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의 막춤은 왜 그렇게 눈물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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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의 막춤은 왜 그렇게 눈물이 날까?
  • 녹색경제
  • 승인 2011.02.2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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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들의 전매특허 '관광버스 춤'은 대략 이렇다.

두 팔을 번쩍 들어 흔들고 엉덩이는 애교스럽게 씰룩거린다. 발과 손의 움직임이 맞지 않는 엇박자는 기본이다. 무조건 위아래 좌우로 열심히 흔들면 그만이다.

'웃으면 복이옵니다. 춤추면 복이옵니다'라는 주제로 안은미무용단이 18일부터 3일 동안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무대에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를 올린다.

 
구르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안무와 온몸을 갈기갈기 찢는 듯 광신적인 울림으로 극적인 장면을 연출, 당혹감으로 시선을 먼저 끈다. 웃옷을 걸치지 않고 유연하게 흐느적거리는 젊은 남자무용수를 바라보는 할머니들의 모습은 파격적이다.

무용단은 할머니들이 신나고 편하게 춤 출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한다. 소극적인 자세로 율동하던 할머니들도 이내 흥겨운 가요와 뽕짝에 몸을 맡기며 정신을 놓고 만다.

할머니들의 몸짓은 소박하지만 격동의 20세기를 살아낸 뜨거운 생명력을 담고 있다. 무용수들의 광기어린 몸부림은 시대의 고통을 대변하고, 노인들의 고통을 덜지 못한 죄책감 등이 버무러져 뭉클한 무엇인가를 느끼게 만든다.

가수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가 흘러나온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몸이 부서져라 춤추는 할머니들을 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어느새 나를 돌아보는 기회를 주고 동시대의 아픔을 공유하게 한다.

무용단의 익살스러움은 공연의 재미를 더한다. 트로트 버전 '아리랑 메들리'에 맞춰 각자 춤을 선보인다. 빨간 내복 위에 몸빼를 덧입고 아찔하고 코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몸빼를 자유자재로 내리고 올리는 움직임에 오금이 저려온다. 꽉 조이는 내복이라 대형사고는 발생하지 않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할머니에게 무릎을 꿇고 경의를 표하는 장면은 작위적이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또 지나치게 길어 지루하다. 아마추어인 탓에 할머니들은 실수도 연발하지만, 실수에 전혀 개의치 않는 할머니들의 대범함에 오히려 웃음을 짓게 된다.

경북 영주에서 만난 할머니 23명과 전북 익산의 할머니·할아버지 부부를 불러내 무용단과 함께 어울리는 '댄스파티'로 광란의 대미를 장식한다.

공연을 마치면 얼마만큼의 칼로리가 소모됐는지 궁금하다. 그만큼 활동량이 크기 때문이다. 지치도록 흔든 할머니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술과 음식도 제공되고, 관객들도 신명나게 춤출 수 있다. R석 4만원, S석 3만원이다. 60세 이상은 50% 할인이다. 18일 오후 8시, 19·20일에는 오후 5시에 볼 수 있다. 02-708-5001

kje13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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