다가오는데 유예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이렇게 되면 '자사주의 마법'으로 불리는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 더욱 어려워 진다. 인적분할은 자사주의 없던 의결권을 부활시켜 오너일가 입장에서는 기존 지분율을 돈 한푼 들이지 않고 2배 이상 늘릴 수 있는 방법으로, 대기업의 체제 전환이나 지배구조 강화에 가장 유용하게 활용돼 온 방식이다. 

'자사주의 마법'이 통하는 시기가 올해까지로 전망되고, 공정위의 제재가 현실화 되기 전에 일단의 작업을 마치려면 늦어도 상반기 중에는 대략적인 방안이 마련되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수감 중인 삼성전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일단 없음을 밝힌 삼성전자는 계열사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주주 배당을 대폭 확대하는 등 주주친화 정책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지주회사 전환 등의 초대형 안건을 결심할 총수의 부재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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