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와의 기술탈취 1차 공방에서 승리한 중소기업 '비제이씨'의 최용설 대표가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대기업의 기술탈취 사건은 수사기관의 조사가 필요하다며 이를 청원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오늘(27일) 새벽 게재된 청원 참여자는 오후 4시 현재 138명이다. 청와대는 30일간 20만명 이상 청원에 참여할 경우 각 부처 장관과 대통령 수석비서관, 특별보좌관 등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들의 공식 답변을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지난 21일 특허심판원은 "현대차 특허의 10가지 기술 모두 진보성이 없고, 기존 특허와 동일할 뿐 아니라 특허를 받을 수도 없는 발명이기 때문에 무효"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중소기업이 이례적으로 대기업과의 특허소송전에서 승리하며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럼에도 최 대표는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사건에 대해 수사당국이 밝혀줘야 한다는 취지의 청원을 올렸다. 현재는 기술탈취 증거와 탈취당한 기술이 고도의 기술인지를 입증해야 할 책임이 피해기업에 있으나, 피해기업 입장에서는 대기업으로부터 증거자료를 가져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입증책임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묻는 것도 상식적인지 의문이라고 최 대표는 주장했다.
중기벤처부 산하 '중소기업 기술분쟁 조정, 중재위원회'의 조정 결정도 한계가 있다. 비제이씨의 경우 조정위원회의 3억원 배상 결정이 있었지만 현대차가 거부했고, 이에 따른 제재는 없었다.
피해구제를 위해서는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하지만 대기업과 수년간 법정공방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현대차는 특허심판원의 판결 이후 하루만에 재심을 청구했다. 비제이씨가 20개월만에 1심에서 이겼지만, 대법원 최종판결까지는 최소 5년 정도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비제이씨는 현대차와 계약을 해지당한 이후 매출이 전무한 상태다. 또 현대차가 비제이씨 기술을 모방해 새로운 특허를 등록해 대법원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정상적인 업무도 불가능하다.
최 대표는 "직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어 몇 년째 빚을 내서 월급을 주고 있지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며 "급여일, 제반비용 결제일이 지옥같다"고 호소했다. 비제이씨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시민단체 등과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해당 사건이 많이 알려진 편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졌다.
생물정화기술 전문업체인 비제이씨는 자동차 도장공정에서 발생하는 맹독성 유기화합물과 악취를 정화하는 미생물제재를 개발해 2004년부터 현대차 울산공장에 공급해 온 업체다. 약 10년 후인 2015년 5월 현대차는 경북대와의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다른 협력업체에 맡겼다는 이유로 비제이씨에 납품중단을 통보했다.
이에 비제이씨는 현대차가 2013년 11월부터 8차례에 걸쳐 핵심 기술자료를 요구해 탈취하고 경북대와 함께 유사기술을 개발했다며 지난 4월 특허무효심판 청구를 제기했다.
한편, 또다른 현대차 협력업체인 오엔씨엔지니어링도 자동차 생산라인에 설치된 다차종 로봇 그리퍼를 원활하게 동작할 수 있게하는 윤활기술과 함께 TM스크류기술을 적용한 전동실린더 기술 등 2건을 현대차가 탈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엔씨엔지니어에 따르면 현대차는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제품개발을 요청한 뒤 중소기업이 제품을 개발하면 그 기술을 탈취해 다른 업체에 유출한 것으로, 오엔씨엔지니어링은 동일한 방법으로 두 차례나 기술을 탈취당했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