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브릴'과 '누구'로 이원화된 SK의 인공지능 플랫폼 서비스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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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릴'과 '누구'로 이원화된 SK의 인공지능 플랫폼 서비스 '딜레마'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7.09.1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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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 IBM의 인공지능 '왓슨'에 비해 SKT의 '누구' 국내용 머물러

SK텔레콤의 '누구', SK C&C의 왓슨 기반 '에이브릴' 등 이원화된 SK의 인공지능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의 플랫폼을 지속 발전시켜 서비스하는 것이 이상적인 시장에서 자체 개발 인공지능과 IBM과 협력한 인공지능 사이에서 방향 설정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은 국내 ICT 기업 중 최초로 지난해 8월 인공지능(AI) 기반의 음성인식 스피커 '누구'를 출시했다. 4차 산업 시대를 맞아 선제적으로 기술개발에 나서고 제품을 출시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SK C&C는 IBM과 협력해 IBM의 인공지능 플랫폼 '왓슨' 기반 한국어 API 8종을 공개했다. 명칭은 '에이브릴(Aibril)'이다. 

여기에 SK그룹의 인공지능에 대한 딜레마가 드러난다. SK텔레콤이 자체개발한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와 SK C&C가 IBM과 협력한 '에이브릴'이 각기 다른 사업 영역에서 활동하는데, 왓슨 기반의 에이브릴에 비해 누구의 인공지능이 아직 걸음마 단계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SK는 양 인공지능의 시너지를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지만 우월한 왓슨의 성능이 국내 B2B 시장 저변을 넓혀갈수록 오히려 SK텔레콤 '누구'의 입지는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SK텔레콤의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가 탑재된 음성인식 스피커 <사진제공=SK텔레콤>

딥러닝을 통한 자가 학습이 가능한 인공지능의 특성상, 하나의 플랫폼으로 모든 서비스 적용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SK의 이원화된 인공지능 플랫폼은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할수록 서로의 영역을 침범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사실 SK텔레콤의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에 '에이브릴'을 탑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지난 'MWC 2017'에서 왓슨과 누구를 연동한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왓슨의 한국어 서비스는 개발중인 단계로, 영어를 통한 의사소통만 가능했다. 

지난 9월 6일 SK C&C는 IBM과 협력해 왓슨의 '한국어 공부'를 마치고 국내 서비스 '에이브릴' 서비스를 공식 런칭했다. 그럼에도 국내 출시된 SK텔레콤의 누구에는 에이브릴이 탑재되지 않는다. 또 누구 스피커 역시 한국어 외 다른 언어를 지원하지 않는다. 

양사가 협력해 인공지능 서비스를 런칭했지만 B2B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SI 부문에만 왓슨이 활용되고, 국내 소비자를 위한 제품에는 SK텔레콤의 누구만 활용되는 형국이다. 

SK C&C의 '에이브릴' 런칭 오프닝 데이 행사 <사진제공=SK C&C>

국내 병원, 금융, 교육 B2B 시장에 진출중인 '왓슨'

IBM의 인공지능 '왓슨'은 이미 다양한 형태로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인천 가천대 길병원, 건양대학교 병원 등 국내 대형 병원에서 왓슨을 활용한 '암 진단'을 시행하고 있다. 

왓슨은 딥러닝에 특화된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문서 이미지 등의 비정형 데이터 분석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왓슨은 자연언어처리, 정보획득, 지식표현, 자동추론, 기계학습 기술을 사용한다. 스스로 학습해 전문지식을 발전시킨다. 이를 통해 인간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 역할이다. 

현재까지는 각종 임상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환자에 대입해 의료진의 진료 시간을 단축해 주고, 인간 의사가 진료하며 빠뜨리기 쉬운 편견이나 데이터를 놓치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왓슨과 인간 의사의 암 진단 일치율은 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약 80% 정도다. 

금융권 역시 왓슨 도입에 적극적이다. 금융업곙 따르면 지난 4월 현대카드는 고객상담 등에 왓슨을 적용해 테스트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챗봇을 활용한 고객 상담 등 인공지능 도입 열풍이 거세다. 향후 왓슨 등 향상된 인공지능 서비스가 도입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평가다. 

교육 부문에서도 왓슨 도입을 테스트 중이다. 교원그룹은 지난 6월 수학 디지털 교과서에 왓슨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태블릿에 탑재된 왓슨을 통해 음성으로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방식을 개발중이다. 

SK C&C와 IBM이 협력한 '왓슨'을 활용한 '왓슨 포 온콜로지'를 건양대병원에서 암 진단에 활용하고 있다. <사진제공=SK C&C>

SK텔레콤의 '누구' 생태계 확장 전략...국내용 머물러

SK텔레콤도 자사의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 생태계 확장을 위해 노력중이다. 국내 최초로 출시된 음성인식 스피커인 '누구'를 통해서는 상품 주문 등의 이커머스, IoT 홈 가전 제어, 음악감상, 정보검색 등이 가능하다. 초기 음악 스트리밍이 주력이었던 서비스를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상호 SK텔레콤 AI 사업단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누구'의 오픈플랫폼화(化)를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준비하고 있는 오픈 플랫폼에는 여러 서드파티 업체들이나 개발자들이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며 "누구의 오픈 플랫폼화를 통해 플랫폼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의 '누구'가 탑재된 모바일 내비게이션 앱 '티맵X누구'를 소개하고 있는 이상호 SKT AI 사업단장 <사진제공=SKT>

이에 SK텔레콤은 자사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T맵에 누구를 적용했다. 음성을 통해 내비게이션 기능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또 9월 중 키즈폰에 누구 탑재, 12월 SK브로드밴드의 IPTV인 B tv에 누구 적용 등 관련 생태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IBM과 달리 SK의 인공지능은 한국어를 기반으로 하는 국내용이라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IBM,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처럼 의료, 금융, 교육 등 다방면으로 인공지능 플랫폼을 확장하는데 있어 기술적 격차도 크다. 

우월한 기술력의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하면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구글의 인공지능이 탑재된 음성인식 비서 '어시스턴트'가 LG V30에 탑재돼 국내 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오래전부터 한국어를 지원해 온 애플의 시리도 연말쯤에는 홈팟을 출시할 예정이다. IBM과 아마존은 이미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앞세워 국내 B2B 인공지능 시장을 잠식해 오고 있다. 

국내 1위의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의 인공지능 플랫폼이 이들과 맞서 어떤 전략과 서비스를 선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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