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지멘스에 과징금 62억원 부과...'경쟁 업체와 거래하면 조건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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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지멘스에 과징금 62억원 부과...'경쟁 업체와 거래하면 조건 차별'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8.01.1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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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멘스의 중소 사업자 배제 행위로 ISO 업체 시장서 사실상 퇴출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 사업자와 거래하는 병원에 대한 거래 조건을 차별한 지멘스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약 62억원(잠정)을 부과했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멘스, 지멘스헬스케어㈜, 지멘스헬시니어스㈜(이하 지멘스)가 지멘스 CT, MRI 유지 보수 시장에 신규 진입한 중소 유지 보수 사업자를 배제한 행위에 시정명령과 약 62억 원(잠정)의 과징금을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내 전산화 단층 엑스선 촬영 장치(Computed Tomography X-ray System, 이하 CT), 자기공명 영상 촬영 장치(Magnetic Resonance Imaging System, 이하 MRI)장비 시장은 지멘스, GE, 필립스 등 소수 다국적 기업이 과점하는 구조이며, 지멘스는 4년 연속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지멘스가 자사 CT, MRI 유지 보수 시장을 독점했으나 2013년 말부터는 장비를 제조 · 판매하지 않고 유지 보수 서비스만 제공하는 독립 유지 보수 사업자(Independent Service Organization, 이하 ISO)가 시장에 진입했다.

공정위는 지멘스가 시장 상황이 바뀌자 자사의 CT, MRI를 구매한 병원이 ISO와 거래하는지 여부에 따라, 장비 안전 관리 및 유지 보수에 필수적인 서비스키 발급 조건(가격, 기능, 발급에 소요되는 기간)을 차별적으로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ISO와 거래하지 않는 병원에서 요청한 경우, 고급 자동 진단 기능을 포함한 상위 레벨 서비스키(지멘스 내부 엔지니어용)를 무상으로 요청 당일 즉시 발급하고, ISO와 거래하는 병원에서 요청한 경우, 장비 안전 관리 및 유지 보수에 필수적인 기능으로 구성된 기초 레벨 서비스키를 유상으로 요청 후 최대 25일 소요 후 판매했다.

이런 지멘스의 행태로 CT 및 MRI 시장의 진입 장벽이 강화되고, 실제 4개 ISO 중 2개 사업자가 관련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되는 등 관련 시장의 경쟁이 제한됐다. ISO와 거래하는 병원이 감수해야 할 기회 비용이 증가하면서 ISO의 가격 경쟁력이 없어졌고, 서비스키 기능 제한, 발급 지연으로 인해 ISO의 서비스 품질 및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또 서비스키 발급 지연으로 병원이 의료 기기 관련 법령에 따라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안전 검사가 지연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지멘스는 2014년 12월, 2015년 5월 2차례 병원에 공문을 발송해 ISO와 거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안전 업데이트 및 저작권 침해 문제를 실제보다 현저히 과장하기도 했다.

CT, MRI의 안전 관련 업데이트는 의료 기기 법령에 따라 제조 · 수입사인 지멘스가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사항임에도, ISO서비스 이용 시 안전 업데이트 미시행에 따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오인 가능성 높은 정보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서비스 소프트웨어 사용없이 가능한 유지 보수 작업이 상당수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ISO의 유지 보수 서비스가 필연적으로 자사 서비스 소프트웨어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과장된 내용도 기재했다.

공정위는 "ISO와 거래 시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실제보다 과장하여 고객에게 오인 가능성 높은 정보를 전달하여 불공정한 경쟁 수단에 의해 경쟁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저지했다"며 "특히 ISO의 시장 진입 초기 단계로 병원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피심인이 공문을 통해 중요 사실 관계에 대해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여 병원의 오인 가능성이 더욱 가중됐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지멘스의 위반 행위로 왜곡된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통상적인 재발방지 명령 이외에도 적극적 시정조치를 결정했다.

우선 지멘스 CT, MRI 장비의 소유권자인 병원이 자기 장비의 유지 보수를 위해 필수적인 서비스 소프트웨어 접근 권한을 요청할 경우, 24시간 이내 최소 행정 비용으로 이를 제공하도록 했다. 또 해당 공정위 조치 내용을 지멘스 CT, MRI를 보유한 병원에 통지해 시정조치의 내용을 병원이 인지하고 장비 유지 보수 과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과징금 약 62억 원(잠정 금액) 부과도 결정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은 유지 보수 서비스 등 후속 시장(Aftermarket)의 경쟁 제한 행위에 대한 공정위 최초의 법 집행 사례로, 중소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방해하는 독점 사업자의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를 엄중하게 제재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사건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의료 기기 관련 시장 현황을 토대로 식약처 등 관계 부처에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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