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절감·공정혁신 위해 도입한 가전제품 '모듈화'...비싼 AS 비용의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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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절감·공정혁신 위해 도입한 가전제품 '모듈화'...비싼 AS 비용의 주범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7.08.2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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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화 통해 원가절감 및 생산성 향상됐지만 고장시 묘듈 전체를 갈아야 해 AS 비용 증가

서울 마포구에 사는 A씨는 약 5년간 사용하던 국내 대기업의 42인치 LED TV가 화면이 나오지 않자 서비스센터에 전화해 AS를 신청했다. 다른 기능은 정상인데 HDMI 외부입력과 연결된 화면이 깨져 보였다. HDMI 단자 고장을 의심한 A씨는 출장비 포함 5~10만원의 수리비를 예상했다. 내심 단자만 교체하면 특별히 큰 비용이 들지 않을 것이란 기대도 했다. 하지만 방문한 AS 기사는 단자가 포함된 기판을 갈아야 한다며 수리비가 20만원 이상일 것이라고 안내했다. 모듈화로 제조돼 전체 모듈을 교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리비에 A씨는 결국 수리를 포기하고, 새 제품이나 중고TV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 

생산라인의 비용 절감과 공정 혁신을 위해 도입된 모듈화가 기업의 원가절감 및 생산성 향상에는 큰 공헌을 했지만, 고장시 애프터 서비스(AS) 비용을 높이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작은 부품의 고장에도 모듈 전체를 교환해야 해 그 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지적이다. 

23일 가전업체 및 대리점,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취재결과 대기업들은 모듈화를 통해 수익률 향상 등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작은 고장에도 높은 수리비에 새 제품으로 교환할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전제품 AS를 받아본 소비자라면, 부품 교환 비용에 한 번쯤 놀란 경험을 가진 경우가 많다. 단순 고장처럼 보이는데도, 특정 모듈 전체를 교환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가정에서 사용하는 TV, 냉장고, 세탁기 등 주요 가전제품들이 수천원짜리 부품 하나가 고장나 AS를 받아야 하는 경우, 부품 교환 비용이 적게는 수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에 이르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구매한 지 3년 정도밖에 안된 가전제품에 AS 비용으로 20~30만원을 지불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리비보다 중고 제품 가격이 더 저렴하기도 하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아예 새 제품 구매에 나서기도 한다. 사소한 고장으로 대부분의 부품이 멀쩡한 가전제품을 버리게 되는 경우 폐기물 처리 문제도 지적된다. 

가전제품 사용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나 커뮤니티 등에서도 수리비 관련 불만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때로는 AS 기사들이 수리보다 중고 제품이나 새 제품 구매를 권유하기도 한다. 

국내 대표 가전업체의 한 AS 기사는 "모듈화로 제조된 제품은 단순한 단선 등 가벼운 고장이 아닌 경우 모듈 전체를 교환해야 한다"며 "비용이 많이 나와 수리를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예를들어 TV 시청 중 셋톱박스와 연결된 HDMI 단자가 고장난 경우, 해당 단자의 교체나 수리 대신 HDMI 단자 및 각종 입력단자가 모두 포함된 모듈을 교체해야 해 수리 비용이 비싸진다. 

녹색소비자연대에 따르면 소비자의 63.9%가 '가전제품 수리비용이 비싸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기업의 LCD TV를 분해한 모습, 작은 고장에도 보드 전체를 교환해야 해 AS 비용이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사진=온라인 캡처>

이런 AS 비용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모듈화가 지목된다. 각 부품을 3~4개의 모듈로 제작해 최종적으로는 조립만으로 완제품이 생산되는 시스템이다. 블록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쉽다. 

모듈화는 특정 모듈을 제작해 여러가지 모델에 적용할 수 있어 비용 절감 효과가 높고 생산성이 증대된다는 장점이 있다. 일례로 LG전자 창원 2공장에서는 11초면 세탁기 1대의 완제품이 만들어 진다. 

국내 가전업체 중 가장 먼저 세탁기에 모듈화 공정을 도입한 LG전자를 예로 들면, 모듈화 이후 생산성이 크게 증대됐고, 영업 이익률도 크게 상승했다. 일반적으로 가전제품의 영업이익률은 4~5% 안팎이면 준수하다고 평가된다. LG전자의 올 상반기 H&A(가전) 사업부의 영업 이익률은 10%에 달한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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