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선 속도는 나는데...지주회사 체질 개선은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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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개선 속도는 나는데...지주회사 체질 개선은 '난제'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8.01.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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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권 사용료, 컨설팅, 임대료 수익이 배당 수익보다 비중 커

재벌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지주회사 수익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반적인 지주회사라면 자회사들로 부터의 배당이 주요 수익원이지만, 국내 지주회사들은 상표권 사용료로 거둬들이는 수익이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 41개 가운데 21개 집단의 지주회사가 매출 규모에 따라 일정 비율로 상표권 수수료를 받고 있다. 

문제는 상표권 사용료 등이 정확한 공시가 되고 있지 않아 분석하는 주체에 따라 규모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또 자회사들로부터 받는 건물 사용료, 컨설팅 비용도 매출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주회사의 수익구조가 사실상 땅짚고 헤엄치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주회사들은 저마다 차이는 있지만 지분을 가진 자회사 매출액의 약 0.2%~0.5% 정도를 상표권 사용료로 받고 있는데, 산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문제제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업종별로 비슷한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안다"며 "책정 기준에 기준이나 계산 방법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주회사 실태조사에서 상표권 사용료, 용역 수익의 적정성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고 전해졌다. 조사 결과에 따라 상표권 사용료의 공시정보 공개를 검토 중이라는 설명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지난해 11월 재벌닷컴의 분석에 따르면 자산 5000억원 이상 대기업 지주회사 중 상표권 사용료 수익을 올린 13개사의 총 수익은 7074억원으로 전체 매출 4조7356억원의 14.9%로 추산됐다. 

경제개혁연구소의 자료에서는 상장 지주회사 53개 2010년부터 2013년까지의 영업수익 중 브랜드 수수료가 11.45%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기타 용역수익 10.78%, 임대수익 3.78%다. 사업매출과 자회사 실적에 따른 배당 수익을 제외한 수익이 26.01%에 이른다. 

가장 최근인 비즈니스워치 분석에서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중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20개 그룹 지주회사의 2016년 수익구조상 나타난 상표권 수수료 수익의 비중은 28.2%에 달한다. 

조사 결과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상표권 수수료 및 기타 컨실팅 등 용역비용, 임대료 등을 포함한 배당 외 수익이 30%를 웃도는 수준으로 추산된다. 

무형 자산인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합당한 비용 혹은 비율을 산정하는 것은 업체의 성격, 사업의 종류에 달라질 수 있고 쉬운일이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적절성이다. 수수료를 통해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집단이 지주회사의 최대주주인 오너일가이기 때문이다. 과소하거나 과다한 수수료가 책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재벌그룹 중 가장 먼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LG그룹은 상표권 사용료를 0.2%로 정했다. 이후 SK그룹도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상표권 사용료를 0.2%로 산정했다. SK그룹 측은 LG그룹의 사례를 참고했다고 설명한다. 

LG에서 계열분리된 GS그룹과 LS그룹도 0.2%의 상표권 수수료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지주회사 전환을 의결한 롯데그룹, 효성그룹, 현대중공업, 현대산업개발 등 대기업들도 0.2%를 가이드라인 삼아 상표권 사용료를 고민중이다. 

조사대상 지주회사 중 가장 높은 상표권 수수료를 받는 곳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다. 0.75%의 상표권 수수료율이 책정됐다. 

한국타이어월드를 비롯한 동아쏘시오홀딩스, 제일홀딩스, 코오롱, 한솔홀딩스, 한진칼 등은 전체 매출에서 상표권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었다. 

SK그룹은 이같은 지적을 의식해 SK(주)를 투자전문 지주회사로의 탈바꿈을 선언했다. 실제로 SK(주)는 다방면의 글로벌 지분투자를 통해 최근 100만 달러 규모의 첫 배당 수익을 얻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와 김상조 위원장의 공정거래위원회 출범 이후 재벌 개혁 드라이브가 강화되며 투명경영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재벌그룹들도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상표권 개념이 없던 그룹들도 상표권 수수료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상표권 수수료의 공시정보 공개를 검토중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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